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일 화요일

[번역]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16화

『 이번 사건의 유일한 당사자인 카츠라기 소령인가 』
  정면에서 들려오는,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 주는 낮은 목소리.
「네.」

『 그렇다면 묻겠다. 피험자, 카츠라기 소령 』
  오른쪽에서, 팽팽한 느낌의 테너.

『 지난번 사건은, 사도가 우리 인류에게 접촉을 시도한 것이 아닌가? 』
  새되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는 왼쪽 깊숙한 곳에서.
「접촉 따위 부드러운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 자네의 기억이 정확하다는 건가 』
  어둠 속에서 사문하는 것은 위압하려는 생각일까?
「기억의 외적 조작은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 발령소의 기록은 존재하지만, 확인할 일도 아니겠지 』

『 사도는 인간의 정신, 마음에 흥미를 가진 것인가? 』
  왼쪽 앞에서 새로운 목소리. 비교적 젊은 것 같은, 잡스러운 느낌의 리리코 테너.
「거기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습니다. 과연 사도에게 마음이라는 개념이 있는지, 인간의 사고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는 전혀 불명이니까 말입니다.
단지, 제3신동경시를 방위하는 물건의 중추로 간주하여 해석을 시도한 것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사도의 표적이 된 것은 나의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는 있지만.


『 이번 사건에는 사도가 에바를 무시했다는 새로운 요소가 존재한다.
이것이 앞으로 올 제16사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
  다시 정면에서. 아무래도 이 목소리의 주인이 이 자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볼 때, 사도 사이의 조직적인 관계는 부정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관계가 실재한다면, 낙하 사도가 뭣 하러 몇 번에 걸친 시험 발사를 했을까.
  광편 사도나 요새 사도처럼 중력을 차단해 AT 필드로 속도를 제동하면 대기권 돌입 따위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 그렇지, 단독행동임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말이지 』
  끼긱끼긱 오른쪽 어금니를 울리는 소리다.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 자네의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
  정면에서.
「네.」

『 이상이다. 내려가시게. 』
「네.」

접속이 끊어진 순간, 기운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인류보완위원회의 사문.
일개 작전과장을 구하기 위해 사용된 롱기누스의 창.

정신오염 사도를 꿰뚫은 롱기누스의 창은 궤도를 수정, 다시 가속하여 제10사도인 낙하 사도를 섬멸. 그 결과 제3우주속도를 훌쩍 넘기며 태양계를 이탈하는 코스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인류의 기술로는 절대 회수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책임을 추궁받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왔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김이 빠졌다고 할 것이다.
추측이나 인상 같은 것만 듣고 뭘 어쩌려는 건지.
세계 각지의 7개 장소에서 에바 13호기까지 건조중이라는 것을 듣고 위기감이 아주 넘쳐흐르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아무래도 긴장감이 없다.
에바를 9체나 더 제작하는 것과, 이 양반들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사도의 위협에 질려서 에바를 더 만들려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비공식이라는 것까지 아울러 생각하건대, 역시 진정한 목적은 인류보완계획일 것이다.

****

내 집무실에서 어제의 사문에 대한 보고서를 한창 작성하는 중이었다.
「잠깐, 괜찮을까?」
「카지…군. 별일이네. 왜 그래?」
기탄없는 미사토씨의 성격을 따라 하고자, 문단속은 프리하게 하고 있다. 앞에 서기만 하면 열리는 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사람에게 걸린다면 문을 잠가 놓은들 무의미하겠지만.
「오늘 저녁에 간식 사 가겠다고 아스카하고 약속했는데….」
들이미는 것은 메모장. 이미 무언가 쓰여 있다.
【 제레가 후유츠키 부사령관의 납치를 계획하고 있다 】
「…일이 생길지도 몰라.」
사실 한 패거리인 네르프에게 제레가 이렇게 난폭한 수단을 취하기로 하다니.
이것이 협박이라면, 그 협박의 대상은 물론 아버지다.
그것인즉 아버지를 마음대로 다루기 위한 제레측의 패가 부족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스카…짱이 기대하고 있었어. 그걸 생각하면, 일이 있더라도 【멈추어야겠지】」
함의를 내포한 말을 할 때만 집게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카츠라기에게 의논하러 온 거잖아.」
팔랑팔랑 메모용지가 두 장 정도 넘어갔다.
【 정확한 일시, 실행범의 규모는 불명 사전의 저지는 어려움 】
「그런 말을 해 보았자…. 【나중에 때울】 수밖에 없잖아? 다음 주에 두 번 있으니까.」
「확실히 그렇겠는데….」
팔랑팔랑팔랑. 이번에는 세 장 정도를 한꺼번에 넘겨 버린다.
【 부사령관을 감시하고 있다가, 납치 이후에 구출한다 】
대답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아스카의 심기는 어떡하고…. 나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카츠라기라면 【어떻게든 되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동작을 취하는 건 좋은데, 어째서 윙크를 동작으로 하냐고.
그건 그렇다 치고….
저 말하는 투로 보건대, 일단 카지씨 본인도 부사령관을 구출하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어떤 복안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과대평가야. 그 나이 때는 어렵기 마련이니까….
내일 집에서 홈【파티】에서 기분을 좀 풀어주면 좋겠는데….」
「파티, 내일이라고?」
파티란 터미널 도그마에 잠입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호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내일 홈파티(home party; 친구를 집에 불러서 벌이는 파티)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잘 하면 어느 정도 기념일이 될 테고.
「으응. 카지…군도 오지 그래?」
「어디 일이 끝날라나…. 사무 외 볼일도 있을 것 같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카지씨가 턱을 훑었다.
「볼일?」
「아아, 특수감찰부는 위원회 직할이니까. 【이번 일에 얽혀서】 억지 생트집을 잡힐 수도 있는 거야.」
입가에 세우는 집게손가락. 발설 금지…. 아니, 탐색 불필요…인가?
「준비만 하고 실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니 그럼 재미 없잖아. 그리고…카지…군이 와 주지 않으면 외로워.」
「외롭다…라. 아직도 나한테 마음이 남아 있나?」
「있어.」
카지씨가 눈을 크게 떴다. 순 놀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사람은 이렇게 스트레이트한 말을 하는 것이 서투른 것이다.
언제나처럼 얼버무릴 생각이겠지만, 카지씨를 죽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점 한 가지에 대해서는 나는 언제나 진지했다. 그건 몇 번이라도 얼버무리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한 번 졌으니까 말이야.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 주의거든.」
「그거야 동감이지만….」
「…마음에 맺힌 건 있겠지? 하지만, 그때의 생각은 거짓말이 아니야.」
카지씨가 가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설마 저 카드키, 몸에서 떼지 않고 품에 넣고 다니는 건가….
….
그랬었구만. 하며 고개를 올리는 카지씨는 껄렁껄렁 간들거리는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진지하게 들어두지. 내일 파티는 시작 시간을 좀 미루어 주면 고맙겠어.」
「으응, 기다릴게.」
발길을 돌린 카지씨가 오른손을 들면서 대꾸했다.
사람 한 명을 내보내고, 문이 닫혔다.

