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번역]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간 #5

성탄절 파티 준비를 위해 쇼핑 나온 백화점.
파티 준비를 위한 쇼핑이 끝난 뒤에는 자유행동이라고 하여 다들 흩어져 버렸다.

우선 파티 상품 매장으로 되돌아와서 트리용의 전구 장식을 구입했다. 여흥용이기 때문에 깜빡이는 기능이 없는 싸구려로 충분하다.

다음에는 시계 매장에서 회중시계를 고른다.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3개, 각각 다른 색깔로 발주한다.
어른의 첫걸음은 시간을 엄수하는 것으로부터라는 의미에서.
손목시계로 고르지 않은 것은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시계 자체가 유행하지 않기도 할뿐더러, 패션으로서도 회중시계 쪽이 낫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고양이 상품 전문점, 팬시 숍, 신사복 매장, 스포츠 용품점, 밀리터리 매니아 납품점을 돌아다니면서 성탄절 선물을 선정했다.
원예 코너도 일단 가보기는 했지만, 결국 구경만 하다 말아 버렸다. 시판의 토양 개량약이 내열 완충용액으로 인한 오염에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의문이었으니까.

가게 전체가 크리스마스 일색이었다.
겨울이 없어진 이 나라에서, 사도가 밀려오는 이런 때에, 기독교인도 아닌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지금은 그 강인함이 조금 좋다.

집합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전망 플로어의 찻집에 들어갔다.
창을 통해 밖을 볼 수 있지만, 주위의 빌딩에서는 이쪽을 볼 수 없는 장소. 입구가 보여서 가게 내부를 전부 볼 수 있는 장소를 골라잡는 건 직업병일까.
자몽 주스를 마시면서 가게 전체를 시야에 넣어 본다. 함부로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전체 상으로서 감시한다. 역시 육군에 있을 적의 버릇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게 입구를 가로지르는 사람의 그림자. 통로를 지나친 사람은 토우지와 호라기씨와 나츠미짱이었다.
가지고 있던 짐은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용일 것이다.
여동생 동반이라니 저건 영 좋지 않지만, 두 사람 사이는 그 나름대로 진전 중인 것 같다.
발 벗고 나서 도와준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

아스카의 생일 축하.
12월 4일은 금요일이라, 사람이 모이기 쉽게 파티는 토요일로 했다.
14개를 세워놓은 촛불 불어 끄기도, 선물 증정도 끝나고, 모두들 포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른들은 저녁에야 올 예정이었기에 지금은 아이들뿐이다.

「불러 주셔가 감사합니데이, 미사토씨.」
「에에. 일단, 저기에 앉아.」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내게서 비스듬하게 건너편인 호라기씨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얼굴이 새빨갛게 된 호라기씨가 몸을 딱딱하게 굳히지만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표정을 보면 안다.
저번의 승진 축하 때는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그 이후로 토우지와 호라기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파티 시작 무렵부터 계속 침착하지 못한 모습의 호라기씨를 보고 무언가 느낀 점이 있었다.
거동이 의심스럽다고 해도 좋다.
아스카에게 가만히 의견을 물어 봤는데, 본인은 들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한다.
의향을 묻고 나츠미짱을 끌어들여서, 최종 확인할 생각으로 이렇게 자리를 배치했다.
호라기씨가 신경쓰는 상대가 누구인지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다.
토우지가 그걸 전혀 깨닫지 못한 것 역시 틀림없지만.
한때의 나라면 절대로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감개가 무량했다.

