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일 토요일

[번역]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14화

바퀴의자를 밀면서 발령소 문을 지나친다.
왼팔의 석고붕대는 아직 빼려면 한참 남은 것 같지만, 바퀴의자를 밀 수 있을 정도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칠드런 취임 후, 바로 마츠시로로 간 켄스케는 의료시설 이외의 지오 프론트 시설을 본 적이 없다.
두 번 다시 올 일이 없다고 생각되는 만큼, 한 번 정도는 켄스케에게 네르프 안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복 차림을 하고, 손에는 내가 준 네르프 사양의 쌍안경 카메라를 쥐고 있다. 물론 촬영은 금지고 메모리는 빼 놓은 상태지만.
「여기가 발령소. 네르프와 에바를 통괄하는, 말하자면 HQ지.」
떠들면 안 된다고 미리 얘기해 두었기 때문에 점잖게 있지만, 흥분은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
「네르프 발령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대위님.」
인기척을 느낀 휴가씨가 다가와서 경례를 붙였다. 켄스케의 답례는 의외로 군기가 빠졌다.
휴가씨가 켄스케를 대위 취급한 것은, 옷깃에 국제 연합 해군의 계급장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씨에게 건네받아 망가져 버린 것을 선물했지만, 자신이 계급장을 붙이는 건 이번 한 번으로 끝이라는 조건으로 착용시켜 주었다.
만약에 켄스케가 죽었다면 2계급 특진이라는 것이 되기 때문에, 계급장을 붙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역시 아무래도 너무 신랄한 야유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거듭거듭 반성하게 되었지만.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에게 켄스케를 소개시켜 주면서 돌아다닌다. 그런 일이 있었던 뒤인 만큼 거북함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켄스케의 상태를 봐 주었으면 했다.

****

발령소를 뒤로하고, 케이지가 내려다보이는 캣워크(catwalk, 공간 위로 놓인 들보처럼 된 좁은 통로)를 통과.
「어~이! 신지~.」
초호기의 목 근처에 있던 신지가, 켄스케의 외침을 듣고 손을 흔들며 돌아봤다. 벤치코트 차림이다.

저번에 수건을 찾는 신지의 모습을 보고, 플러그슈트에 주머니 정도는 달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 라는 간결한 말씀에 대체안으로 스포츠 선수들이 입는 벤치코트를 사 줘 보았다.
좋은 평가를 얻은 이유 중 하나로 플러그슈트만 입은 차림은 춥다는 점도 작용했다.
체온조절 기능은 있지만, 내장 배터리 단독으로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못한데다, 플러그에서 나오면 LCL의 기화열 때문에 체온을 빼앗긴다.
공기 조절용 에어컨디셔닝이 실시되는 본부동 안에서는 특히 얇은 재질의 플러그슈트로는 체온 유지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다시 생각해 보면 파일럿 대기실에 콕 박혀서 방 온도만 올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혼자만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았던 걸까.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부끄럽다는 점이다.
아야나미는 애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아스카는 그냥 그런가보다 받아들이고 있지만, 신지는 그렇지 않다.
나도 기억하고 있지만, 내 몸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 이상으로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신경 쓰였고, 또 그렇게 신경 쓰는 것이 들키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벤치코트를 가장 환영한 것은 신지였다.

오늘 예정으로는, 지금은 AT 필드 실험이 한창이겠지만, 시간이 빈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와 켄스케와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
별로 거리낄 것 없어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방긋이 피어 버린다.
지금도 켄스케가 붙이고 있는 계급장을 화제로 분위기가 즐겁다.
칠드런이라는 것은 상당히 제멋대로 취급받고 있어서, 계급도 없고 복리후생도 제대로 챙겨지지 않는다. 참새 눈물만한(역자 주―한국어로 치면 쥐꼬리만한) 보수조차도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본인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 지경이다. 아이들의 생활비나 용돈은 부양수단이라는 명목으로 빼앗아 온 예산중에서 충당하고 있고, 이전에 함대사령관에게 계급장을 받았을 때도, 파일럿이니까 적어도 소위 대우를 해 준 것이다.
켄스케에게 위엄 있는 척 경례하는 모습이 흐뭇하다.
물론 칠드런의 대우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중이다.

