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7일 월요일

[번역]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12화

그 등에 총구를 들이댔다.
슬쩍 시선을 돌렸다.
「야, 남자한테 거절당하고 마시는 술맛은 어땠어, 카츠라기?」
천천히 양팔을 들어올린다. 오른손에는 붉은 카드.
「마셨을 리 없잖아. 술 싫어하는데. 어제 밤새도록 아스카…짱이 위로해 줬으니까.」
총구를 누르면서 초조한 척 연기한다.
카지씨를 속이기 위해 내가 취한 방법은, 아스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어쩐지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그만 손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그런가, 그럼 대여는 돌려받은 게 되나?」
한숨을 쉬려고 하는데 떠오르는 의문.
「대여라니?」
「아, 그게….」
어쩐지 말하기 거북해하는 것 같아서 총구를 다시 후두부에 들이대서 도움을 받는다.
「…아니, 뭐. 아스카가 부탁해서 카츠라기 집무실의 락을 해제했던 적이 있어서 말이야.」
그런가. 그때(역자 주―제8화 참조)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수수께끼였지만, 카지씨가 했던 거구나.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 사람 외에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쓸데없는 짓, 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 또 괘씸하다. 그 건은 독일 시절 때 잃은 점수를 회복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늠쇠 부분을 세심하게 문질렀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다.
아야, 아야. 라고 소리를 지르는 카지씨의 목소리는 짐짓 꾸민 것 같다….

한숨.
「정말이지, 일생일대의 각오였는데.」
총구를 뒤로 젖힌다. 안전장치는 해제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쏠 생각은 없었다.
「애가 셋 딸린 성모님 아니셔. 나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정말 믿을 수 없어. 라며 권총을 치웠다.
이 녀석은 훈장 대신 받아두지. 라고 하며 부채를 펼치듯 붉은 카드 뒤로 카지씨가 내밀어 보이는 것은 카드 키. 플라스틱 섬유 재질 카드는 하룻밤만 쓸 수 있는 일회용이다.
어젯밤의 결의가 살의로 바뀔 것 같다….


지하 2008미터
터미널 도그마
「이게 네 진짜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아르바이트?」
관자놀이를 눌러 냉정을 되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어느 쪽일까.」
LCL 생산 플랜트, 제3순환 라인의 표시가 붉다.
「특무기관 네르프 특수 감사부 소속 카지 료지. 동시에 일본 정부 내무성 조사부 소속 카지 료지기도 하지.」
이거 들켰는가. 하면서 카지씨가 턱을 쓸어내렸다.
「네르프를 얕보지 마.」
「이카리 사령관의 명령인가?」
처치 곤란의 붉은 카드가 손 안에서 튀어오른다.
「내 독단이야. 이 이상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면, 죽어.」
「사령관은 날 이용하고 있어. 아직 괜찮아.」
과연. 단순한 내부 스파이가 아니라, 네르프 측의 스파이기도 한 것인가. 이중 스파이 정도라면 죽을 이유를 찾기가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카츠라기에게 비밀로 하고 있던 건 사과하지.」
「어제의 답례로….」
무심코 본심을 말할 뻔 했다. 각오는 했지만, 완전히 여자가 되는 것이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카지씨다. 여러 가지 의미로 저항이 많았다.
어쩌면 그런 내 불안을 알아채고 거절해 준 것일까.
아니,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면, 카지씨가 아직도 나를 여자로 보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리츠코씨와 만났을 무렵, 어머니를 만나러 게히룬에 간다는 리츠코씨에게 나도 데려가 달라고 떼를 썼다.
지오 프론트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아야나미도 만나고 싶었고.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싫어하는 여자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헌팅남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보였던 카지씨의 손에 얻어맞아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얼굴을 얻어맞은 것에 놀랄 새도 없이, 나를 때린 사람이 카지씨라는 것에 더 놀랐다.
그 뒤, 미사토씨와 카지씨가 교제하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아연실색했다.
나로서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이런 최악의 만남은 아니었을 것이다.
카지씨와의 관계가 회복불능이라고 생각한 나는, 이제 세계를 지킬 수 없다고 지레짐작하고 울면서 도망쳤다.
지금 와서 보면, 내가 생각해도 생각이 짧은 데도 정도가 있다.

그것은 차치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의 기쁨에 들떠 있던 내게, 그 사건은 냉수를 퍼부은 것과 같았다.
사도 내습까지의 13년간. 내가 확실한 지침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정신이 들었다고 해도 좋다.
그 이상의 이레귤러(irregular; 불규칙)의 발생을 두려워해 가능한 한 미사토씨답게 행동하려 했다. 그래도 술은 잘 마시지 못했고, 차에도 별 흥미가 없었고, 꽤 무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미사토씨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길들에 대해 생각하고, 역사를 바꾸어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며 보낸 10년이었다.
무사히 네르프의 작전부장이 된 지금은, 사도 내습이라는 대사건 앞에 일개 개인의 교우 관계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라고 정색하게 되었지만.

