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3일 화요일

[번역]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15화

대나무 다발이 내리 찌르듯 쏟아지는 작달비 속, 제3신동경시에 3체의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렌즈 커버에 엉겨붙은 빗방울 때문에 영상 속의 모습이 부옇게 흐려 보인다.
그 덕분에, 그 어깨에 이전까지 없었던 글자가 덧붙어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호기는, 【 EYE_OF_E.V.E 】
초호기는, 【 FIELD_MASTER 】
이호기는, 【 ACE_STRIKER 】
저번의 대인사도 전투 한창 때, 그때 생각에 따라 엉겁결에 붙인 이름을 아이들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리츠코씨에게도 비밀로, 멋대로 써놓은 것이다.
전략자위대 조종사의 TAC 네임 같아서 정말 보기 좋지만, 보는 편은 언제 걸릴까 신경쓰여 정신이 없다(역자 주―아이들이 리츠코 몰래 별명을 써둔 것으로, 미사토는 언제 리츠코에게 걸려서 혼날지 몰라 떨고 있음).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 영상을 관할하는 휴가씨와, 리츠코씨가 주시하고 있는 마야씨의 단말기를 감시하거나 하고….


≪ 가속기, 동조 스타트 ≫
≪ 전압 상승중, 가압영역 진입 ≫
분할된 스크린 영상 속에서, 허리를 낮춘 초호기가 거창한 관을 짊어지고 있다.
그냥 보면 바주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길다. 에바와 비교해도 그 다섯 배. 200 미터에 가깝다.
≪ 강제 수습기, 작동 ≫
≪ 지구 자전 및 중력 오차 수정 0.03 ≫
이호기는 에바 전용 포지트론 라이플. 영호기는 실측 데이터 전달을 교환 조건으로 전략자위대 연구소에서 빌려온 자주식 양전자포와 스나이퍼 라이플을 편성하고 엎드려 쏴 자세다.
≪ 초전도 유도 시스템 가동 중 ≫
양 쪽 모두 초호기가 버티고 있는 관과 같은 물건을 엑스텐드 배럴로 잘 부착하고 있다.
≪ 약실 내 압력 최대 ≫
『미사토, 초탄의 데이터 제원, 나한테도 보여줘.』
「잠깐 만 기다려줘.」
휴가씨는 바쁘게 인터폰을 잡고 부발령소의 차석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당케.』
아스카가 그 데이터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초탄만 출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인사도 전투에서 아야나미가 보여준 터널링 현상의 활용. 그 유효성을 인정받아 포지트론 라이플의 정식 운용 방법으로 채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권 내에서 포지트론 라이플을 연사하는 경우에, 그 초탄의 출력을 조정하여 목표에 겨우 도착만 할 정도로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대기권을 돌파할 정도의 출력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즉 초탄은 패스파인더(pathfinder)고, 목표까지 도착하는 데만 전념하는 것이다.

≪ 최종 안전장치, 해제 ≫
≪ 해제 확인 ≫
츠쿠바(つくば; 관동 이바라키 현에 있는 동네 이름) 연구소에서 일시적으로 파견 나온 기사들이 자주식 양전자포의 관제를 맡아 주고 있다. 덕분에 시작이 빠르다.
≪ 모두 발사위치 ≫
지상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화면이 제각기 선명함을 찾아갔다. 마기의 손으로 틈을 내서 화상 보정이 걸리기 시작한 것인가.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동박새 밀어내듯이(メジロ押しで; 동박새가 빽빽하게 여럿이 모여 몸을 몰아치는 습성이 있는 데서, 물건이나 사건이 연달아 밀려오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 전문용어로 설명을 들었지만,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 …디컨벌루션(deconvolution)이란 게 도대체 뭐야?
「각기, 조준 좋고.」
보고하는 휴가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을 보았다.
분할된 표시 중 가장 크게 비추어 주는 것은 날개를 펼친 빛의 새.
제17감시위성에서 최대망원으로 보낸 정신오염사도의 모습이었다.
「좋아, 컴뱃 오픈(combat open).
UN 공군기의 고고도 도달과 동시에 각자 타이밍으로 공격 개시.
에바 각기, 유 해브 트리거(You have trigger; 항공 용어 You have control의 패러디)―.」
『『『 아이 해브 트리거(I have trigger; 역시 항공 용어 I have control의 패러디). 』』』
기존의 병기체계에 들어맞지 않는 에바의 운용은 암중모색이라고 해도 좋다.
인간형 병기인 이상 어느 정도는 육군의 시어리(theory; 이론)가 통용되지만, 그 이외는 임기응변으로 대응이 필요했다.
≪ UN 공군기, 작전고도까지 앞으로 10 ≫
UN 공군은 이 작전을 위해서 2개 비행 중대를 투입해 주었다.
지난 세기에는 F-15를 편성하고 있던 그 부대는, 이제 스웨덴에서 들여온 그리펜(JAS 39 Gripen; 1996년에 도입된 스웨덴의 4.5세대 다목적 전투기)으로 재편성되었다고 하던데.
「장약용 N² 폭뢰, 점화 준비.」