셔터 찬스를 노리는 켄스케를 눈빛으로 견제한다. 지금 요란하게 신명을 돋워 대서야 영 재미가 없다.
의외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켄스케는 모르는 척 시침 뚝 떼고 피사체를 오늘의 주인공으로 돌렸다.
켄스케가 칭찬을 남발하며 사진을 찍어대자 아스카는 만족하고 기뻐하는 것 같다.
최악의 첫 만남을 가지지 않아서 그런가, 아스카와 토우지, 켄스케의 사이는 한때의 옛날만큼 나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토우지, 켄스케가 옆에 있을 때는.
호라기씨에게 신지의 중재가 아스카에 대한 토우지, 켄스케의 평가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지금 나츠미짱에게 요리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받던 참이었어.」
「미사토씨한테예?」
토우지가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나츠미에게 시선을 옮긴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레이. 네르프 작전 부장님한테 그럴 시간이 어디 있노?」
「말도 한번 못 해보나. 미사토 언니야가 만든 요리, 진짜 맛있으니까 안 카나. 내도 이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오빠야도 맨날 여자는 가정적인 게 제일 좋다고 캐놓고.」
어째서인지 얼굴의 붉은빛이 늘어난 호라기씨가 양손을 뺨에 갖다대고 있다.
「니 바보가. 아직 곤로도 제대로 몬 키는 주제에 니한테 무슨 요리를 맽기노.」
「그래그래, 싸우지들 말고. 토우지…군도 무조건 부정하지는 말아. 나츠미짱도 오빠가 어디까지 생각해 주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 봐.」
머리를 긁으면서 황송해하는 모습은 남매가 꼭 닮았다.
「뭐, 확실히 토우지…군의 말대로.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는 건 조금 어려워.」
거짓말. 이라고 할까, 말 바꿔치기다. 애초에 요리를 가르치는 데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 호라기씨가 대신 가르쳐 주게 되었어.」
「반장이 해준다고예?」
솔직하다고 할 수는 없는 편인 호라기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하는 데는 꽤 애를 먹었지만.
「그러니까, 주 2회. 나츠미짱의 마중을 토우지…군이 해 주면 어떨까 생각하는데」
「내사 문제될 거 없지만…, 반장은 괜찮나. 귀찮게 하는 거 아이고?」
「으응. 그렇지 않아. 요리는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어. 코다마 언니도, 노조미도, 요리 같은 것에 흥미가 없으니까 그럴 기회도 없고.」
그라고 보이 반장이 가져온 도시락은 맛있다고들 카더라. 라고 말한 토우지가 무엇인가 생각에 잠겼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일으킨 나츠미짱이 그것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좋은 여동생을 뒀다, 토우지.
내가 고생한 거, 알아요? 미사토 언니야. 그렇댄다, 토우지. 알고말고, 나츠미짱. 뼈와 살에 스미도록 잘 알지(역자 주―‘그렇댄다’부터는 신지 as 미사토의 마음 속 소리).
「그렇나. 그렇다면야 잘 부탁한데이, 반장.」
「으, 응♪」
「어머, 토우지…군. 친구로서 부탁을 하는데, 직책명으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엑, 앗. 그기 그레 되나요. 미사토씨.」
에에. 라면서 끄덕였다.
과연, 듣고 보니 그건 그렇네예. 라면서 토우지가 목 언저리에 손을 짚고 있다.
「그, 그라문. 호라기…씨!」
「네 네에!」
으~음. 토우지로서는 최대한 양보한 것이겠지만, 아직이겠지.
「친구잖아? ‘씨’ 붙이면 이상하지 않아?」
「에, 예? 그래도, 여자 이름을 마 경칭생략하고 하는 거는 이 아무래도….」
「오빠야, 남자답지 못하데이.」
「마 시끄럽다! 닌 조용히 하고 있으라.」
얼굴을 새빨갛게 한 호라기씨가 눈을 치켜뜨고 토우지를 바라보고 있다.
….
탁자 위에서 깍지 낀 손가락에 턱을 실었다. 시선은 토우지에게.
「소중한 나츠미짱을 맡길 수 있는 친구라는 거지? 특별한 상대라는 거 아니야?」
토우지가 나츠미짱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츠미짱이 어째서인지 【귀여운 여동생 아우라】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구나. 라며 머리를 긁는 토우지.
토우지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나츠미짱이 엄지를 세우는 것이 보였다.
정말 사이좋은 남매라니까.
일찍이 토우지에게 얻어맞은 게 당연하다고 지금 와서야 생각한다.
「그, 그라면. 호라기…. 나츠미를 잘 부탁한다.」
「이, 이쪽이야말로. 성심성의껏 도와줄게.」
서로 얼굴을 새빨갛게 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마치 사랑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기다리고 있던 켄스케가 프레임에 그 장면을 빈틈없이 담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자, 그럼 난 돌아가니까.」
이것은 병사들이 꿈꾸던 자취(역자 주―兵どもが夢の跡。후술하겠음). 거실도 식당도 굉장한 상태다. 더러워진 식기만 물에 담가 놓고, 뒷정리는 내일 하도록 하자.
「카지씨. 오늘 자고 가면 안 돼요?」
오늘의 주인공은 기분이 썩 좋은 모습.
밤도 늦었으니까, 아스카의 제안은 나쁘지 않다. 동의하는 듯 신지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아야나미는… 관심이 없겠지….
「내일 아침부터 일이 있어서 말야.」
「에~? 재미없~어! 으~응, 카지씨는 정말….」
아스카가 옆에 붙은 채 현관으로 사라졌을 카지씨가 느닷없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깜빡 잊을 뻔 했지 뭐야, 카츠라기는 8일이었지. 그날 나 여기 없거든.」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내자마자 툭 집어던진다.
「축하한다고요. 그럼, 또 보자고.」
던진 상자를 반사적으로 받은 것을 확인하더니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 다시 모습이 사라진다.
하필 오늘, 아스카의 생일 파티날에, 일부러 앞당겨 내 생일 선물을 줍니까. 하여튼 저 사람은.