한숨을 내쉬고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연애에 몰두한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리얼한 것일 테니까. 조금은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속여야 하는 누군가가 엿듣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터미널 도그마.
【인공진화연구소 제3분실】이라고 적힌 금속판을 올려다보면서 잠시 기다린다.
슬슬 되었다. 주머니에서 ID 카드를 꺼내들고 리더기에 통과시키려는 시늉을 한다.
….
「뭘 하고 있는 거야, 카츠라기 소령!」
보안부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왔다. 그 친절과 싱거움에 안도와 께름칙함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잠깐 회사 견학 중이야. 마침 잘 됐네, 여기 좀 열어줘 리츠코….」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럴 뿐 아니라 리츠코씨에게 점잔을 뺄 필요도 없이 침입해 들어갈 수도 있다.
「너한테 이 시설에 출입할 권한은 없을 텐데.」 
꾸물꾸물 예사로운 솜씨로 권총을 꺼내고 있다.
「지금이라면 못 본 걸로 해 줄 수 있으니, 빨리 여기서 나가.」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그냥 총구를 향하기만 하고 있는 자세. 안전장치도 제거하지 않았다.
「고맙게도…라고 말하고 싶지만.」
리츠코씨의 등 뒤에서 떠오르는 사람의 그림자.
「미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니, 그 몹쓸 물건 넘겨주지 않겠어? 릿짱.」
「이 목소리는…카지군?」
돌아보지 않는 것은 등에 총이라도 들이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 살아 있었어?」
천천히 들어올려진 권총을 카지씨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었다.
「진지하게 들어둔다고. 내가 그랬잖아?」
부사령관 구출은 수고했어. 라는 카지씨에 대한 내 위로도 대답의 일부이다.
장수를 잡으려면 우선 말을 쏘아라(将を欲すれば、まず馬を―속담). 아버지를 빠뜨리기 위한 구덩이로, 후유츠키 부사령관에게는 빚을 지워두고 싶었던 것이다.

재촉 받은 리츠코씨가 떫어 하면서 카드 리더기로 다가간다.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야?」
「말했잖아. 견학이라고.」
슬릿에 카드를 통과시킨 뒤일 것이다. 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의 존재를 깨달은 것은.
「레이…, 게다가 신지군!」

****

아야나미가 예전에 살던 방을 닮았어. …그래, 내가 살아가던 장소.
에바의…묘지? …그냥 쓰레기를 버리는 곳.
옆으로 스쳐가는 다양한 시설. 뒤를 따르는 아이들의 대화.

다시 생각해 봐. …미안해. 그렇게는 안 돼.
나를 말려들게 할 필요는 있었던 거야? …그것도, 미안해.
앞서가는 어른들의 대화.

리니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시점에서 감시를 구실로 하여 카지씨는 떨어뜨려 놓고 왔다. 쓸데없이 말참견을 받고 싶지 않았어.
얌전하게 집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뻔뻔스럽게 앞에 나설 만큼 눈치가 없지도 않겠지.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예전의 리츠코씨가 아야나미들을 파괴했던 곳.
입구에서 멈춰서 버린 아야나미를 신지가 이상한 듯이 돌아보았다.
아야나미에게는 사전에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해 두었지만, 지금은 부드럽게 해주고 싶다.
캐묻는 것 같은 표정으로 돌아선 신지를 손짓으로 불렀다.

눈길로 재촉하자 리츠코씨가 휴대 단말을 꺼냈다.

망설임. 보여주기 위해서 과거의 나를 불러냈던 것과는 다르다.
지금의 리츠코씨에게 이걸 신지에게 보여줄 이유는 없는 것일까.
좋다. 과거의 리츠코씨의 행위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증거 같았다.
하지만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을 행동은, 아무리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해도 미사토씨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기분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져 죽음조차 원하게 되고 또 행방불명이 되어버렸으니.

