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8일 토요일

[번역] Identity -2-


「우와―… 엄청 사람 많다…」
「에―엑… 어떡하나…」

아무래도 이 날은 옛날에 사회현상을 일으켰던 초 인기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공개되는 날이었다는 모양으로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을 찾은 우리가 그런 정보를 알 도리가 없었고, 그 사람 많음에 잠시 넋을 놓아 버렸다.

「영화… 보지 말까?」
「다른 데로 갈까…」

모처럼 즐겁게 기대하고 왔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다른 영화가 비어 있다고 해도 차마 그 공간을 공유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 그럼 나 쇼핑하는 데 같이 갈래?」
「그래. 뭐 사는데?」
「안경을 새로 맞추려고. 유이가 골라 줄래?」

나기사는 가끔 이렇게 내게 자신이 쓸 물건을 고르게 시킨다.
아마 데이트니까 굳이 그렇게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늘 나기사가 입은 옷도 구두도 가방도 다 내가 골라서 산 것들이다.
나기사는 내 센스를 절대적으로 믿으니까, 꼭 어울리는 것을 골라 주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골라 주니까, 자기는 행복하다, 늘 그런 말을 한다. 저런 낯뜨거운 말을 잘도 말하는구나 생각하는 동시에 역시 여자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 안경은 써 본 적이 없는데…」

안경이라는 한마디 말로 싸잡히지만 요즘 안경이란 정말 종류가 많다.
그냥 보기엔 같은 것처럼 보여도 프레임의 모양이 조금 다르거나, 프레임의 모양이 거의 같지만 재질이 다르거나. 안경을 써본 적 없는 내게는 모두 같은 것으로만 보였다.

「나기사, 안경 몇 개 가지고 있어?」
「으…음… 3개?」

나기사는 색색의 안경들을 집어서 써보고 벗고 하는 데 다시 열중했다.

「무슨 색?」
「분홍색하고 검은색하고 주황색」
「모양은?」
「분홍색은 티타늄 프레임, 검은색은 두꺼운 뿔테, 주황색은 무테」

그렇구나. 라고 들어봐서 아는 것마냥 시늉을 했는데, 그렇게 다양한 종류를 갖고 있다면 그 이외 종류를 찾아야 하는 건가. 역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결정했어―?」

자기 안경을 고르는 건데 그렇게 질문하면 이상하잖아….
정말 나한테 맡기는 건가 싶어 나도 일단 근처에 있는 것을 내밀어 봤다.

「이거 어때…?」

내가 고른 것은 와인색 뿔테가 하나, 안경알 주위는 검고 그 바깥은 갈색인 티타늄 프레임이 하나였다.

「어느 쪽이 어울려?」

마땅치 않게 대충 골랐던 그 2개를 나기사는 진지하게 고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와인색 쪽이 어울리고, 검은테는 이미 가지고 있다니까 선외이다.

「빨간 쪽일까나」
「그럼 이쪽으로 보내줘」

결국 마지막까지 내 의견으로만 결정하고 말았다.
돈을 내는 건 나기사인데, 정말 이래도 되는지 늘 생각하지만 본인이 그걸로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불안을 향한 일방통행을 해 버린다.

완성되면 전화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을 뒤로하고 우리는 안경점을 나왔다.
안경 품평에 꽤나 오랜 시간을 들였기에 알고보니 벌써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고, 우리는 가까운 오픈카페에 들어가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나기사의 너무 기분좋아하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물어 버리고 말았다.

「있었지. 유이가 내 안경 골라 줬다」
「아하하…」

정말 부끄럽게 하는 녀석이다….

「안경만 골라준 것도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나는 주문한 스프세트의 빵을 한 입 깨물고 되물었다.

「이 봐, 이 옷도 구두도 백도 핸드폰도, 전부 유이가 골라준 것들이고,
피어싱도 목걸이도 글로즈도 향수도, 액세서리와 화장품은 전부 그렇고,
샴푸도 트리트먼트도 비누도 머리빗도 거울도
내가 쓰는 건 전부 유이가 골라주거나 유이가 사온 것들이잖아」

듣고 보니 확실히 골라 준 기억과 사 준 기억이 난다.
나의 선택들이 그렇게 나기사를 많이 형성시켰는지 생각하면 좀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기사가 그래서 이렇게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다면 뭐 좋다고 생각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나기사와 만나고 마음먹은 일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고 맛있게 샐러드를 막는 나기사처럼 나도 눈앞의 요리에 입맛을 다셨다.


식후 커피를 마시는데 아까까지 만족한 것 같던 나기사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 있었다.
그 시선은 교차로 끝을 향하고 있다.
나도 그 시선의 끝을 확인하니, 그곳에는 한 무리의 여장남자들이 보였다.

「괜찮아」

나기사가 무슨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내게 눈치채인 것에 당황하여 곧 시선을 돌렸지만, 나기사의 얼굴에는 확실히 불안의 문자가 떠다녔다.

「이제 저런 거 신경 쓸 필요 없겠지?」

몰래 만나던 시절 틈만 나면 나기사가 흘리던 불안.
아직 함께 살기 전 내 집에서 TV를 볼 때.
TV에는 뉴하프 탤런트와 코미디언들이 몇몇 출연하고, 평소에는 여성의 거동을 하는 그녀들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남자로 돌아가는 순간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런 영상을 보고 나기사는

「나도 저렇게 보이는 걸까」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못 들은 척 하고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여성의 모습을 얻더라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 느꼈다.

그래서 그 때를 떠올리고 나는 괜찮아. 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웬만한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나기사는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울기 시작하면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어진다.
한 번 울기 시작한 그녀는 과거의 어두운 기억 속에 틀어박혀 어떤 빛도 닿지 않는 깊은 더움 속에서 우울과 비관 그리고 때로는 자학으로 자신의 몸을 상처입히며 괴로워한다.
그 지경이 되면 나는 어쩔 도리가 없어진다.
섣불리 위로하려 하면 그녀는 열등감을 드러내며 여자를 적으로 인식하고 내게 덤벼든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그 마음을 달래 줄게.
그러면 그녀는 미소를 되찾아 주니까.

「괜찮아. 신경쓰지 말아」

다행이다. 100%는 아니지만 나기사는 웃어 주었다.

「다음엔 어디 갈까」

이제 그런 이야기는 끝.
언제나 길고 길게 하던 이야기만 다시 돌아온다.

「유이는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그래 참, 이제 휴대폰 새로 살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거 보러 갈까나」
「그럼 내가 골라 줄게!」

나기사는 100%의 웃음을 되찾았다.
오랜만의 데이트다. 즐겁지 않으면 손해다.









원작 http://novel18.syosetu.com/n6446o/2/

이하 역자의 말:
본 번역은 원저자의 허락을 구하고 번역한 에반게리온 팬픽 『신지*3』와 달리 원저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해적번역입니다.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는 작가 우사미 타쿠토(宇佐美拓都)에게 있으며, 본 소설을 상업적 용도를 비롯한 기타 의도로 이용할 권리는 독자 뿐 아니라 역자인 제게도 없습니다.

주인공 커플 영화도 못 보게 하고 하여튼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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