아마 한동안 망연한 채로 있었을 것이다.
퍼뜩 정신이 들면, 당장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기세의 아스카가 눈앞에 버티고 섰다.
「미사토, 무슨 일이야?」
「카, 카지 같은 거 하고는 아무 일도 없어!」
재빨리 뻗어 나온 오른손이 꿀밤을 먹인다.
「그런 거 물은 적 없어.」

이마를 누른다. 꿀밤 때리는 요령이 없는 모양인지, 정말 아프다.
「아스카…짱, 아파.」
「8일에 무슨 일이 있길래?」
가운뎃손가락으로 꿀밤 자세를 취하면서 강요하는 것은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

「…생이….」
「비― 비테(Wie bitte; 못 알아들었을 때 하는 말)!?」
자타 공인 천재인 아스카가 단순히 감정이 격앙되어서 일본어를 잊거나 할 리는 없다. 계산적으로 위협효과를 노린, 아스카 나름의 분노의 표현이었다.
「…생일….」
「안・들・린・다・니・까!」
양손으로 꿀밤 자세를 취하면서 강요하는 것은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
「…내 생일….」
가차 없이 연속으로 때려 박는 꿀밤.

이마를 누른다.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 일 가만히 있었던 거야!」
솔직히, 그냥 잊고 있었다.
이미 내게 있어서 2001년 6월 6일도, 1985년 12월 8일도 중요한 날짜는 아니었다.
내 일도 여러 가지로 그렇고, 아무래도 그런 데 얽매이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말해서 납득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스카는 정말로 화내고 있다.
….
「…여자의 서른 번째 생일은 축하하는 게 아니야.」
요 전날 리츠코씨의 생일 축하를 기획하려고 할 때 들은 말을 그대로 써먹었다(역자 주―리츠코 생일 11월 21일).
「그, 그런 게….」
그러자마자 아스카가 당황한다. 표정을 얼버무리려고 하고 있지만, 연민의 기색이 명백하다.
그런 반응은 또 그것대로 슬퍼, 아스카.
「마음만 고맙게 받을 테니까, 가만히 두어 줄래?」 
이것도 리츠코씨에게 들었던 말이다. 주는 건 감사히 받겠지만. 이라는 말도 함께 들었지만.
「그, 그렇네. 그러면 될지도…. 으, 응. 내, 내가 잘못했어.」
나 이제 잘 거니까, 그럼 쟈, 구테 나흐트(Gute Nacht; 영어의 Good Night). 라면서 허둥지둥 도망가는 아스카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우스꽝스러웠다.
「저, 저도요! 안녕히 주무세요.」
가만히 일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던 아야나미를 잡아끌고 신지도 도망친다.
델리커시가 상당히 자라 있고, 기분 전화도 잘 되는 것 같다. 좋은 경향이다.

****

유액 병을 경대에 내려놓고, 마지막 마무리로 보습 크림을 바른다.
곁눈질로 자명종 시계의 표시를 확인.
오전 0시 2분
이 시간까지 아직 오지 않았다면, 오늘 밤은 아야나미가 몰래 방에 들어오거나 할 리는 없다.
포장된 작은 상자를 손에 든다.
정성껏 해체해 나가니 아니나 다를까, 마이크로칩이 나왔다. 트리플 루프에 연결된 리본의 매듭 부분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선물 그 자체는 향수인 것 같다.
레이블에는 【Peut Regarder】라고 쓰였다. 「프톤 르가르데」라고 읽으면 되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직역하면 「보기 위한 그릇」이 되지만, 향수 이름 치고는 좀 어색하기 때문에 어떤 관용적 의미가 있는가 싶다.