≪ UN 공군에서 입전, 스테이지 온 ≫

『점화!』
바로 그 순간, 초호기가 짊어지고 있던 관 앞쪽에서 원통형의 물체가 여럿, 무서운 기세로 사출되었다.
N² 폭뢰다.
초호기가 짊어진 관. 그 정체는 제3신동경시 등지에서 사용되는 직경 5 미터 정도의 하수관이다.
그것을 AT 필드로 보강하고 연결한 뒤, 내부를 진공·무중력화하여 직석 캐터펄트로 만들었다.
N² 폭뢰 한 발을 장약으로 씀으로써, 계산상으로는 위성궤도를 타격하는 박격포가 될 것이다.
분열사도 전투에서 본 바, 관 모양으로 전개한 AT 필드 안에서 N² 폭뢰가 점화되자 하늘을 꿰뚫는 빛의 기둥으로 변한 것을 힌트로 하여 떠오른 전법이었다.

≪ UN 공군 비행중대, N² 항공폭뢰 사출 확인. 이쪽의 촉뢰 예정과의 오차, 마이너스 영점 02 초 ≫
그리고 국제연합군에게 요청한 N² 항공폭뢰가 배후에서 사도를 노린다.
원래는 군사위성 파괴용으로 개발된 에이새트(ASAT; Anti-SATellite. 대위성 공격 무기)를 돌려 사용한 N² 항공폭뢰는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대형 미사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후의 순간에 클러스터 폭탄처럼 탄두를 털어내니까, 어디까지나 폭뢰라고는 하지만.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 1983년에 미국 대통령 레이건이 발표한, 우주에 배치한 무기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의 입안자도, 에이새트의 개발자도, 사도 같은 미증유의 목표에게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N² 폭뢰군, 사도 접근까지, 5・4・3・2」
이호기가 포지트론 라이플을 연사, 영호기가 반 박자 늦게 포지트론 스나이퍼 라이플을 쏘았다.
각각 총신 앞에 장착한 관에는 불활성 기체를 봉입하여 위력 감쇠를 낮추고 있다.
「・1・기폭!」
제08감시위성에서 송신되는 열처리 화상 속에서, 빛의 새가 구뢰(球雷)와 같은 폭광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 빛은 나란히 반구로 깎여나가고 있다. AT 필드인 것이다.
물질이 희박한데다 대부분이 플라스마화되어 있는 우주공간에서는, 핵도 N²도 그다지 효과적인 병기가 되지 못한다. 이건 예고편이고, 본편은 그 다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폭압으로 요동치는 상전이공간으로 한 줄기 광선이, 복수의 광탄이 덮쳐든다.
….
그러나 스크린에 비치는 빛의 새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안 됩니다. 이런 원거리에서 AT 필드를 뚫어버리기에는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기라는 장애물이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하전입자들이 보유한 전하에 의해 상호 반발하여 급속히 확산된다. 이 거리에서는 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도 어려울 것이다. 