그러고 보니 결국, 예전의 농성 소란 때 같은 비난은 없었다. 내게 경고 처분, 신지는 자택근신이다.
에바가 피해다운 피해를 입은 첫 사례라 위원회의 간담이 서늘해진 결과인 것 같다.
사령부의 지휘능력, 조직 운영능력을 의심받는 한편, 지금까지 작전부의 공적이 재평가받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발언력이 늘어난 내가 변호했기 때문에 신지의 행위도 거의 불문에 부쳤다고 봐도 좋다.
그럼, 자택근신을 하고 있어야 할 신지가 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 라고 한다면 다 손쓴 바가 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본부동 내에 칠드런용의 숙박시설이 확보되어 있는데, 이것도 자택에 해당된다고 우긴 것이다.
아스카가 창고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는 걸 떠올리고 발안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잘 먹혔다. 관청 사무 수속을 밟는 사이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려서 근신 그 자체가 애매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전차로, 적어도 자택과 본부동 사이의 왕복은 문제가 없어졌는데, 본부동 내에 와 있다면 죽치고 앉아 있어 봤자 쓸데없다면서 리츠코씨가 불러냈고, 이렇게 실험에 열중하게 된 것이다.

그 리츠코씨는 지금 신지를 부르면서 그대로 켄스케의 의족 스케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전 준비도 있고, 클론 기술로 배양한 왼 다리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반 년 후나 되어야 할 것 같다. 속성 배양이라서 살색이 흰색이 되는데, 그 정도는 양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


이어서, 무도장에서 검도를 지도받고 있는 아스카를 보러 갔다.
일본 문화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아스카는 그 이후로 나기나타(薙刀―원피스에서 흰 수염 영감이 들고 다니는 그 무기. 에도 시대 이후 무사 집안의 여성들이 호신용으로 주로 익혔다)나 궁도 등 본부 특유의 커리큘럼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원래 소질이 있으니까, 성장이 두드러진다면 사범에게도 필적할 것이다.
그 밖에도 체험해 보고 싶다고 하기에 합기도나 봉술 등의 도장 도 돌아다니고 있다.
모처럼이니까 일본 춤이나 좌선(座禅―불교 명상)도 해 보는 게 어때? 라고 추천해 보았는데, 농담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실용성 없는 건 됐어. 라고 쌀쌀맞게 거절당했다.

호면(역자 주―원문에는 그냥 면面. 검도 호구 중 머리에 써서 얼굴과 목을 가리는 그것)을 쓰기 싫어하는 아스카를 위해서 특제 헤드기어를 준비한 것 등을 화제로 켄스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바로 그 당사자가 무섭게 눈을 부라리기에 서둘러 도망치는 꼴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슈팅 레인지에서 사격훈련중인 아야나미를 보러 갔다.
거의 총기를 발하며 눈을 반짝이는 켄스케에게 실탄 사격을 경험시켜 주었다. 병석에서 막 일어난 상태라는 이유로 22구경을 쓰게 했지만.
유난히 기뻐해 주었기 때문에, 완치되어 걸을 수 있게 되면 대구경 권총을 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45구경 정도까지라면 약간의 지도하에 쏘아볼 수 있다. 예비역의 권리를 사용해 정기적 사격 훈련을 짜 넣을 수 없는지 검토해 보아야겠다.

사용이 끝난 표적과 빈 탄피를 회수한 아야나미가 가지고 돌아가? 라는 짧은 말과 함께 켄스케에게 그것들을 내민 것은 의외였다.
야단스럽게 감사를 표하는 켄스케에게 쑥스러운 듯 아야나미가 뺨을 붉히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지오 프론트에 경계 경보가 울린 것은, 그 후 카지씨에게서 강탈한 수박을 전리품으로 본부동에 돌아온 직후였다.