리츠코씨가 아야나미들을 파괴하고자 마음먹게 된 계기를 이해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무익한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기는 쉬울 것이다. 또는 비록 방아쇠가 당겨졌다 해도 총알이 발사되지 않을 정도로 화약의 양을 줄이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 격철이 일어서기 전에 간신히 준비를 마칠 수 있었을까. 이쪽의 눈치를 살피고, 체념하듯이 스위치를 눌렀다.
조명이 켜지고, 수조의 내용물이 빛을 받는다.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아야나미…, 레이.」
중얼거린 신지에게 반응해 시선을 돌리는 아야나미들.

「신지군. 이애들이…무섭니?」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 적어도 세 명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보다도 훨씬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 간극에 독을 채운다. 신지의 마음에 흘려 넣을 극약을 잣는다.
거짓과 참을 섞어 빚어낸, 불길하면서 상냥한 마약을.
「이애들은…, 이애들은 피해자야.」
「…피해자… 라고요?」
으응.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지군. 이카리 사령관이, 네 아버지가, 너를 에바에 태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믿겠니?」
「…아버지가?」
믿어지지 않아요. 라면서 고개를 젓는 그.
「널 막판에 가서야 제3신동경시에 불렀던 건, 처음에는 에바에 태울 생각이 없었던 거야.」
신지의 앞을 가로질러 걷는다.
「만약 처음부터 태울 작정이었다면, 아스카…짱처럼 어렸을 때부터 훈련시켰을 테고.」
되도록 서서히 구두소리를 점점 높인다.
「사령관은 너를 예비라고 불렀어. 영호기의 폭주사고가 없었다면 예정대로… 레이짱이 출격했겠지.」
또각 또각 힐을 울리면서 그 시야에서 벗어난다.
「에바 삼호기가 탈취당한 제13사도 전투 이후, 사령관은 너를 해임하려고 했어.」
발소리를 그친다.
「그건 더미 시스템이 완성되고 실용성이 증명된 직후의 일. 더 이상 널 태우지 않고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멀리 돌아서 등 뒤에서 접근.
「네 친구를 일부러 상처입힌 것도, 네 쪽에서 에바에서 내리겠다고 말하게 만들려는 작정이었을지도 몰라.」
겁쟁이는 필요없다. 지금의 신지는 듣지 못한 이 말에는, 아버지의 다른 생각이 담긴 것은 아니었을까?
만신창이의 아야나미를 보여준 것은 도망쳐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카리 사령관은, 네 아버지는, 너를 에바에 태우고 싶지 않았던 거야.」
아버지가, 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인지, 몇 번이고 자꾸 중얼거리는 신지의 왼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 자신조차도 믿긴다고는 말할 수 없는 허튼소리다. 신지가 받아들일 것인지는 바로 그 나름일 것이다.
다만 그 답이 어느 쪽이든 간에,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이것은 앞으로 풀어나갈 대 거짓말의 전제조건. 사전 준비에 불과한 것이니까.
「그래서 너를 에바에 태우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게 더미 플러그.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들어진 게 이애들이야.」
신지의 어깨너머로 가리키는 수조. 아야나미들.
「…나…때문에?」
「그래. 이애들은, 널 위해서 만들어진 거야. 물론 그녀도….」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 목적을 가지고, 손끝을 오른쪽으로.
가리킨 쪽에는, 아야나미.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런 것 치고는…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라는 말끝은 얼버무린다.

「 그건, 그녀가 대용품이기 때문이니까. 」
속삭인다.
신지와 리츠코씨에게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야나미에게는 닿지 않도록.
무슨? 이라고 묻는듯한 시선은 불안하다.
「…너의.」
「…저의? 어째서요?」
놀란 것은 신지뿐이 아니었다. 다른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을 리츠코씨도 놀랐다.
「사는 게 서투른 사람이라고, 리츠코…가 벌써 말했었지.
사람이 사는 게 서투르다는 건, 다른 사람과의 교제가 서투르다는 뜻이야.
이카리 사령관은 타인을 무서워해. 선글라스도 턱수염도 그 포즈도 모두 타인에게서 자신을 지키는 갑옷.
그리고,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너, 신지군이야」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의 말과 행동을 추측할 수 있게 되고 깨달은 것은,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부자관계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놀랄 정도로 그 마음의 답이 보이는 것이다.
자세를 바꿔 신지의 시야에서 아야나미를 가렸다.
「너를…사랑하니까.」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라며 고개를 젓는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어.
온기를 나누고 싶은데, 몸을 가까이 하면 서로를 상처입혀 버리지. 그래서 고슴도치는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게 돼.
사랑하니까 곁에 두고 싶다. 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자기 곁에 두면 상처를 입을 뿐이다.
사랑하니까 상처입히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멀리한다.
저 겁 많은 사령관이 네게 미움받는 걸 마다하지 않는 건, 자기가 상처받는 편이 널 상처입히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야.」
그것도 결국 상대를 상처입히는 건 똑같구나. 라는 자조.
남에게 상처를 주느니 차라리 내가 상처를 받는 편이 낫다. 일찍이 그렇게 생각했던 나. 이건 닮은꼴이었다.
무엇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벽이 있는지, 둘 다 거기에 생각이 이르지 못한 건 역시 부자였기 때문일까.
마음의 벽이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사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AT 필드의 모습이, 마음의 벽의 진실을 구현해 보이고 있는데.