위성궤도상의 사도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 수단을, 에바는 아직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현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포진을 한 것이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남은 수단은, 중력 차단을 사용하여 에바까지 나가던가, …창 같은 것을 쓰던가….
「전기, AT 필드를 방어로 전개.」
라져. 라고 아이들이 대답하고, 각기 들고 있던 하수관 따위를 떨어뜨렸다.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나뒹굴어 발생한 굉음은 발령소까지 닿지는 않는다. 겨우 빈 깡통을 뿌려서 나는 소리 정도, 마기가 예측하고 선택 계수 처리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쪽은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 안, 비구름을 날려 보낸 하늘의 화상을 주시한다.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이지만, 저 너머에 사도가 있다.
정신오염사도가 어느 에바를 표적으로 삼을지, 이 시점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여튼 상대의 공격을 견뎌내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3기가 일시적으로 AT 필드로 막아내면 좋을 텐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화상의 중심이 빛난다. 순식간에 밀어닥치는 빛의 격류에 화면이 화이트아웃 했다.
외륜산에서 관측하여 제3신동경시로 보내는 다른 화상. 위성궤도에서 내려오는 핀 스포트(pin spot; 연극에서 인물을 쫓아다니는 스포트라이트)가 보인다.
「적의 지향성 무기인가?」
「아닙니다. 열에너지 반응 없음.」
감시카메라가 쫓는 영상의 끝, 비추어진 것은 에바도 무엇도 아니고, 제3신동경시를 가로지르는 대로의 한 귀퉁이였다.
….
목표를 놓친 건가…? 사도가…?
아니다!
돌연 발령소를 비추는 빛의 힘줄은 망설임 없이 내게로 쇄도했다.
사도의 목표가, …설마, 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몸을 비추는 빛은 몸의 표면에서 끌러나가, 가느다란 철사처럼 변하여 침입해 들어온다.
아픔은 없다. 아픔은 없지만, 자신의 껍질을 억지로 벗겨내는 듯 한 불쾌감은, 마음이 직접 느끼고 있는 것인가.
온몸의 모공을 통하여 침입한 철사는 몸속을 헤집으면서 중심부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는 지금, 그것은 육체적 의미의 감각은 아니다.
마음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중추에, …도착한 것인가?
「…마음속으로 들어올 들어오려는 건가?」

…암음(暗闇)의 가운데, 질러 들어오는 빛줄기. 압박과 개방. 아직 열리지 않는 눈꺼풀 위로 덮쳐드는 폭력적인 빛의 소용돌이. 주위에서 사라져 가는 온기. …빼앗긴 안녕.
느닷없이 떠오른 그것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고통이었다. 낙원에서 추방되었다는 것에 대한 절망. 리어 왕의 대사(When we are born, we cry that we are come. To this great stage of fools. 우리가 태어나서 우는 것은,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등장한 것이 슬프기 때문이다; 《리어 왕》 제4막 6장)를 실감할 정도다.
기억할 수 없는 경험에, 억지로 쥐어짜낸 눈물이 안와에 고인다.

「…이런 기억이!?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건가….」
영 좋지 못하다. 이대로 기억을 파헤쳐져서는, 무의식중에 무슨 말을 지껄이게 될지 알 수 없다.
『 …사도가 심리공격? 설마 사도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가?… 』
『 …광선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역자 주―원작에서는 미사토의 대사)
『 …가시광선 파장의 에너지파입니다. AT 필드에 가까운 것이지만, 상세한 것은 불명입니다…. 』
주위의 목소리가 멀다.
결사적으로 과거의 영상에서 시선을 돌리고, 현실의 시야를 더듬는다.
어째서. 어째서.
손이 닿는 범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주머니에 손수건이 있을 것이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질타하며 잡아 꺼낸 산앵두색(朱華色)의 그것을 입에 쑤셔 넣는다.
너는 울보니까, 손수건이 아무리 많아도 남아돌지 않겠지. 라고 아스카가 골라 말해준 승진 축하.
그 기억과 함께 힘껏 손수건을 깨물자, 오른쪽 어금니의 의치가 삐걱거린다.
다시 희미해지기 시작한 시야 가운데, 가까이 다가오려는 휴가씨를 몸짓으로 말렸다.