****


「고마가타케(駒ケ岳; 하코네고마가타케, 즉 하코네 산을 가리키는 듯) 방위선, 돌파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라면 혼자서도 돌아갈 수 있어요. 라는 켄스케를 입구에 데려다 주고, 부랴부랴 발령소에 달려들었다. 팔에 감고 있는 석고붕대가 방해가 되어 달리기가 정말 힘들다.
「18 장이나 되는 특수장갑을 한순간에.」
언제 나타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계는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사도는 고미가타케 방위선상에 내려앉듯이 출현했다. 이렇게 당돌하게 나타나는 녀석이었을 줄이야.
「지상 요격은 겨우 시간에 늦지 않았네. 에바 3기를 지오 프론트 내에 배치. 침입과 동시에 공격.」
또 매복이야? 정말 매복 좋아하네, 미사토. 등 쓸데없는 말들은 듣지 못한 걸로 했다.
「서드 칠드런의 근신을 해제할 수는 없다. 레이를 초호기에 태워라. 더미 플러그를 백업으로 준비.」
발령소 톱 다이아스에서 덮어놓고 지시가 떨어진다.
「사령관님!」
「…기각이다.」
안 된다. 항의할 시간도 아깝다.
「…이호기에는, 제5사도전에서 사용한 방패와… 스매쉬 호크를 준비.」
모니터에 눈길을 돌려 상황을 확인.
「아카기 박사. 사도의 그 공격은 하전입자포?」
「제5사도처럼 원주가속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광학관측이 불가능한 점으로 보면 감마선 레이저 종류일까.」
역시 여러 가지로 모니터를 보고 있던 리츠코씨가 얼굴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괴광선을 발하는 사도의 모습. 거기 붙은 주석의 최상단에 【G LASER?】라는 표시가 더해진다.
 「안됩니다. 한 번 더 일격으로 모든 장갑이 파괴됩니다.」
효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 볼까.
「지오 프론트 내의 습도를 최대한으로 올려. 동시에 최하층의 흡열조 안의 내열 완충용액을 살포.」
공기 중의 분자 밀도가 충분하면, 레이저는 그 자체의 열량 때문에 집속률과 명중정도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위력과 사정거리도 떨어진다.
아무리 출력이 높아도 피할 수 없는 레이저의 숙명, 열 블루밍 현상(역자 주―레이저 자체의 열 때문에 공기 분자가 팽창하고, 그 때문에 레이저 광선이 굴절하는 현상)이다.
지상에서의 운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에바가 레이저 병기를 정식 채용하지 않은 것은 겉치레가 아니다.
『아니야. 기온을 올리는 게 먼저다. 그래야 습도를 올리기가 쉬워져.』
휴가씨가 하층 플로어 부발령소의 오퍼레이터에게 지시하고 있다.
헤드셋 인컴의 마이크를 잡았다.
「아스카…짱.」
『알고 있다고. 위력정찰, 능력을 알아보면서 시간벌기. 이거면 어때?』
「에에, 완벽해. 사도가 공격하는 괴광선 영상, 들어가고 있지? 그래, 그거. 일단 습도를 높이는 걸로 대책을 세우긴 했지만, 조심해.
저 덩치에 팔이 없는 게 신경 쓰여. 제3사도처럼 근접격투무기를 숨기고 제4사도처럼 전개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도 조심해.」
이것이 나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
『알았다고.』
「이호기 출격 서둘러. 영호기의 출격 준비도 진행하고, 포지트론 라이플 준비.」
이전에는 결국 내가 초호기에 탔다. 즉, 아야나미도 더미 시스템도 초호기를 기동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영호기는 AT 필드 중화 지점에 배치중이지만, 사용해 봤자 득을 볼 게 없다.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은 자세를 취하는 이호기 너머 지오 프론트를 비추고 있다.
「믿고 맡길게, 아스카…짱.」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지는 내열용액이 억수같은 비처럼 퍼붓지만, 마기가 화상 보정을 해 주므로 화면에는 문제가 없다.
그 초점 앞에, 천정이 폭발하며 장갑판이 폭삭 무너져 떨어졌다.
『왔구나.』
얏코연(やっこ凧; 에도 시대 무사의 종을 본뜬 연. 링크 참조)을 부풀려 놓은 것 같은 모습. 덜떨어진 해골 같은 얼굴. 잊을 리가 없는 대인 사도다(역자 주―끈 대帯에 칼날 인刃).
신중하게 거리를 취하는 이호기.
방패를 준비하고, 발을 끌면서 움직여 틈을 찾고 있다.
스매쉬 호크의 자루를 짧게 쥐고 크게 휘두름을 삼가려는 태세.

후드득후드득 풀려나듯이 전개된 사도의 양팔이 지면을 어루만진다.
바로 그 순간, 채찍과 같이 너울너울 흐르듯이 이호기를 덮쳐들었다.

모니터 안에서는 초호기의 플러그가 격납된다.
『 엔트리 스타트 』
「LCL 전하.」
「A10 신경접속 개시.」
『윽……. 안 되는구나, 더 이상은.』
플러그의 모습을 비추는 창 속에서 아야나미가 입가를 누르고 있다.
『 펄스 역류 』
「초호기, 신경접속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기동 중지. 레이는 영호기로 출격시켜라. 초호기는 더미 플러그로 재기동.」
아야나미를 거부한 것은 어머니의 의지였겠지?
「…레이짱, 부탁해. 아스카…짱을 도와줘.」
『…나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 있는 것….』
영상 너머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니다.』

≪ 내열 완충용액 소진까지, 앞으로 3 분 ≫
스프링클러로 살포 가능한 내열 완충용액에는 한계가 있다.
지오 프론트의 화재 대책용으로서 물리적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최하층의 흡열조에서 올라온 것뿐이다.
유전 화재도 100 번은 진압할 수 있는 양이지만, 이런 식으로 쓰다가는 남아나질 않는다.