어째서 AT 필드는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늦지 않게 대응하는가.
어째서 AT 필드는 전개와 해소가 용이한 것인가.
어째서 AT 필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가.
어째서 AT 필드는 중화가 가능한가.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은 마음으로 파괴할 수 있다. 마음은 마음으로 모방할 수 있다. 그래서 중화할 수 있다. 침식할 수 있다. 상쇄할 수 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상처를 받는 것이 싫을 따름, 상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거부당하는 것을 알고 싶지 않다.
마음은 형체가 없다.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맞출 수 있다. 벽의 높이도 그 견고함도 문의 유무도 자유자재인 것이다.
마음의 벽은, 단단한 껍덱디가 아니다. 아무리 완고한 사람의 마음도, 항상 갑옷을 갖춰입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게 되면, 사람은 좀더, 사람의 곁에 서로 다가설 수 있다. 상냥해질 수 있다. 상대방의 가시를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자신의 가시를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상대방을 생각한다. 그게 바로 사랑이야. 잘못된 사랑, 비뚤어진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아니, 결국 사랑이라는 건 일방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아버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던가.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당연하잖아.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나 자신부터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용서할 필요도 없어. 그냥 그런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 충분해.」
그래. 그게 목적은 아니니까.
「 단지, …레이짱은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어. 」
「아야나미…를?」
잘 모르겠다는 얼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앙금을,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다.
「 으응…
왜냐하면, 그녀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보인 건, 그녀의 책임이 없으니까 」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 이카리 사령관을 이해하게 된 건, 그녀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였어. 」
물론 완전 거짓말.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는 대외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신지가 약간 몸을 일으킨다. 신경 쓰지 않는 척 하지만 리츠코씨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 이카리 사령관이 가장 거리낌없이 대하는 상대가…레이짱이야.
그건 그녀가 만들어진 존재니까. 사령관이 만들어낸 존재니까. 거역할 수 없는 존재니까.
이카리 사령관이 타인을 두려워한 결과 그것을 해결하려고 한 만들어낸 존재…레이짱에게만 마음을 터놓고 있었기 때문. 」
한숨. 시선을 떨어뜨린다.
「 …당연히 마음을 터놓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었는데 말이야 」
그게 누군지 말하지는 않는다.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하게 할 셈이다.
「 특히…레이짱을 아끼는 것처럼 보였던 건, 사령관도 역시 사랑에 굶주려 있으니까. 자신 따위를 사랑해줄 인간은 없을 거락 생각하고 있으니까.
거짓된 것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인형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아끼는 것. 」
거짓말. 귀띔이라도 그 이상을 가르쳐 주는 것은 다음의 일. 일부러 어머니에 관한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야나미와 어머니의 관계를 가르쳐 줄 날은 아직 멀었다.
「그건 대용품에게 쏟아내는 사랑. 거짓된 사랑. 사실은 네게 주고 싶은 사랑이 뒤틀린 결과물.」
살짝 바꿔치기한 말이다. 영호기 폭주 사태의 전말을 들으면 아버지가 아야나미를 단순한 도구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아야나미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걸까. 서투른 사람이다.

물론 그런 사실들은 내색도 하지 않고 계속 마음 사냥에 나선다.
어떻게든 사랑을 받고 있다고 신지를 착각시키기 위해 사용한 외통수.
「 상상해 봐. 그 결정체 같은 모양의 제5사도 전투 전에… 레이짱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너에게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라고. 」
하는 말과는 달리 자유롭게 상상을 하게 놔둘 생각은 없다.
「 그런 끔찍한 물건에 타지 않으면 안되는 아들에게, 정말 기쁜 얼굴로 이야기하는 아버지라니. 」
떨어뜨리듯 시선을 거두고 마치 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린다. 닿았는지 어떤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 정도로 가까우면.

……
「…있을 수가 없구나.」
리츠코씨의 감상에 뒤따르는 듯한 신지의 수긍이 보였다.
「 너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건 사실 그렇게 된 거야.
…레이짱에 대한 사랑이 거짓된 것이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
만약 조금이라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아야나미에 대한 동정으로 바뀔 터. 이것은 그것을 위한 덫이다.

한 걸음, 두 걸음. 아야나미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은, 결과가 두렵기 때문일까.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 그것은 사회성이 싹튼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성장…, 했구나. 아야나미.

몸을 비키면서 돌아섰다. 다시 나타난 아야나미의 모습은 신지에게는 조그맣게 보일 것이다.

「신지군, 다시 한번 물어볼게….」
목소리 톤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만을 위한 거짓말은 끝나고, 이어지는 것은….
「이애들이… 무섭니?」
그를 위한 거짓말. 아야나미를 위한 거짓말. 두 사람을 위한 거짓말.
결국 이 입으로는 거짓말밖에 할 수 없구나.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것은, 허위의 옷감에 일말의 진실을 수놓고 억측의 실로 꿰맨 벌거숭이 임금님의 옷.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옷. 진실이란 그런 것이다. 사실과는 달리 촉감마저도 없다.

「…무섭다기보다, …놀랐어요. 갑자기 벌어져서.」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항의에 미안해. 라고 대답한다.
충격을 받는 사이에 각인시킨다. 세뇌의 상투적인 수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레이짱을 좋아하니?」
「미, 미사토씨!?」
「싫어하는 건 아니지? 라는 의미였는데,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겠네.」
놀리지 마세요, 정말. 라며 토라진 신지의 중얼거림은 쉽게 무시하고.
「다행이야, …레이짱. 너를 너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구나.」
「…네.」
천천히 다가온 아야나미가 눈을 올려뜨고 바라본다.

「…카츠라기 소령은?」

「물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

「…듣고 싶으니까.」
글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이라는 미소.