다음에 파헤쳐진 것은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가 에바에 집어삼켜졌을 때의 기억.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아버지의 등.
아내를 죽인 자의 아들이라고, 힐문하는 목소리.
발로 차 무너뜨린, 모래 피라미드.
3년 전의 성묘. 도망쳐버리고 난 뒤의, 께름칙함.
처음으로 제3신동경시에 왔을 때의 기억은, 눈깔사탕을 우물거리듯이(飴玉をしゃぶるように;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끈질기게 반복한다는 관용어) 공들여서 재현되었다. 만약 몸의 감각이 있었다면,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과거로 되돌아간 것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토우지에게 맞은, 아픔.
엔트리 플러그에 두 명을 태웠을 때의, 불쾌감.
검은 양복쟁이에게 끌려갈 때의, 무력감.
아야나미와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
미사토씨가 만든 카레의, 맛.
아야나미에게 얻어맞은, 놀라움.
하전입자포의, 열.
아스카가 후려갈긴 뺨의, 부기.
「개운치 않네.」
이제 와서 새삼 이런 걸 보여 준다고 해서 어쩌라는 거야
세계를 멸망시켰던 내가 이 정도로 겁이라도 낼 거 같아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는 듯 사람의 기억을 낚시하는 것처럼 어지럽히던 빛의 바늘이, 깊숙한 아랫목에 잠겨 있던 먹잇감을 건드린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에바.
꽉 쥐어 으스러뜨린, 엔트리 플러그.
실려 나오는, 토우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뭘 하려는 거야 뭘 보려는 거야 뭘 원하는 거야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으스러뜨린,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으스러뜨린,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으스러뜨린,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그거냐! 네가 원하는 게 그거냐고! 보고 싶으면 봐도 좋아! 갖고 싶으면 가져가 버려도 좋다고!
그런 건 죄 축에도 들지 못해 닳아 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후회했던 기억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 해
….
…그런데도,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째서일까?
눈물이 흐르는 감촉만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야나미의 무리를 본, 충격. 카오루군을 으스러뜨린, 감촉. 아스카를 더럽혔다는, 죄악감.

마음에 들어? 즐거워? 그 기억이 재미있어?

싫증이 난 것인지, 문득, 내버려둬 버리는 감촉.
기왕이면 가져가 버렸으면 좋으련만, 다 파헤쳐 놓고 눈앞에 내팽개쳐 버리다니….

붉은 바다.
「기분 나빠.」
거절의 말. 이별의 말. 최후의 말.
붉은 바다. 하얀 모래톱. 붉은 바다.
그렇다 세계를 멸망시킨 죄인이라면 이런 데 있어야지
붉은 바다. 하얀 모래톱. 붉은 바다. 검은 하늘. 붉은 바다.
단죄하다 단죄하다 단죄하라!
붉은 바다. 붉은 바다. 붉은 바다.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아야나미.
아스카의 목을 조르는, 이 양손.
최대의 죄의 기억조차 눈 깜짝할 사이에 내버려둬 버리고, 더욱더 깊숙한 곳을 찾아 뒤지는 기색. 불쾌감.


……

하얀 방. 껴안은 무릎.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미사토씨…?
마음을 닫고 있었을 때의 그녀가, 초점 없는 눈동자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신 누구야』
…나는… 이카리 신지…
『그 이카리 신지가, 내 몸에서 뭘 하는 거야』
이건 일부러 그런 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뭘 해도 괜찮다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뭐 입을 다물고 앉았어』
멱살을 움켜쥔다. 찌를 듯한 시선.
이 격렬함 확실히 이 사람은 미사토씨다
『사람 몸을 멋대로 가지고,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있잖아!』
…속죄를
『속죄르을? 흥, 과연 그러네. 인류를 멸망시키다니, 더 없이 극악한 사람이잖아』
버림받았다.
『그래서? 그 극악한 사람은 막가는 김에 아예 내 몸을 빼앗아 간 거네.』
다르다
『뭐가 달라. 죄를 갚고 싶다면 자기 몸으로 하란 말이야.』
그렇게 말해 보았자
『반성하는 기미가 없네. 죄의식 따위 있지도 않잖아. 속죄라니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내 몸을 빼앗고 있기 위한 핑계지』
다르다
『젊은 한창 때를 13년씩이나 가로채고! 물론 즐거우셨겠지』
하지만 미사토씨가
『남 탓 할 생각이야! 빈집털이꾼이 집주인한테 따지고 있어?』
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
『도둑이 배짱을 부린다는 건 널 두고 하는 말이네』
그만두세요
『왜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나만 나쁜 것도 아니잖아!  나 역시 피해자야!
나쁜 건 세컨드 임팩트를 일으킨 사람들이지! 서드 임팩트를 계획한 놈들하고!
『그런 식으로 금방 남 탓이나 하고! 네 마음만 굳세게 먹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그만두세요 그만하세요 부탁이니까 나를 상냥하게 대해줘요
『무슨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내게 상냥하게 대해줘요 상처 입히지 말아요
『그쪽이야말로 상처 입은 척 하는 거 그만둬』
척이 아니야
『「세계를 멸망시켰던 내가 이 정도로 겁이라도 낼 거 같아」라고 했지?
정말로 상처받은 인간은 이런 말 안 해 』
그래도 그런…
『「그런 건 죄 축에도 들지 못해」 아니었어?』

