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8일 토요일

[번역] Identity -6-


「일단 나기사에게도 연락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삼촌 숙모 모르게 내가 마음대로 전화 걸어 버렸는데,
 잠깐 얼굴만 비춰도 좋으니까, 나기사도 신세진 분이잖니?」

「응…」

나는 모호한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먼 친척 아저씨가 죽었으니 분향이라도 와 달라는 말이니까.
물론 아저씨를 생각하면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거기 가면 분명히 부모가 있고 친척들도 총출동해 있을 것이다.
그런 장소에 내가 간다면 어찌 될까….
전화를 걸어온 쿠미도 그 정도는 당연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탁했으니 내 마음을 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얼른 왔다가 얼른 돌아가도 괜찮으니까. 응, 부탁이야」
「응…. 알았어…」

그리고 그런 쿠미의 고집에 진 나는 마침내 이곳까지 왔다.
장례식장은 이제 코앞.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에서도 보인다.
한 걸음씩 주저하는 발을 억지로 밀고 다가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지 않는다. 보기 싫은 게 아니다. 보지 않을 뿐이다.
이 장소에 한해서는 고개를 수그리고 걸어도 아무것도 부자연스럽지 않으니 나는 오로지 시선을 낮추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내가 나임을 알지 못하도록 접수조차 건너뛰고 분향 줄의 최후미에 섰다.

항상 하던 것의 몇 배의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화장하고 왔다.
최대한 원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한 화장은 이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화장일 수도 있지만, 여기는 나기사를 아는 사람은 많이 있어도 유메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그쪽을 택했다.
유메가 나기사의 몸을 쓰고 있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 있는 단순한 위안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비겁하게 도망가는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당당히 나기사가 나기사의 몸을 쓰고 버리기보다는, 만약 들키지 않아도 되거든 이쪽이 모두를 위해서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렬은 조금씩 나아가고 내 차례도 점차 다가온다.
첫 줄에 진열된 의자도 멀던 것이 이제는 아주 바로 옆에 나란히 와 있다.
이제 물러설 수도 없고 여기까지 와서 고개를 숙여봤짜 앞을 감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선을 옆으로 두지 않고 앞 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아저씨의 얼굴만 똑바로 보고. 유메로서의 화장은 완벽히 했으니만큼, 이래도 눈치채 버린다면 어쩔 도리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자신의 순서가 오자 허둥지둥 한 번만 분향을 하고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빠른걸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후우……」

밤바람을 쐬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할 일은 했다. 어떻게든 해치웠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나를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나기사라고 알아보는 눈은 없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유메를 보고 누구?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친척과 이웃, 다니던 회사 사람들 정도밖에 없어서 대부분 아는 얼굴이었을 것이다. 나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의 얼굴을 알았을 정도였다.

「나기사?」

그래서 그렇게 불렸을 때는 정말 놀랐따.
심장이 멈출 뻔 했달까, 당황해서 공황에 빠졌달까.

「아… 죄, 죄송합니다!」

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해 버릴 정도로 놀랐다.

「역시 나기사다」
「아, 아니…」
「다행이다. 고마워, 와 주었구나」

나를 부른 것은 쿠미였다.
하지만 나는 쿠미에게 들켰다는 생각으로만 골몰하여 내가 온 것을 기뻐하고 그리움도 느끼고 있는 쿠미와는 상당한 온도차가 났다.

「정말 전혀 몰랐지 뭐야.
 이렇게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나저나 정말 완전히 여자애네」

「응… 뭐…」

「화장도 다 직접 한 거야? 대단하다…」

「응. 평소엔 이렇게 화장하지 않지만…」

「아, 그런가… 위장 같은 거야…?」

「뭐, 그렇달지…. 들켜 버렸지만…」

「그런 술집 언니 같은 화장을 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더 두드러졌던 거야.
 뭐 그게 나기사라고 알아차린 건 아마 나 정도밖에 없겠지만」

과연 그대로였다. 유메의 모습이 역으로 눈에 띄어 버렸다.
분명히 내가 나기사라는 것은 거의 아무도 몰랐을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이 나임을 소거법으로 알아버릴지 몰랐다.

「2층에 식사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인사라도 하고 가. 응?」
「그건… 못 해」

사실은 이렇게 밖에서 수다 떨고 있는 것도 영 좋지 않다.
장례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올 사람도 있고, 계속 사람들이 오간다.
잠시 휴식을 생각하고 밤바람을 쐬려 한 내가 너무 물렀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바람만 쐬고 나면 이런 위험한 장소는 빨리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랬는데도….
인생의 타이밍이라는 것은 어차피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대도 그렇게는 안 되지…」

쿠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뭐 하러 왔어」

최저다. 최악이다.