「레이짱. 너를 좋아해.」
거짓말투성이의 말들 중에서, 처음으로 내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입에 올렸다.
그래서일까, 그 한 마디는 생각보다 솔직하게 입에 올라왔다.
더듬거리지 않았다.
「…카츠라기 소…」
뭐라고 말하려 한 아야나미가 머리를 흔든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미사토씨. 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주어진 호의에 돌아오는 어색한 미소. 내게 주어진 미소가, 지금은, 자발적으로 신지에게 향하고 있다.
쑥스러워하는 얼굴을 관찰할 여유는 없었다.
…미사토씨. 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뛰어들어온 아야나미에게 놀랐으니까.

아야나미를 달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다.
가슴팍이 젖어서 좀 차갑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놓고 포옹을 고친다.
「이애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레이짱.」
숨을 삼키는 기색. 아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명제일 터.
「…몰라요.」
「이애들을 밖으로 내보내서, 너와 같은 생활을 줄 수 있다면?」

「…그애들은, 나와 같은 줄기. 나와 같은 모양의 꽃. 똑같이 피어날 권리가 있을까요?」
수긍을 보낸다.
「…저한테 결정할 권리가…?」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뱃속의 태아에게 태어나고 싶니? 라고 부모가 물어볼 수는 없는 거니까.
저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러면. 이라고 팔 속에서 끄덕이는 기색.
「…나온 후에, 자신이 정하게 하면 될까요.」
그렇구나. 라고 수긍한다.
「멋대로 그렇게 정하지 마!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잠깐 기다려. 무서운 언니하고 이야기를 하고 올 테니까. 라면서 포옹을 푼다.
성큼성큼 다가온 리츠코씨에게로 돌아선다.
「어째서?」
「영혼이 없으니까!」
「왜죠?」
「가프의 방은 비어있어! 영혼이 깃든 건 하나 뿐이라고.」
「정말로?」
「거짓말을 왜 하겠어!」
하아 하아 하는 리츠코씨의 숨이 거칠다.

「…그럼 첫번째는? 혼이 없었던 거야?」
이것은 도박. 「카츠라기 미사토」가 알 수 없는 사실이니까. 카지씨조차 잡아내지 못한 정보니까.
더미 플러그의 정체보다도 훨씬 알기 어려운 비밀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카지씨의 모습을 보여줬고, 여기에 아야나미가 있다.
리츠코씨는 그것들을 알아서 연결지어 생각할 것이다.

「…영혼을 옮겼다. 고 들어서 알고 있어.」
다행이다. 「비밀은 새기 마련」 따위의 진부한 말로 속일 필요가 없어졌다.
「시체에서 영혼을 옮기는 거야?」
「아니. 저 장치로 잡아낸 백업을 준 거 같아.」
가리킨 쪽에는 인간의 뇌간처럼 생긴 기계.
「백업이 있다면, 써 넣기만 하면 혼이 생기는 거 아냐?」
「…효과가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시도한 적이 없구나. 하며 수조에 손이 닿는 위치까지 간다.
「아이들은 말야. 태아일 때부터 여러 가지 경험을 해.
어머니가 말을 걸거나, 바깥의 소리를 듣거나, 호르몬의 양이 변하는 것에 따라 어머니의 감정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같아…
그래서 태어났을 때 이미 나름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유리에 손을 얹자 근처의 아야나미가 시선을 보낸다.
「게다가 뇌의 시냅스 형성과 유아기의 접촉자극은 필수적이야. 인공자궁 안에서의 속성배양으로는 그런 건 바랄 수 없겠지.」
분간을 할 수는 없지만, 이 중에는 세 번째 아야나미도 있겠지.
「이애들은 그런 경험도 하지 못한 채 몸만 큰 태아야. 그래서 영혼이 없어 보이는 거고.」
돌아서니 보이는 것은 무기물의 뇌수.
「세상에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
하지만, 가프의 방이라는 게 비어 있다면, 레이짱 이후에 태어날 아이들에게도 영혼은 없는 거잖아?」

예전에 아야나미들으 파괴를 보게 되었을 때부터 영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왔다. 아야나미에게만 있고, 아야나미들에게는 생기지 않은 것.
영혼이 하나에게밖에 생기지 않는다면, 내가 알고 지낸 두 명의 아야나미 중 어느 쪽이 영혼을 가진 아야나미였을까.
아니면, 내가 만나본 적은 없는 첫 번째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거의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 온도 차이를 느끼게 한 두 명의 아야나미. 그 온도차가 영혼일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나름대로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 실마리를 얻은 것은 다름아닌 리츠코씨에게 전해들은 마기의 이야기. 미세군 사도 전투 때였다.
인격이 휘발한다는 말이 왠지 세 번째 아야나미를 연상시켰다.
일단 기억은 있지만, 그에 따른 실감과 정서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기질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 세 번째에 대한 내 인상은, 스스로 경험하지 않고 기억이 통째로 주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느껴진 것이 아니었을까?
남에게서 받은 기억밖에 없어서, 「나는 세 번째」 따위의 말로 내치듯이 고백한 것이 아닐까?
그것은 아마 인격이 휘발되었을 경우의 마기와도 같았을 것이다.
두 명의 온도차에 대해 생각하다 또 떠오른 것이, 두 번째 역시 이곳에서 갓 나왔을 때는 같은 상태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최후에는 자폭까지 하면서 나를 구해주었던 두 번째 아야나미에게도, 세 번째와 같은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남은 점. 과거의 로그만 주어진 그릇. 그것이 세 번째의 아야나미가 아니었을까. 수조에서 나온 직후의 두 번째의 아야나미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두 아야나미의 결정적 차이는, 육체를 얻고 나서 체험한 시간의 차이밖에 없다.
/ 리츠코씨가 화이트보드에 그은 비스듬한 선. 선 자체는 실재하더라도, 그것이 나타내는 벡터는 그렇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영혼이란 그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의 과정과 인격형성의 궤적을 나타내는 어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초록(抄録, abstract)이 기억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도.
영혼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면, 지금 내 몸으로도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초호기를. 어머니가 응해주었을지도 몰라.
【에바 파일럿으로서의 적격성 없음】라는 통지를 받고, 아마 나는 한 번 절망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하고 있어도, 어머니라면 나를 알아봐 줄지도 모른다고, 마음 한 구석에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영혼은 없다.
그 결론은 결국 자신의 원망(願望)의 산물이다.
게다가 애초에 영혼의 본질을 알지 않는 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답이 없다면 그대로 스스로 생각해낸 대답이었다.