『아주 입에 붙었어. 이봐, 역시 거짓말 아냐?』
거짓말이 아니야
『아니 너는 거짓말쟁이야 이거 봐!』
「나는 카츠라기 미사토. 너를 마중 나왔어.」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지금의 내가 카츠라기 미사토인 것은 거짓말이 아니야
「미안……해.」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확실히 내 성격을 역으로 이용하긴 했어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야
「아이들을 싸우게 하지 않고 끝낼 가능성이 1% 라도 있었는데」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로 적격성 검사를 받았었다고
「할 수 있을 리 없어. 나도 무서운 걸…….」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무섭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부탁밖에 할 수 없어……. 싸워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것 밖에.」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내가 원하던 말이었어
「만약의 일이 벌어지면, 나츠미짱에게는 뭐라고 말하면 되는 거니?」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나츠미짱의 얼굴이 떠오른 건 사실이야
「나는 리츠코를 좋아해. 존경하고 있어.」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리츠코씨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지금까지 간신히 해온 것은 그 사람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야
「고마워. 감사의 말이야.」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야! 거짓말이 아니야! 거짓말이 아니라고! 감사하는 마음에 거짓은 없어!!
『거짓말쟁이는 변명도 잘 하네. 그럼, 이건 어때?』
「세컨드 임팩트 직후의 이야기, 해 줬었지? 이런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경험이 아니잖아. 거짓말쟁이』
……윽!
「나 말이지, 세컨드 임팩트 때 남극에 있었어.」 
『이것도 그러네. 거짓말쟁이』
……
「그 뒤로도 여러 가지로 고생했어. 그 당시의 나는…, 레이짱과 같았던 게 아닐까 싶어.」
『이것 봐, 거짓말쟁이』
……
「아버지를 죽인 사도에게 복수하고 싶었어. 세컨드 임팩트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고 싶었어.」
『역시, 거짓말쟁이』
……
「미안해. 내가 할 수 없었던 걸 신지군이 해 주는 것 같아서, 기뻤어.」
『거짓말쟁이』
……
「그 애는, 에바에 타기 위해 건져진 존재. 아야나미 레이라고 이름을 붙이기 전에, 번호부터 붙여진 아이야.」
『거짓말쟁이』
……
「뭐, 확실히 토우지…군의 말대로.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건 조금 어려워.」
『거짓말쟁이』

「누구를 선택해도 똑같다면, 기왕이면 본인도 하고 싶어 하고 나하고 안면도 있는 애가 좋을 거 같았어.」
『거짓말쟁이』
……그
「작전 중에 발령소에 없었던 건 내 책임이야.」
『거짓말쟁이』
……그만
「『!…………』…
……
어? 방금 뭔가 위화감이…
『생각해? 여유롭네.』
무엇인가 아까까지와…… 다른 듯한?
『어떻게 된 거야? 변명은 끝? 제대로 변명해 봐. 거짓말 아니라면서?』
비난하는 방법을 바꾸었을 뿐? ……인 건가?
『그게 아니면, 이제는 거짓말하기도 지친 거야?』