『이―! 빌어먹을!』
아스카의 기합에 시선을 돌리면, 왼팔의 공격을 피한 이호기가 회전한 기세 그대로 방패를 사도의 후두부에 때려 박았다.
등을 밟힌 사도를 더욱 몰아치기 위해 스매쉬 호크를 치켜든다. 그 동작의 관성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자루를 쥐는 자세를 바꾼다.
『…안 돼. 피해.』
동작을 애써 취소하고 더킹(ducking; 권투에서 상체를 숙여 공격을 피하는 동작)한 이호기의 앞을, 눈으로 볼 수 없는 광선이 달려 앞질렀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원통 모양으로 증발하는 내열 완충용액의 비와 아득한 후방에 나타난 십자의 폭염.
『레이? 당케.』
『…천만에! 손이 오고 있어.』
옆으로 나듯이 뛰어오른 이호기를 노린 오른팔은 양전자를 얻어맞았다. 타이밍을 보니 아야나미는 프리체크 없이 공격했군. 나중에 정비부에서 항의할 것 같다.
『…중화는 내가. 방어로 돌려.』
『알았다고. 레이, 무리하면 안 돼.』
영호기의 왼팔을 말하는 것이다. 에바 빙의 사도 전투 때 절단된 왼팔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기체의 밸런스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사격하는 점에서 아야나미가 굉장하기도 하지만.
『…아스카…도』
아야나미 갱생의 길도 대단히 많이 진행된 것 같다.

≪ 내열 완충용액의 소진까지, 앞으로 29 초 ≫
「타이밍을 맞춰서, 공격 건물에서 채프탄 발사!」
「타이밍을 맞춰서, 공격 건물에서 천정부에 뚫린 구멍을 향해 채프(chaff; 레이더를 방해하는 알루미늄 조각)탄 발사! 계속 실시한다.
지오 프론트 내부 공기 조절로 알루미늄박의 확산, 체공 시간을 늘릴 수 있어?」
「해 보겠습니다.」
로켓탄이 간헐적으로 발사되고, 작은 은빛 사각형이 지오 프론트에 떨어진다.
내열 완충용액 비를 대신해 알루미늄 눈이 내린다.
은빛으로 흩날리는 눈.
호리존트 스크린에는 약간 이를 것이다. 미사토씨의 기억을 통한 것 외에는 눈은 본 적도 없는데.

「초호기의 상황은?」

잠깐 기다려 봐. 지금 초호기에 박혀 있는 붉은 엔트리 플러그는 뭐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더미 플러그 탑재 완료 』
저것이 더미 플러그인가.
왜 저런 전용 용기로 운용하고 있는 거지? 가용성을 생각해 봐도 보통 엔트리 플러그 쪽이 더 적합할 텐데.
『 탐침 고정삽입 종료 』
이전에 더미 시스템이 기동되었을 때, 나는 등 뒤의 디스크 드라이버가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더미 시스템이란 일종의 데이터나 프로그램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컨택트 스타트.」
「라져.」
갑자기 패널이 온통 경고 표시로 메워지고, 발령소가 붉게 물들었다.
「뭐라고!?」
「펄스 소실. 더미를 거부. 안됩니다. 에바 초호기, 기동하지 않습니다.」
아야나미도 더미 플러그도 거부했다.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그런 것일까?
「더미를, 레이를….」
그 중얼거림에, 이전의 리츠코씨의 말에 생각이 미친다.

 ― 더미 시스템의 코어가 되는 것 ―

그리고, 플러그 슈트의 보조 없이 직접 육체만으로 하모닉스를 실시한 싱크로 실험. 그것도 오토 파일럿 실험이었다.
어쩌면 그 플러그에는, 아야나미의 데이터 등은 없고….
그 안에 있는 것을 상상하자, 로사리오를 꽉 움켜쥔다.
…더미 시스템. 더 본격적으로 방해해야 했던 것인가.
…그 지하 시설도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톱 다이아스에서 갑자기 리프트 작동음이 들렸다.
그러고 보면 저번에 아버지는 케이지의 제어실에 있었다. 지금 그리로 향했을 것이다.

영호기가 더해져서 여유가 생긴 듯, 이호기의 공격 옵션에 폭이 넓어져 있다.
어느새 발사한 것인지, 사도의 오른쪽 눈에 니들 쇼트가 꽂혀 우뚝 솟아 있다. 오른쪽 어깨 웨폰 래크의 인디케이터에 EMPTY 표시가 되어 있다. 만약을 위해 탄창을 준비해 두자.