천천히 걸어간다.
「…이 세상에 영혼이란 게 없다면, 이애들이 밖으로 나오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장치의 아래, 거대한 유리 실린더.
「…이 세상에 영혼이란 게 있다면, 이애들에게만 영혼이 없을 이유가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태어나고 자라. 내가 지킨 아이들에게도 영혼은 있었어.
이애들에게도 영혼은 꼭 있을 거야.」
아마 이 장치는 사람의 기억을 보존하고 심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밖으로 나와서 경험을 쌓는 건 하나 뿐이면 충분해. 안 된다면 교환하면 괜찮아.」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하고 투명한 관을 건드린다.
「저번에 결혼식 때, 레이짱이 정밀검사를 받는다고 들었어. 건강 관리자인 리츠코…가 부재중인데.」
관 너머로 시선을 돌리자 리츠코씨와 눈이 마주쳤다.
「리츠코…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검사? 그런 것 치고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지. 리츠코…도 모르는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건 그 때였어.」

예를 들어 리츠코씨는 아까 영혼을 옮겼다. 고 말했다.
하지만 죽은 아야나미에게서 영혼을 옮긴다거나, 정지한 마기에게서 인격을 옮기는 것이나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휘발한 벡터 따위야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거기서 도출한 것은, 사실은 영혼을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던지, 아버지가 리츠코씨를 신용하지 못하고 있던지, 둘 중 어느 쪽일 것이다.
그것의 굴욕은 과학자로서의 리츠코씨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레이짱의 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었지?
그건 이애들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야.」
관을 우회하여 리츠코씨 쪽으로 걸어간다.
「초호기가 더미 플러그를 거부한 지금, 이애들의 중요성은 하락하고 있지. 잘못하면 이대로 파기될 수도 있어.」
리츠코씨가 눈을 피한다.
「충분하지는 못해도 속죄를 하기 위해, 이애들에게 미래를 주었으면 좋겠어.」
지나치기 직전에 멈춰선다.
「지금 바로 결정하라는 건 아니야. 모든 게 끝나고 나서라도 괜찮아. 그러니까 생각해 줘.」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리츠코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아이들에게 미소.
「레이짱, 신지군을 데리고 먼저 돌아갈래? 어른들은 앞으로 꾸밀 흉계에 관해 상담할 게 있어.」
「…네.」
「아직도 뭐가 남았어!?」
「왜냐면, 이것 뿐이어서는 리츠코…에게는 메리트가 없겠지? 그런 이야기도 해 두는 게 좋다고 생각되고.」
네 일이나 알아서 해. 라는 말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

「잘도 저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나불나불.」
아이들을 돌려보낸 뒤, 적어도 의자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3호 분실로 돌아가는 길.
리츠코씨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에에또、…무슨 거짓말?」
짚히는 구석이 너무 많아서…
「더미 플러그의 제작 의도.」
에바의 무덤으로 향하는 계단을 무시하고 앞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한 리츠코씨가 통로를 꺾어 돌았다. 이쪽을 신경쓰는 기색이 없다는 것 역시 불쾌감을 표하는 것이다.
「사실의 표층을 어루만지믄 그렇게 보여. 그렇게 보이는 걸 가르쳐준 것일 뿐이야.」
「대단한 사기꾼 납셨네.」
가는 쪽에 나타난, 곤돌라가 노출된 리프트에 올라탄다. 지름길인가?
아니, 리츠코씨가 그런 불합리한 행동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아마 오히려 멀리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어쩌면 내 마음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그래도 완전히 거짓말인 것도 아니지?」
뒤이어서 내가 올라타고, 하나뿐인 붉은 버튼을 리츠코씨가 눌렀다. 도중 하차는 없을 모양이다.
「그러니까 리츠코…도 끼어들지 않은 거잖아. 레이짱 때하고는 다르게.」
….
「…그래. 사령관에게 그런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 주문(呪文), 효과가 있어.」
주문이라. 에바 빙의 사도 전투 이후에 보낸 문자 얘기일 것이다.
그랬나, 효과가 있었나. 그런 아버지에게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단 건가. 의외로 머리 쓰담쓰담 해주면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리츠코씨.
리츠코씨의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반면 표정은 복잡해진다. 분노와 슬픔에 분함을 한꺼번에 가리려는 표정이 저런 표정일까.
….
사람 안색을 살피는 버릇은 도저히 고쳐지질 않는다….
리츠코씨를 시야에서 벗어나게 하자 눈 아래 에바의 무덤이 펼쳐진다.
「그래서, 언제… 알게 된 거야?」
「뭐가?」
「나하고, 그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면, 눈을 치뜨고 째려보고 있다. 부드럽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평가하는 것 같은 무자비한 시선.
「미사토에게 들킬 것 같은 기색을 보였던 기억은 없어.」
아뿔싸. 그 문자는 의욕이 지나쳤던 걸까. 리츠코씨를 상대로 너무 경솔했다.
서투른 변명과 발뺌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할 일에 있어 리츠코씨의 협력은 불가결. 불신을 받아서 좋을 게 아무 것도 없다.
……
설득력 있는 이유. 설득력 있는 이유. 설득력 있는 이유.
……
목적지에 도착한 듯 리프트는 멈추었지만, 곤돌라에서 내릴 분위기는 영 아니올시다다.
 ……