……어쩔 수 없는 거야 진실을 말한다고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머, 반항?』
거짓말을 해서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이번에는 정색?』
그래! 정색했어 세계를 망친 장본인이니까
우물쭈물 후회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하고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쓰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지킬 거야
『거창한 각오 하셨네.』
사람을 상처 입히기 싫다고 해서 등을 돌리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사람을 상처 입히게 되는데
도망치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아
그것이 거짓말이어도 우선은 곁에 있다는 것이 소중해
사람에게는 곁에 있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걸 위해서 내 몸을 빼앗아 간 거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지만 이 기회를 최대한 사용할 테니까
『훌륭한 결의.』
아직 몸을 돌려주지 않은 지금 이 몸은 내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일을 마칠 때까지 지금 돌려주면 돌이킬 수 없어
『사과할 생각도 없네.』
사과하지 않아 아직은 사과하지 않아 지금 사과해 보았자 그것은 기만이야
『좋은 각오야.』
미사토씨가 나쁘다 마음을 닫은 채로 이 몸을 내 멋대로 쓰게 만든 미사토씨가!
『내 탓을 하는 거야!? 책임전가를 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
미사토씨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이렇게 힘들지도 않을 텐데
당신이 힘을 빌려주었다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을 텐데
……
적어도 함께 있어 주었다면 이렇게 불안하지 않을 텐데
『징징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징징대지 않아!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하지 않아!
의지가 되지 않는 미사토씨에게 불평했을 뿐이야!
내가 내가 카츠라기 미사토를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사소한 것 때문에 전부 망쳐 버리지 않을까 살얼음을 밟는 느낌으로 지내 왔는지 조금은 알아준다면 벌을 주거나 할 것까지는 없잖아!
『징징대는 거 맞네.』
지금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그래서 나는 이 몸을 빌려서 세계를 구할 거야 그 전까지는 돌려주지 않아 그 전까지는 사과하지 않아!
『……그래. 끝나면 돌려주는 거지?』
물론
『끝나면 사과하는 거지?』
당연하잖아
『……그럼, 잠깐만 빌려 주도록 할게.』
에에!?
……
……괜찮아요? 미사토씨….
『괜찮건 아니건 어쩔 도리가 없잖아』 
……하지만
『아아 정말! 정신 좀 차려, 이카리 신지!』
네 네에!
『네가 속죄하려는 것과 비교하면 별 대수로운 잘못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도
『네가 하는 것 모두 다 봤어. 가슴 쭉 펴고 세계를 지키라고.』
미사토씨…….
『도망치면 안 돼요.』
……네

은의 로자리오를 건네받았다.
새삼스럽게 직접 건네받은 은색의 그리스 십자가는 짐짓 무겁게 느껴졌다.

……
미사토씨 당신이라는 사람은 역시…….
아니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가
미사토씨가 어떻든 내가 해 나가려고 하는 것과는 관계없어

어디선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


****


정신오염사도는 영호기가 투척한 붉은 창으로 섬멸되었다고 한다.

계속 つづく
2006.10.16 PUBLISHED
2006.10.20 REVISED
2013.07.23 TRANSLAT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拾伍話

역자의 말

열흘 만이군요. 저는 곧 수강신청기간이라 이것저것 알아는 보고 있습니다만, 영 거시기하네요. 평가가 좋은 강의는 시간이 곤란하고, 시간이 그럴듯한 것은 너무 빡빡하고…….
봄학기 때 핵심교양을 듣지 않아 가을학기 때는 들어야겠는데……. 이래저래 더위 속에 고민하는 7월 말입니다.

"동박새 밀어내듯이"라는 표현이 실감이 나지 않으시면, 오른쪽 사진을 봐 주세요. 원저자분께서 보내 주신 사진입니다. 귀엽지 않습니까.

댓글 8개:

  1. 우연히 구글 검색을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그 동안 번역기와 얼마 안 되는 일본어 실력으로 보고 있었는데 매끄러운 번역을 보니 반갑군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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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참고로 원저자분께 허락을 받고 이메일로 서신교환을 하면서 번역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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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네요. 근래 읽은 에바 팬픽 중에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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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 저도 혼자 읽기 아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원저자분께 연락까지 해 가며 번역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학교 생활이 바빠서 몇 달 동안 번역을 쉬고 있네요. 빨리 종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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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종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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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종강은 했습니다만, 이런저런 일들 정리 때문에 좀 늦어지고 있습니다.
      팬픽 번역은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에 재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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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렇게 재밌는 팬픽이 여적 진행이 안되다니...ㅠ
    원문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나!

    하루만에 독파했습니다.
    수고 감사드립니다!

    학점은 뭐... 어깨 힘 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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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다음화의 초벌번역을 끝내고 교열 및 원저자분께 이메일로 잘 모르는 점을 질문.. 하는 단계입니다. 몇달만에 일본어 번역을 잡으니 번력이 아무래도 예전같지 않네요 ㅎㅎ 감각 되찾는데 좀 걸리겠어요.

      일단 다음화는 본편은 아니고, 비교적 짧은 외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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