『다…보인다고!』
이어 발사된 괴광선을 이호기가 보란 듯이 손쉽게 피했다.
발놀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왼팔도 몸을 기울여 피한다.
이호기 시점의 영상과 영호기 시점의 영상으로 사도의 의도를 조감하고 있다.
「영호기가 목표야!」
이호기 때문에 시야가 차단된 아야나미는 그 공격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게―!』
억지로 방패를 쳐들고 사도의 왼팔의 궤적을 구부러뜨린다.
그 결과 무방비해진 이호기의 몸통을 사도의 오른팔이 노린다.
『…그러면 안 돼.』
왼팔의 공격을 회피하는 기미도 없던 영호기가 양전자를 퍼부었다.
몸 표면에서 일어난 쌍소멸의 충격에 뒤로 물러서는 사도.

포지트론 라이플의 위력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채프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 걸까(역자 주―공기 중 입자 농도가 높아지면 양전자가 공기 입자와 만나 쌍소멸을 하는 빈도가 잦아지므로 표적에 닿았을 때 양전자량이 감소한다. 레이저와 원리는 다르지만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같다)?
어찌 보면 의미가 없어 보이는 기동으로 위치를 바꾼 영호기가 한층 더 양전자를 발사한다.
아니, 다르다.
아야나미는 사도가 괴광선으로 공격한 직후의 공간(역자 주―사도의 레이저로 인해 공기 중 입자 농도가 떨어진 공간)을 이용해 사격을 실시하고 있다.
터널링 현상. 고출력의 에너지가 통과한 길은 그 주위가 플라스마화되어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위한 그럴싸한 통로가 된다.
물론, 아야나미가 그것을 노리고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단지 채프가 사라진 순간을 노린 것뿐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순간을 유감없이 이용할 수 있는 비범함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이 사격은 센스라고 배운 적이 있다. 지금 아야나미가 그 실물을 보여주고 있다.

≪ 채프탄, 잔탄 근소. 현재의 속도라면 앞으로 2분 38초 ≫
사도를 상대로 채프탄 따위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적게 사용했다.
「페이스를 늦춰.」
2기밖에 없는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길게 지원하지 않으면.
「카츠라기 소령님.」
휴가씨다. 단말기를 붙들고는 무엇인가 맹렬한 기세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제7차 건설 자재 속에 전자파 고흡수 섬유가 있습니다.」
사도에 대한 N² 폭뢰나 포지트론 라이플의 사용을 상정하고 있는 제3신동경시와 지오 프론트는 전자기 펄스 대책이 충실하다.
전자파 고흡수 섬유도 그러한 EMP 대책용 자재였다.
「항공기로 뿌리기라도 하자는 소리야? 위험하니까 기각이야. 허가할 수 없어.」
아마 VTOL기나 헬기에서 인력으로 흩뿌리게 될 것이다. 사도와 에바가 맞붙고 있는 중인데다 공중에서다.
「하지만!」
「기각이야!」
결말을 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휴가씨가 단말기에 준비된 인터폰을 내밀었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받는다.
『그대로 시켜주지 않겠나, 아가씨.』
네르프 항공대 대장이다. 그럭저럭 작전과장을 아가씨라는 둥 부르는 사람은 이 사람 정도밖에 없다.
『저렇게 위험하고 알 수 없는 물건에 우리는 14살짜리 어린애들을 밀어 넣고 있지 않냐고?』
하지만, 이라고 대답하려던 입이 다물어진다.
말하기 시작하면 듣지 않는 사람이다. 심연 사도 전투 때 항공기를 통한 위력정찰도 이 사람이 억지로 밀어붙인 것이다.
악문 어금니가 비명을 지른다.
『그렇게 말한 건 아가씨겠지? 네르프의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켜 달라고.』
둘러보면 휴가씨는 물론 아오바씨나 마야씨까지도 진지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전에는 뜸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하지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전쟁터에서 망설임은 용납되지 않는다. 굳어버린 턱을 억지로 벌린다.
「알겠습니다. 준비만이라도 진행해 주십시오.」
엉겁결에 인터폰을 던져서 돌려주고 고개를 들어 톱 다이아스를 올려보았다.
「부사령관님.」
제3신동경시와 지오 프론트의 건설자재라면 후유츠키 부사령관이 책임자다.
『 반대할 이유는 없다. 시작해라, 카츠라기 소령. 』
대답한 것은 아버지였다. 발령소의 대화를 모니터하고 있었던 듯, 케이지에서 일부러.
「정말이지, 창피를 준다니까.」
비록 최고사령관이라도 함부로 부하의 권한 범위를 침범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 때문에 부하가 있는 것인가. 상관이 하나하나 간섭하면 현장의 사기가 떨어진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감히 대답하지 않고 기다렸다.
체념이 떠나지 않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부사령관이 이쪽을 눈치 채고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맡기겠네.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
경례.
다시 발령소 쪽으로 돌아서니 명령을 내릴 것도 없이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괜찮다. 어른들끼리 결론짓고, 인류를 위해서 죽으러 가라고 명령하자.
그건 그렇고, 휴가씨도 저지르게 되었다. 항명 용의로 또 사문을 해야 하는 걸까.