「……게히른의 인간관계에 대해 알 기회가 있었어.」
거짓말…은 아니다. 카지씨에게 건네받은 정보 가운데 그것을 암시하는 내사 보고가 있었다.
「……거기에다가 카스파 속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겹쳐 봤어. 그 이후로는 왠지 모르게…응?」
「문자에 떠보는 목적도 있었던 거야? 방심할 수가 없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저,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해.」
쓸데없는 수다를 떨었었구나…경솔했어. 보란 듯이 탄식을 하면서 리츠코씨가 곤돌라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리려고 하는데, 앞을 가로막고 멈춘 리츠코씨가 돌아보았다.
「카지군한테 거절당한 거, 정말이야?」
내가 이상한 얼굴을 했던 것일까. 리츠코씨의 표정이 풀렸다.
방금 걸로 퉁친 걸로 쳐 줄게. 라는 말씀을 감사히 받아들일 따름이다.

****

간신히 3호 분실에 도착. …미묘하게 먼 길이었던 것 같다.
요, 늦었잖아. 라는 카지씨를 리츠코씨가 흘끗 본다.
「카지군의 짓이구나. 미사토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게.」
「또 심기가 불편하신가봐아.」
공격의 화살이 빗나갔다는 걸 기뻐할 겨를이 없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
「조만간 사도전을 핑계로 해서 초호기를 부술 거야.」
「뭐! 무슨 생각이야 미사토!」
진정 좀 해. 라고 몸짓으로 제지하고, 옆의 의료용 침대에 걸터앉는다. 아야나미의 것인가?
「나, 인류보완계획을 박살낼 거야.」

내 눈앞에서 숨을 거둔 난민 어린이.
그런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노력해 왔다. 조금이라도 작은 피해로 사도전을 이겨냄으로써 많은 지역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드 임팩트를 막을 뿐이라면 필요없는 고액의 비용이 계상되었고, 사도전을 명분으로 유엔 예산은 난민 구호에는 인색해졌다.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도록 극비리에.
예를 들면, 존재하지 않는 마르두크 기관. 108개의 페이퍼컴퍼니가 청구하는 막대한 칠드런 선발 비용은 그대로 위원회의 비자금이 되었을 것이다.
대의명분을 위장하여 제멋대로 추진되려고 하는 보완계획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다.
빨리 그 계획을 좌절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짜여진 각본에 따른 아이들인 칠드런.
그런 끔찍한 것에 타기 위해서 태어나다니, 그렇게 불합리한 인생이 있다는 말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야나미는 문자 그대로 그것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아스카도 어릴 때무터 매서운 훈련으로 세월을 보낸 것이다.
두 사람에 비하면 낫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가혹한 일을 당하게 되었다.
무엇이 슬퍼서, 그따위 것 때문에.

인류보완위원회. 아니, 제레라고 불러야 하나.
그 비원(悲願)인지 뭔지를 쓸어 버리는 것이, 계획당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일 것이다.

바라보니, 어디서 찾아낸 것 같은 의자를 카지씨가 리츠코씨에게 권하고 있다. 나는 선 채로다.
「사령관이 집착하는 초호기. 그거야말로 보완계획의 핵심이겠지? 초호기를 파괴해서 보완계획을 망치자.」
그때 흰 에바들은 이호기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아니, 오히려 단순한 노리갯감으로 내버려두었다.
그 광란의 연회의 중심은 초호기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초호기를 잃고 계획도 틀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령관에게 거두어지는 게 내가 받을 메리트라는 거야?」
그럴 생각인데, 불만? 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니. 라는 대답.
「…그런데, 계획하고 초호기는 관계없어.」
주머니에서 궐련 케이스를 꺼내 한 개피 뺀다. 피워도 될까? 라는 제스처.
고개를 끄덕였다.
「위원회가 계획하는 의식은 릴리스, 롱기누스의 창, 12체의 에바로 진행될 예정이었어.
창이 없어져서 이미 파토난 지경이지만, 초호기는 관계없어.」
내뱉는 담배연기.
「그런데?」
마음 없는 척 하면서, 눈을 치뜬 시선은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 마음속은 초호기를 묻어버린다는 감미로운 유혹이 차지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갑작스럽게 내려진 계시를 얼마나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두뇌를 총동원했을 것이다.
작전과장이 얼마나 이용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흔들기. 그것이 이 정보가 아닌가.
태도와는 반대로, 리츠코씨야말로 초호기를 묻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독점하고 있는 물건을.

