2016년 5월 28일 토요일

[번역] Identity -8-


골든위크가 끝나고 1주일. 사람들은 바쁜 생활을 되찾았고 그쳤던 거리의 흐름도 완전히 일상 속도에 복귀했다.
오늘은 토요일. 하지만 유이는 한나절 일이다.
각자 여러가지를 청산하고부터는 필요 이상으로 의존하거나 하는 일도 없어졌다. 전에 비하면 조금 거리가 멀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적당히 기분 좋은 거리감을 유지한 채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아마 좀전의 전화도 예전의 나라면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아 불안정해져 유이에게 폐를 끼치는 짓을 반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일이 손톱만치도 없다.
비록 그 상대가 유이의 아버지라고 해도.

「아―여보세요」
「누구신지요?」
「유이…가 아니네. 나기사군인가?」
「아, 네」

확신은 하지 못했지만 전화를 걸어온 상대가 유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이 좀 바꿔줄 수 없을까」
「오늘은 일이… 이제 슬슬 돌아올 때인데…」
「그래… 일인가」

아버지는 으―음 하고 신음 같은 소리를 내고 이런 말을 꺼냈다.

「유이에게 이야기는 들었는데 말이댜」
「네」
「나기사군은, 그… 여성인 거지?」
「네. 지금은」
「양친께서는 이런 생활에 아무 말씀 없으신가…?」

나는 한순간 대답을 망설이고 말았다.
부모에게 의절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애인의 아버지에게 서슴없이 이야기할 만한 용기는 없었다.

「저는…… 여자가 되면서, 부모님과는 연락이 끊겨 버려서…」

아버지 쪽도 조금 어색한 듯, 그런가…. 라는 말만 하고 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말이지, 아니 우리는 말이지, 유이와 나기사군을 지켜볼 생각이 있다」
「아… 네…」
「나도, 애들엄마도, 타케루도, 가족으로 유이를 존중해 주고 싶다.
그러니 나기사군도 우리는 가족처럼 맞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무슨 마음이 이리 넓은 사람들이 있을까.
얼마나 좋은 가족을 유이는 타고난 걸까.
그 말만 듣고도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 더이상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다음에 그쪽으로 출장을 가면 이번에는 제대로 셋이서 식사라도 하자꾸나」
「네…!」
「그렇게 울지 않아도 되니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의지해도 좋으니」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끊는다. 나도 유이를 부탁한다」
「네…」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고, 곧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유이가 돌아온 줄을 알았다.
나는 급히 눈물을 훔치며 콧물을 닦고 최대한 유이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어서 들어와!」
약간 호들갑스럽게 유이를 맞았다.

「에? 잠깐만 왜 그래?」
「뭐가?」
「울었어? 무슨 일이야?」
「유이가… 유이의 아버님 때문에…」

멈추었던 눈물이 또 넘치고, 유이에게 매달려 얼굴을 묻고 엉엉 울어서 유이의 정장까지 더럽혀 버렸다.

「우리 아버지가 무슨 말 했어?」
「웅…」
「뭔 말을 했기에?」
「너무 기뻤어…」

내 눈물이 기뻐서 우는 것이라는 것을 안 유이는 이 사태가 이해되지 않아 상당히 난감해 보였다.

「응 어서 말해 봐?」
「유이의 아버님이, 나를 가족이라고 말해 줬어」
「그게 다야?」
「언제라도 의지해도 좋다고. 또 언제 셋이서 식사라도…」

내가 이렇게까지 울면 유이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눈물은 멈추질 않고,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유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드디어 내 울음 소리가 잦아들자 둘이서 마주보고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타케루가 말한 게 아니었으면 아버지도 그렇게까지 받아들여 줬을지 모르겠네」

「타케루군도 그런 말을 했구나―」

「유메쨩 같은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유메쨩한테 반했던 게 틀림없어. 그러니 그런 어조로 말한 게 아닐까?」

「지금의 나라도 좋아해 줄까?」

「소질은 있지 않아? 내 동생이니까」

「후후. 질투는 안 나는 건가요? 누님」

「나기사의 마음이 바뀔 리가 없잖아」

「자신만만한걸」

「나기사를 길들이는 건 나밖에 없는 걸」

「하긴 유이에게 완전히 길들어져 버렸는지도.
하지만 밤에는 정반대지만」

「그건…. 하지만 나기사가 너무 잘 하니까…」

「귀가 빨갛다?」

「아 하지마…. 시간을 생각하라고」

「시간은 상관 없잖아? 커튼 닫습니다?」

「안―돼. 그보다 배고파 뭐 만들어주지 않을래?」

「네이네이. 뭐가 좋아?」

「담백한 게 좋겠어」

「그럼 국수? 소면? 냉면? 냉중화면? 아니면 샐러드류?」

「나기사 특제 냉중화가 좋겠다」

「그게 뭐야 그런 거 만든 적 없어」

「할 수 있어요, 나기사라면」

「면도 스프도 만들어 파는 것밖에 없는데…」

「그걸 어레인지하는 게 나기사잖아!」

「코디네이트라면 잘 하겠는데…」

「아, 이번에 나 핸드폰 골라줘. 많이 더러워져서 바꾸고 싶어」

「응. 그래」

「아!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나는 냉중화면을 만들면서, 유이는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을 지우면서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좁은 방 속 우리가 살 수 있는 세계. 그 세계에서 사양이나 망설임은 필요 없다.
자신이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우리는 마음껏 최대한 날개를 펴고 마음도 몸도 리프레시한다.
암묵적으로 정해진 상식에서 벗어나 사회 속을 살아가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 낙원이 있기에 그런 세계를 살아갈 자신이 조금은 생겼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앞으로도 가족에 힘입어 동료에 힘입어 이 이해받기 어려운 관계를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이해받으면 된다.
그것은 폐쇄적이고 내향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으니 여러가지 삶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 함께 맺어질 수 있는 이들끼리 맺어져 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나는 유이라는 절대적 존재와 함께 강하게 살아간다.
만약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
넓은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같은 생각을 공유할 사람이 있으니.
그게 우리같은 관계 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해주려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잘난 듯이 말할 수는 없지만, 우선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이해자를 찾아 보자.
그러면 반드시 미래도 밝은 것이 될 테니까….

「뭘 중얼중얼 말하고 있어?」

「엣?」

「맛있어. 괜찮아?」

「으……응…」

「잘 먹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들이 사는 삶이야.


-Fin-










원작 http://novel18.syosetu.com/n6446o/8/

이하 역자의 말:
본 번역은 원저자의 허락을 구하고 번역한 에반게리온 팬픽 『신지*3』와 달리 원저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해적번역입니다.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작가 우사미 타쿠토(宇佐美拓都)에게 있으며, 본 소설을 상업적 용도를 비롯한 기타 의도로 이용할 권리는 독자 뿐 아니라 역자인 제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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