「사도, 오른 눈 복원!」
유탄이 본부동 근처에 착탄한 듯, 건물이 요동친다.
「약간의 위력 증강이 감지됩니다!」
「호오, 굉장하군. 싸우면서 기능 증폭까지 가능하다는 것인가.」
감탄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사령관님.
살짝 올려다 본 화면 안에는 2기의 용사가 있다. 그 굉장한 사도를 상대로 능란하게 발을 묶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교묘하게 본부동으로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

「초호기는 아직이야?」
리츠코씨의 말에, 나도 모니터 한 개에 케이지 제어실의 모습을 비추어 본다.
『 더미 플러그 거부. 안됩니다, 반응하지 않습니다. 』
그 자궁 속으로 들어오려 하는 것이, 혐오해야 할 대체자임을 어머니도 알고 있다는 것인가.
집요한 【REFUSED】 표시가 어쩐지 완고함을 느끼게 한다.
『 계속해라, 한 번 더 108부터 다시 해라. 』
몇 번을 해도 쓸모없을 것이다.
싸우고 있는 두 아이의 한계도 가까워지고, 처벌을 각오하고서라도 신지를 태우지 않으면 안 된다.
아오바씨의 단말기에서 인터폰을 집어들었다. 휴가씨의 단말을 사용하는 것이 계통상 올바르지만, 조금 전에 던져서 돌려줘 버렸고, 아오바씨의 것이라면 4개나 있으니까….
파일럿 대기실에 연결하자 모니터에 카지씨가 나타났다.
이욧. 라며 한 손을 들고 변함없이 가~벼운 대답.
「카지…군?」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왠지 흠뻑 젖은 모습. …내열 완충용액인가. 물방울이 똑똑 떨어질 듯 멋진 남자(역자 주―이 자체가 관용어임)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신지군은?」
카지씨의 뒤에서 경례하고 있는 건 켄스케 같다. 제1종 전투 배치 중에 이런 곳까지 들어올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에, 카지씨가 데리고 온 것일 터.
『 아아, 걔라면 슬슬 때가 되었을 텐데…. 』
『태워 주세요!』
대답은 다른 모니터에서 들려왔다.
신지를 비출 수 있는 위치에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가 없지만, 케이지에는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브리지 위에.
『저를, 저를… 이… 초호기에 태워 주세요!』
『 …어째서 여기 있는 거냐. 』
어째서건 무엇이건, 조금 전 까지 AT 필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카지씨의 말투를 보아하니, 대기실에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혼자 케이지까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설마 카지씨, 대기실에서 물이라도 뿌린 건 아니겠지요?

그 상상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뒤에야 알았다.
비를 피할 겸 본부동에 뛰어든 카지씨는 거기서 켄스케를 만난 것 같다. 관내방송을 통해 대강 일을 파악하고 있던 켄스케는 카지씨에게 부탁해서 대기실까지 함께 갔다고 한다.
두 명이 방에 들어온 줄도 모르고 모니터에 못박혀 있던 신지는 카지씨가 셔츠 옷자락의 물을 짜 떨어뜨리는 물방울 소리 때문에 뒤돌아보았던 것이다.
카지씨의 얼굴을 보고, 켄스케의 얼굴을 보고, 그 왼 다리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인 채 뛰어나왔다.

그렇게 해서, 지금. 스스로 싸우는 것을 선택하고, 그 장소에….
『저는, 저는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입니다!』


채프탄에 의한 알루미늄박의 눈이 그치기 직전에, 전자파 고흡수 섬유의 검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줌되는 모니터 안, 천정부에 뚫린 구멍에서 호버링하는 VTOL기나 헬기들.
화물칸과 해치를 열고 인력으로 검은 섬유를 뿌리고 있다.
뚫린 구멍 주변에서는 트럭이나 작업차량에 탄 보안부나 공작부 사람들이 들고 나온 공업용 선풍기와 송풍기의 설치를 마치고 있다. 신속하게 자재 컨테이너를 열고 이쪽도 검은 섬유를 흩뿌린다.

모니터에 추가된 새로운 창.
격렬하게 흔들리는 시점의 영상 속에서, 사도가 옆에서의 공격에 괴광선의 사선을 옮기고 있다.
화면 구석에 반짝반짝 거리는 막대모양의 물건은 소닉 글레이브인가. 그러고 보니 더미 플러그의 기동 때문에 일손을 빼앗겨 장비를 따로 준비하지 못했다. 흔한 것 중에 대충 골라서 적당히 꺼냈을 것이다.