「널 부른 기억은 없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
돌아본 내 눈앞에는 장승처럼 우뚝 버텨선 아버지가 가로막고 있었다.

「불렀어요. 쿠미쨩이」
「아, 죄송합니다. 역시 부르지 않겠다 생각은 했는데…」
「쓸데없는 짓을…」

아버지는 나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쿠미를 째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었다.

「쿠미쨩은 잘못한 거 없어요」
「닥치고 있어. 역겨운 것이…」

또 그 말을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역겨운 것….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그 날, 이해받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이해하지 않았던 아버지는 싸우고 헤어진 지난날 내 등을 향해 그 말을 내뱉었다.
그 이후 우리 사이의 대화는 사라졌다.
그리고 몇 년 만의 재회 때 나눈 말.
설마 끝과 시작이 같은 말이 쓰이다니. 그것도 최악의 말이 쓰이다니. 아무리 나라도 그것은 너무 슬퍼서 슬픔을 넘어선 분노만 치밀 정도였다.

「역겹지 않아요」
「사내새끼가 그따위 꼬락서니를 하고 뭐가 역겹지 않다는 거야」
「당신은 평생 걸려도 모르겠지」
「아아, 모르겠다. 여장하는 놈의 기분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아」

주위 사람들이 험악한 공기를 알아차리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리고 쿠미는 필사적으로 우리를 달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말가지 듣고 얌전히 돌아갈 만큼 나도 무저항인 인간은 아니었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수년 간의 공백을 두고 그날의 싸움의 계속을 지금이라도 시작하자는 모습을 느낄 수 없었다.

「정말 어이없어. 아직도 눈곱만치도 이해하려 들지 않는구나」
「이제 알겠냐」
「그런 사람한테 애초에 불평할 이유도 없어」
「그런 꼬락서니로 부끄러움도 모르고 기어오는 놈을 무슨 이해를 하라는 거냐?」
「나는 여자야. 이건 여자 옷이잖아. 부끄러울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그게 역겹다고 하잖아」

글렀다….
역시 이 사람은 그 말로밖에 나를 칭하려 하지 않는다.
이해를 하려고 하지는 못할망정 현실을 직시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별로 이해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의 아들이 딸이 되었다는 현실만은 받아들이길 바란다.
부끄럽지 않다고는 하더라도 삶에 입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런 고민을 느끼며 나는 현실과 마주하며 열심히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도 그런 현실을 보이고 싶다.
아무리 소원해도 의절해도 우리는 부자.
그래서 마음 속으로 실망을 느끼기 전에 그것만은 알아주길 바랬던 것이다….

「아 됐어, 썩 꺼져」
「그럼 가요…」

마침내 등을 돌리고 이제는 자기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그만둔 아버지에게, 나도 이제 걸어줄 말은 없었다. 그 때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지금까지의 일이 주마등처럼 되어 눈물이 계속 흘러넘쳤다.

그리고 나는 그 눈물 때문에 눈을 떴다.

모든 것은 꿈이었다.

무슨 이런 악몽이 다 있을까….
하지만 눈물만은 진짜다….
배게에 작게 젖은 흔적이 있고 뺨에 아직 눈물이 흐른 자국이 남아 있다.
너무 선명한 꿈이었다. 쿠미의 얼굴도 아저씨의 얼굴도 참석자들의 얼굴도 아버지의 얼굴도 전원의 얼굴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몇년간 모르고 지내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더 선명하게 확실히 들렸다.
난 아직도 그 날의 일에 매여 있는 걸까….
역겹다는 목소리가 가장 확실히 들려서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을 후빈다….
싸우고 헤어진 아버지. 왜 이제 와서 이런 꿈을 꾼 걸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최악의 각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나는 휴대폰을 집었다.
전화를 걸 상대는 물론 결정되어 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좋다.
길었던 골든위크도 내일로 끝난다.
그러고 보니 몇시쯤 돌아올지 듣지 못했다.
아침일지 낮일지 밤일지? 사실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고 목소리를 듣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최근 통화내역 맨 위의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
「안녕」

그 한 마디만으로도, 이 아침도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지낼 수 있다.
최고의 목소리는 최저의 목소리를 일거에 지워버리고도 남을 만큼 내게 희망을 주고 있었다.










원작 http://novel18.syosetu.com/n6446o/6/

이하 역자의 말:
본 번역은 원저자의 허락을 구하고 번역한 에반게리온 팬픽 『신지*3』와 달리 원저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해적번역입니다.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작가 우사미 타쿠토(宇佐美拓都)에게 있으며, 본 소설을 상업적 용도를 비롯한 기타 의도로 이용할 권리는 독자 뿐 아니라 역자인 제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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