노트 퍼스컴에 시동을 걸었다. 통신 케이블은 잊지 않고 스탠드 얼론으로.
비즈니스백에서 꺼낸 멀티 리더기에 칩을 넣고, 노트북의 슬롯에 꽂아 넣는다.
「패스코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말이라는 것일 터.
짐작가는 단어로 몇 개 시도해 본 결과, 정답은 「무~서운 언니에게♪」 였다.
….

TOP SECRET
EYES ONLY
Report of United Nations Supreme Advisory Council

모두 유엔 최고 자문 위원회의 유출 금지 영상이다.
세컨드 임팩트 직전의 남극의 모습. 미사토씨의 기억과도 일부 일치한다.

그 외의 데이터의 내용은 숨은 사해문서, 세컨드 임팩트, 제레, 게히른, 네르프 등에 대한 것. 아마 카지씨가 아는 한에서의 모든 정보일 것이다.
이게 생일 선물이라니, 재치 있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무의식중에 로사리오를 움켜쥐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일으킨 세컨드 임팩트.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미사토씨는 말했지만, 분명히 애초부터 일으킬 생각으로 계획이 짜여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미사토씨의, 아야나미의, 아스카의 인생을 일그러뜨리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불행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했다.
상냥하지 않은 세계의 원흉이 거기에 있다.
우리들을 죄인으로 내몬 장본인들이 거기에 있다.

이제 와서 자신을 위해 울어 봤자,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넘쳐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다.
무턱대고 과거를 한탄해도,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어나오는 오열을 억누를 수가 없다.
넘어지듯이 경대에 오른손이 닿자, 스킨케어 용품이 굴러 떨어졌다.
경대에 팔꿈치를 괴고, 포개 올린 양 팔 위에 이마를 내려 누른다.
「바보…. 나는, 정말로 바보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울고 있을 수밖에 없다.
도움이 되지 않음을 것을 알기에, 한탄만 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바보다.

이제는 뭘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눈물이 흘러넘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오열이 새어나오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어차피 몰인정하기 때문에, 슬픔마저 지속되지 않는다. 기분 내킬 때까지 울면 되는 것이다.

펑펑. 이런 순간에도, 맹장지에 노크하는 것은 바보짓처럼 들린다.
『…카츠라기 소령.』
「…레이짱? 잠끄한만 기다려.」
흐느껴 울고 있던 터라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당황해서 긴급정지용 스크럼 단추를 누른다. 마기와 액세스할 수 있는 단말기에는 비상시 신속 정지를 위한 스위치가 증설되어 있다. 미세군 사도 전투 때의 교훈이지만, 이미 원자로 수준의 사양이었다.
셧다운을 확인하고 디스플레이를 닫는다.
「드흘어와(역자 주―いひわよ。원래 いいわよ인데, 울다가 발음이 뭉개졌다).」
맹장지가 열렸다.
가만히 그 곳에 서 있는 아야나미.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흐느껴 울 뿐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카츠라기 소령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어째서? 라면서 걸어 다가온다.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요.」
눈앞에 멈춰 서서 무릎을 꿇는다.
「미안해. 이런 때, 어떤 얼굴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미간을 찌푸린다.
「웃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다함께 울어봤자 헛일이니까. 신지치고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야.」
어느새 신지에, 아스카까지.
가장 안쪽의 서양식 방까지 들린 모양이다. 도대체 얼마나 큰 소리로 울고 있었던 걸까?

아야나미가 어색하게 미소짓고 있는데, 서슴없이 아스카가 가까워 온다.
슬쩍 경대 위로 시선.
「서른 살이 되는게 그렇게 싫었어?」
집요하게 분해된 선물의 겉상자를 본 건가.
「그런 말투 그만둬.」
그래, 잘못했어. 라면서 펼쳐진 왼손이 톡. 하면서 머리에 올라온다.
머리카락을 밀어 헤집는 따스함이 기분 좋다.
「지난번보다 더 심한 거 같네….」
나는 아스카의 마음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카지씨를 엮는다던가 하는 일들을 이용했다. 우월감을 자극해서 동정심을 이끌어내려고. 그런 내가 잔인하고 야비하게 느껴져서, 결국은 진심으로 울어 버렸지만.
분열사도 전투 때도 그렇고, 파자마 건 때도 그렇고, 아스카에게는 상당히 울보라고 생각되고 있을 것이다.
연기하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도, 그러다가 진심으로 울어 버리니까 반론의 여지도 없지만.