이호기가 방패를 비스듬히 받치고 오른팔의 공격을 막아낸다. 방패의 한쪽 뿔(역자 주―에바 방패는 양 옆이 삼각형으로 튀어나와 있음)은 녹아서 떨어져 나갔는지 벌써 없어졌다.
사도가 나머지 왼팔을 이호기로 향했다.
어떻게 해도 상대 쪽이 성가시다. 계속 피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호기는 AT 필드를 방어용으로 돌리지만, 사도의 공격은 그것마저도 꿰뚫어 온다.
『필드 전개!』
격류와 같은 공격은 경사진 AT 필드를 3장 찢어 버린 뒤 힘을 잃고 상공으로 빗나간다.

아니, “장”이라는 단위는 적절치 못하다. 사람의 마음의 벽은 한 장 뿐이기 때문에.
그것은 아코디언커튼처럼 꺾여 접혀진 AT 필드.
질적도 아니고 양적도 아닌, 기술적 강도의 증강을 시도한 석복화(析複化―‘쪼갤 석’에 ‘겹칠 복’. 하단 저자의 말 참조) AT 필드다.
물론 원래는 한 장의 AT 필드에 지나지 않는 이상, 하나라도 찢어지면 전체가 무효화된다.
하지만 공격 속도가 더해지는 것은 나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케줄 사정상 조금 전 실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신지는 벌써 손에 넣은 것 같다.

『…이카리군.』
『이제 겨우 다 모였네. 미사토! 구령 붙여 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너희들이라면 괜찮아. 무엇보다 근접 전투 중에 따로 지시할 수 있는 건 없어.」
복서에게 느긋하게 지금이다, 훅. 따위 지시를 내리는 세컨드는 없다.
『그게 아니라, 네 구령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기합이 들어가지 않는단 말이야.』
『미사토씨.』
『…카츠라기 소령.』

그런 것이라면, 이쪽은 넘칠 정도로 해 줄 수 있다.

「그 관찰력으로 전투 국면의 기미를 포착하는 에바 부대의 눈. 영호기, 아야나미 레이.」
『…네.』
영호기가 발사한 양전자가, 괴광선으로 공격하려고 하는 사도의 기선을 제지한다.

「AT 필드를 구사하며 배틀 필드를 자기 수중에 올리는 필드 마스터. 초호기, 이카리 신지.」
『네.』
신속하게 펴진 팔은 차례차례 포개진 AT 필드 때문에 왜곡된 지면을 두드린다.

「가장 화려하게 에바를 조종하는 에이스 스트라이커. 이호기,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야(Ja; 영어의 yes에 해당)―.』
방패로 쳐올린 뒤 사도를 발뒤꿈치로 찍어 누르고, 그 흐름을 타서 더욱 몰아붙여 스매쉬 호크를 일격.

「상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밖에 모르는 멍청이야. 셋이 모인 너희들의 적수가 안 돼.」
한숨.
「명령하겠습니다. 사도를 섬멸하세요!」
『『『 예스, 멤(Yes, ma’am)! 』』』

모니터 속의 아스카의 윙크. 그럭저럭 길들여진 것 같다.