!?
잠깐 기다려. 창이 의식에 필요했다고? 확실히 의식 한창 와중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아버지는, 제레는 알고 있었던 건가?
창이 스스로 돌아오는 것까지 시나리오의 일부분이라니,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다.
….
「혹시 사령관은, 보완계획을 저지한 뒤에 그걸 빼앗으려고 한 게 아닐까?」
글쎄? 라고 말하는 리츠코씨.
무슨 소리야? 라는 카지씨.
「사도가 본부에 침임했을 때 사령관은 그걸 오보라고 은폐했어.
그때는 단순한 보신책인가 생각했지만….」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궁금했던 사실.
「제레와 그 시나리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이상하다고 느꼈어.
보완계획이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 그걸 은폐할 필요는 없지.
반대로 변칙적 사태였다면 오히려 보고는 필수였겠지 않아?」
또한 카지씨에 의한 아담 샘플의 부정유출도 분명히 제레에 대한 배신행위다.
「그러니까, 사령관이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
보완계획에 편승해서 무언가 다른 걸 꾸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말야.」
그 일 자체는 제레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통속인 네르프에 대해 부사령관을 납치한다거나 하는 비상식적인 수단을 취하지 않는다. 그건 거의 협박이다. 내가 카지씨에게 의뢰하지 않았으면, 후유츠키 사령관은 불귀의 객이 되었을 공산이 컸다.
「그런데 의식에 필요한 롱기누스의 창을 홀라당 써버린 거야.
게다가 사령관이 직접 지시하고, 위원회의 허가도 얻지 않은 이야기였잖아.」
내가 시도했던 것처럼, 위성궤도상에 에바를 전개하는 것은 가능하다. 당연히 입안하여 사령부에도 제출했다.
에바를 잃을 가능성은 있지만, 의식을 우선한다면 창의 사용은 있을 수 없다.
양산기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에바를 보존한다는 건 핑계거리도 못 될 것이다. 아버지의 복안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롱기누스의 창을 파기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사령관에게 창은 방해가 되는 게 아닐까?
겨우 작전과장을 구한다고 계획을 포기하면서까지 그걸 쓴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지.
핑계가 생긴 김에 내다버린 걸로밖에 보이지 않아.」
창이 방해가 되어서 계획을 저지하게 되었는지, 계획을 저지하고 싶어서 창을 파기한 것인지, 거기까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다면, 역시 사령관에게 제레의 시나리오를 수행할 생각은 없는 건가.」
물론 그것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식과 관계가 없는 초호기에 그렇게까지 집착할 줄은 몰랐다.
결국 아버지의 계획이 무엇인지는 상상밖에 할 수 없지만, 그게 뭐든 간에 편승하든 빼앗든 보완계획 자체를 박살을 내 버리면 계획을 수행할 길은 없을 것이다.

무언가 팔짱을 낀 채로 카지씨가 걸어온다.
그보다 앞질러 다가오는 탄 냄새는… 초연(硝煙―화약 연기)의 냄새인가.
무의식적으로 코를 당기는 내게 카지씨가 윙크.
위원회와 관련된 볼일이 있다고는 했지만, 꽤나 용감한 일이었던 것 같다. 혹시 손을 끊기로 한 것일까. 그것이 카지씨의 안전과 결부된다면야 기쁜 일이지만.

위원회와의 이야기….
「위원회에게 사문을 받았을 때의 인상으로는, 계획이 틀어졌다는 비참함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마실래? 라면서 내민 캔커피. 카지 씨, 이런 건 어디에 숨기고 있었던 걸까?
「롱기누스의 창이 없어도 의식을 수행할 수단이 있는 건가?」
받아든 깡통은 차갑다. UCC 오리지널은 따뜻하게 데운 게 최고인데.
1년 내내 여름인 일본에서 택도 없는 소리 마라는 표정의 카지씨가 또 한 개를 더 꺼내 리츠코씨 쪽으로 간다.
「그건…모르지.」
수상쩍은 듯이 받아든다. 캔커피는 싫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제레도 사령관도 아직 수중에 패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보완계획은 릴리스, 롱기누스의 창, 에바 12체를 통해 집행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때 초호기, 롱기누스의 창, 에바 9체를 이용해 진행된 보완은, 아버지에게 있어 예상외였던 것이 아닐까?
의식이 시작되면 창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의식의 발동 그 자체를 막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릴리스와 초호기, 그리고 9체의 에바다.
아담의 샘플의 존재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무언가 일이 되는 물건이었으면 카지씨가 쉽게 갖고 나올 수도 없었겠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나중에 할 수밖에 없다.

「사령관의 고집을 생각해 보면, 역시 초호기는 없애야 해. 그걸 의식의 비장의 패로 사용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으니.」
흘끗 쳐다보는 리츠코씨의 시선을 모른 척 했다.
「그래서 말이지 몇 가지 부탁할 게 있거든….」

****

에바 침식 사도는 융합당한 초호기를 자폭시킴으로써 섬멸에 성공했다.
이호기가 전개한 AT 필드 덕분에 제3신동경시의 피해는 없었다.

계속 つづく
2006.10.23 PUBLISHED
.2006.10.30 REVISED
..2014.07.01 TRANSLATED

원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拾六話

역자의 말

오랜만입니다. 반년 동안이나 연재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우선 고개숙여 사죄드립니다.
대학 2학년 들어서 전공 과목을 이제 처음 시작하면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약간의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하는 와중에 여유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일종의 정체성 고민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고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신지와 리츠코를 모두 낚은 미사토(역행신지)의 말빨이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읽으면서 다소의 위화감을 느낀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미사토 역시 네르프와 에바의 진실을 모두 완전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가분께서 마지막화 이후 후기에서 밝히신 내용입니다만, 우선 짧게 밝혀둡니다.

이번 회차는 분량이 문고판 기준 23페이지에 달했습니다. 다음에는 짧은 외전이 연달아 둘이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찾아뵐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1개:

  1. 어휴, 수고하십니다.
    번역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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