「…무엇이든, 나 혼자서 상대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지….」
중얼거린 아스카가 상반신만 뒤돌아보더니 집게손가락을 구부린 오른손을 신지에게 향한다.
그 모습은 내영인(역자 주―來迎引. 불상의 자세. 오른손은 위로 향하여 부처를 가리키고, 왼손은 아래로 향하여 중생을 부르는 모습. 이런 거) 자세를 취한 아미타여래 같았다.
「신지. 리빙에 게스트용 이불, 3장 깔아둘 수 있지?」
「그렇긴 한데….」
「너도 더해지고 싶으면 4장으로, 부탁해.」
알았어. 라는 듯 한쪽 손을 들어 보이고, 신지가 거실로 향한다.
「마루에 누워 자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때는 이불이 편리하구나.」
다시 이쪽을 향한 아스카는 오른손을 아야나미의 머리에 올렸다.
「스위트 핫밀크 만들 거니까, 레이, 너도 도와줘.」
「…뜨거운 건 싫어.」
「네 건 미지근하게 해 줄 테니까.」
아스카가 뒤죽박죽 난폭하게 아야나미의 머리칼을 휘젓는다.
불만인 듯 얼굴을 찡그리는 아야나미에게 웃어 보인 아스카가, 태양과 같은 웃는 얼굴 그대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 슬펐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우리들을 봐 주는 것처럼, 우리들도 자기를 봐 주고 있다고. 미사토가 웃어준다면, 우리도 자기한테 웃어 주는 거야.」
그러니까, 힘내라고. 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거하게 머리카락이 뻗친 상태의 아야나미도 그 흉내를 내고.

아, 글렀어. 눈물샘이 또 열리려고….
「정말, 미사토는 울보야.」
오늘 밤은 같이 자 줄 테니까, 좋을 대로 실컷 울어. 라는 말과 함께, 펑펑 머리를 두드린다.
그러고 나서는, 그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계속 つづく
2006.10.13 PUBLISHED
.2006.10.20. REVISED
2013.06.24. TRANSLATED

원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 補間 #5

역자의 말

번역이 상당히 늦어졌습니다. 우선 첫째로 대학 생활이 바쁘다고 할까 너무 벅차서 시간이 잘 나지 않았고요…. 그런 주제에 첫학기 학점은 개판이 될 거 같습니다. 낄낄. 계절학기 수강도 놓쳐서, 방학 동안에는 하릴없이 영어공부나 하게 됐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계절 시작인데.
또, 작품 내적으로는 토우지 남매의 관서 방언이 난무하여 대략 정신이 멍해진 것이 또다른 원인이 되었습니다. 관서변→일본어→한국어→갱상어(..)로 3중 번역을 해야 하니, 골치를 썩이다 그냥 작가님에게 관서변을 일본 표준어로 좀 바꿔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난 주부터는 우울증세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리스페리달 1.0 mg를 복용중입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늦었지만 반 토미코 언니 결혼 축하해요.

마츠오 바쇼
‘병사들이 꿈꾸던 자취’는 에도 막부 시대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원문은 夏草や兵どもが夢の跡。
[나츠쿠사야/츠와모노도모가/유메노아토]
(여름 풀밭은/수많은 병사들이/꿈꾸던 자취)
의미적으로 두보의 오언 율시 〈춘망〉(春望)과 유사하며, 옛날 전쟁터도 이제는 풀밭이라는 불교의 제행무상을 드러내는 시구. 여기서는 실컷 논 뒤 파티의 흔적이 전쟁이라도 치룬 듯 개판이라는 뜻이고요.
작가님께 이 설명을 들을 때,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춘망〉을 오랜만에 듣게 되어 살짝 웃음지었습니다.

번역이 늦어서 죄송스러운데, 작가님께서 "대학에 입학하면 굉장히 힘들 테니까, 자리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습니다"라고 하시기에 부끄럽더군요 뭐, 사실 지금도 여전히 힘듭니다. 하지만 아직은 견딜 만 해요.

덧. 사이트 홍보 좀 하겠습니다.
http://www.scp-kr.net/ SCP 재단 공식 한국 위키입니다. 제가 여기서 감투를 쓰게 된지라.. 많이들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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