스매쉬 호크의 연타를 태연히 몸으로 받아내면서 사도가 흔들 하고 몸을 일으켰다.
『….』
스르르 매끄럽게 이동한 영호기가 지면에 붙어 있던 사도의 오른쪽 팔을 짓밟았다.
『신지! 너도 부탁해!』
이호기가 공격의 속도를 늦추지 않기 때문에, 사도는 그 광구를 가리는 갑각을 벌릴 수가 없다.
『알았어!』
아스카의 혼신의 일격이 마침내 갑각의 파편을 깨부숴 날린다. 하지만, 한계를 넘어 버린 것 같은 스매쉬 호크도 절반으로 접혀 버렸다.
『아스카아! 이거.』
달리면서 떨어져 있던 소닉 글레이브를 휘두르자 이호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잡아든다.
『당케.』
…왜 이카리군은 천만에요라고 말하지 않지. 라는 아야나미의 중얼거림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초호기에 왼팔을 짓밟힌 사도가, 그 양 눈에 빛을 모은다.
『필드 전개!』
발사된 괴광선은 프리즘 때문에 구부러진 빛처럼 엉뚱한 방향을 폭격했다.
석복화 AT 필드를 사용해 사도를 속인 것 같다.
속임수인가…. 한참 앞으로 예정된 AT 필드 실험 항목이지만, 지금의 신지라면…혹시.
「신지군. AT 필드로 빛을 차단해 봐. 할 수 있겠어?」
『…빛. 인가요?』
『안 될 것 같아도 한 번 해 봐.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아스카는 이호기를 한 순간도 쉬지 않게 혹사시키면서 광구를 가리고 있는 갑각에 참격을 가하고 있다.
『…그래, 이카리군이라면….』
영호기는 짓밟은 위치에서 앞쪽으로 날뛰는 사도의 팔을 불태워 자르려고 포지트론 라이플을 쏘고 있다. 왼팔이 없기 때문에 프로그 나이프는 장비하지 않았다.
『응, 해 볼게.』
모니터 속, 클로즈업된 사도의 눈 앞 공간이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다시 괴광선을 발한다. 지오 프론트 주변부에 오르는 십자가가 작다.
「신지군. 사도의 시선을 차단한다는 생각으로.」
『네. …필드 전개!』
그 순간, 사도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겹겹이 꺾여 접힌 아코디언커튼이 시야를 차단한 것이다. 즉석에서 다른 카메라의 영상을 돌린다.
빛을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에, 암흑의 색이 된 AT 필드. 그 짙은 어둠은 심연 사도의 모습, 리츠코씨의 말로는 디락의 바다를 방불케 했다.
다시한번 발사된 괴광선은 AT 필드를 뚫지 못하고 그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구―트(gut; 영어의 good에 해당)! 신지, 할 수 있잖아.』
기뻐하며 방패를 던져버린 이호기가 왼손에 프로그 나이프를 장비했다.
계속해서 칼날을 내보내는 사도의 갑각을 맞추어 쫓으면서, 그 등에 소닉 글레이브의 자루를 내리친다.
쐐기처럼 박히는 칼날에, 1회전하고 스퍼트.
갑각과 맞바꾸듯이 나이프 날이 부서져 흩어지면, 숨겨져 있던 광구가 틈 사이로 살짝 보인다.
『실컷 못살게 굴었잖아….』
싱긋. 모니터 속에 야차(夜叉; 모질고 사나운 귀신)가 있다.
두둥실 공중에서 춤을 춘 이호기가 지면에 꽂힌 소닉 글레이브를 지지대 삼아 드롭킥을 꽂아 넣었다.
양 팔이 잡아 뜯겨 바람에 날리는 사도를 뒤쫓아, 이호기가 케이블을 떼어내고 달린다.
『여얼 배로다가…!』
석복화 AT 필드에서 해방된 사도가 양 눈을 빛냈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아야나미가 아니다.
양전자에 안면을 얻어맞은 사도가 몸을 뒤로 젖혔다.
『…돌려줄 테다!!』
타타닷 하고 이호기가 스탭을 밟아싸고 생각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소닉 글레이브를 투척한다.
원래 투척용 무기는 아닐 텐데, 소닉 글레이브는 얼마 되지 않는 갑각의 틈새에 꽂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AT 필드를 가이드레일 삼아서 유도한 것 같다.
네모진 은빛 조각과 검은 섬유로 떡칠이 된 진창을 박차고 이호기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받―아―라~.』
사도의 광구에 우뚝 솟은 장병기. 그 물미(역자 주―창대의 창날 반대편 끝에 끼우는 뾰족한 쇳조각)를, 이호기가 질주하던 기세 그대로 걷어 차 버린다. 순식간에 광구는 물론이고 몸 자체를 꿰뚫은 소닉 글레이브가 튀어나왔다.
최후의 힘을 짜낸 듯 발한 괴광선은 석복화 AT 필드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이호기는 화려하게 공중제비를 돈 뒤 착지한다.
사도에게 등을 돌리는 무방비한 짓은 하지 않는, 방심하지 않는 공격 태세. 반격 대비. 검도나 나기나타를 격투훈련에 집어넣은 것은 정답이었던 것 같다(역자 주―일본의 나기나타, 중국의 언월도, 서양의 글레이브는 상당히 유사하게 생겼음).
무릎을 꿇듯이 땅으로 무너져 내린 사도가 마침내 십자의 폭염을 올렸다.

****

내열 완충용액 때문에 수박밭을 다 망쳐 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며칠 뒤, 간식 차입을 건네받았을 때 일이다.
당분간 농작물은 키울 수 없게 됐어. 라고 카지씨에게 푸념을 들었지만, 그것까지 내가 어찌 책임질 수는 없었다.

계속 つづく

2006.10.10 PUBLISHED
2006.10.13 REVISED
2013.03.02 TRANSLATED

주의: 「석복화析複化」는 제가 만든 조어입니다. 원래 일본어에는 이런 단어가 없습니다.
special thanks to 오얏상(オヤッサン)님. 신지가 탑승할 때까지의 묘사가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또, 그때 마침 켄스케가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拾四話

역자의 말
서울 올라가기 전에 올리는 마지막 포스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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