「…무례를 사과하지도 않았는데 살려 줄 수 있을까.」
왼손 안에 감추었던 붉은 카드를 오른손에서 꺼내고 있다.
좀 전에 조롱당했을 때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정말 손재주 있는 사람이다.
「…그거야 아무렴. 하지만, 사령관도 릿짱도 네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지. 그게 이거야.」
카지씨가 슬릿에 카드를 통과시키자, 락이 풀리고 격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흰 거체.
「이건 에바? …설마!」
「그래. 세컨드 임팩트에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의 요점이자 시발점이기도 한. 아담이다.」
「아담. 그 제1사도가 여기에….」
이놈의 모습을 본 적은 한 번 뿐이다. 카오루군을 죽였을 때.
주먹을 꽉 쥐고, 아픔을 참는다. 지금은 기억에 붙잡혀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를 악물자 오른쪽 입 속의 의치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 흰 거체에 카오루군의 환영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친구를 죽였던 기억을 봉하려고 흰 거체에서 눈을 뗀 순간이었다. 뇌리에 떠오른 친구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때, 카오루군은 깜짝 놀랐지 않았었나? 쓰러진 이호기 저편에서 그는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인가?
그는 무엇에 충격을 받은 것인가? 분명히 원하고 있었을 물건에 도착하고서, 어째서 가만히 서 있었던 것인가?
무엇이 어긋났던 것일까?
단서를 찾으려고 해도, 흰 거인에게서는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다. 그 때와 다른 것은 창이 박혀 있고 하반신이 없다는 것 정도.
창이 없다는 것에 놀란 건가? 하반신이 있다는 것에 놀란 건가?
둘 다 아닌 것 같다.
창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면, 하반신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면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한 것 같은 모습이 아니어서?
목전까지 와서야 그런 줄 알게 되었다니 말도 안 된다.

아담이 흘리는 피. 왠지 붉은 그 체액은 끝없이 흘러내려 붉은 호수에 쏟아진다.

그는 원래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던 것일까?
아담을 만나기 위해?
아담을 만나고 나서, 그는 변변한 저항도 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자진해서 나에게 죽임을 당했다.
아담을 만나고, 그걸로 만족했다?
미련을 남길 것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죽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그때 그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삶과 죽음이 등가치라면서, 어째서 그는 죽음을 바랬을까?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을까?
일부러 죽을 장소를 찾고 있었을까?
삶을 선택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은 아니었을까?
삶을 바라고 온 것이라면, 그 목적은 아담이었을 것이다.
죽음을 선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담이라면, 굳이 내 손에 죽어야만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 그는 삶을 고를 수 없었다. 그러므로 죽음을 바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아담은 그 죽음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그것은, 아담이 그에게 삶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담은 그에게 삶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다. 정보가 너무 적다.
단지, 아담와 사도의 접촉이 서드 임팩트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일찍이 이 창을 정신오염 사도(역자 주―아라엘)에게 사용했을 때였다.
『아담과 에바의 접촉은 서드 임팩트를 일으킬 가능성이!』
미사토씨의 우려는 묵살되고, 창이 사용되었다.
여기에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아담과 사도의 접촉이 서드 임팩트를 일으킨다는 정보가 거짓말일 경우.
하지만 이것은 카오루군이 놀랐던 사실에 합치시키기 어렵다.
또 다른 경우는, 이것이 아담이라는 말이 거짓말일 경우.
거짓말의 이유는 모르지만, 카오루군이 놀랐던 사실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경악했던 것이다.
두 가지 다 거짓말일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거기까지 의심해서는 추측을 시작할 수도 없다.
아마 이것은 아담이 아니겠지.
아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 사도를 끌어들이는 것. 즉, 제1사도와 동격인 물건.
그렇다면, 이것이 미사토씨가 말한 그 녀석일지도….
「확실히 네르프는 내가 생각한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군.」
정직한 감상이었다.

그런데,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카지씨의 처우다.
카지씨가 이것을 정말 아담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감안한 채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이쪽이 그 거짓말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면, 조심성 없는 정보를 흘려서는 안 된다.

아니, 그러고 보니 수박밭에서 가르쳐 줬던 적이 있다.
『사도가 여기 지하에 잠들어 있는 아담과 접촉하면, 사람은 모두 멸망하게 된다고 하더라. 서드 임팩트로 말이지.』라고(역자 주―원작 19화, 〈남자의 싸움〉에서).

어찌됐든 간에 정보가 너무 적어서, 카지씨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할 수가 없다.
미인계도 통하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카지씨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카지씨의 생명은 단념하고, 정보를 얻는 데만 전념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틈도 없다.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움켜쥔 로사리오는 갈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준비한 마지막 시나리오를 시작한다.
권총을 뽑아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겨누었다. 여기까지를 한 동작 만에 끝낸다. 아니, 그 사이에 시야가 부예지고 표적도 애매하다.
「특수 감사부 소속, 카지 료지. 당신을 구 이토 난바다(伊東沖) 전투에서의 적전도망․출입금지 구역에의 무단 침입․작전부장 집무실에의 불법 침입 방조·무엇보다도 절세의 미녀를 바람맞힌 죄로 총살형에 처합니다.」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데도, 카지씨의 능글거리는 표정은 꿈쩍도 않는다. 뭐, 이 상태로는 총에 맞든지 맞지 않든지 당연한 건가.
「그거 곤란한데. 정상 참작의 여지는?」
「절세의 미녀에게 창피를 준 시점에서, 절대 안 돼.」
말하자마자 말꼬리를 잡듯이 즉답.
내가 말하고도 부끄럽다. 뺨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미사토씨 본인이라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마음속 깊이 우러나게 단언하겠지만.
이렇게 농담을 할 정도의 여유는 필요하다. 진지하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양보의 여지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진지했다가는, 오히려 고집스럽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저런 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법거래라는 건 어때?」
이것인즉, 알고 있는 것은 얘기해 주겠다는 의미다. 잠깐 고민하는 척 하고.
「정보가 뭔지 보고.」
「이 녀석에 합당한 소재는 약속하지.」
어느새 손가락 끝에 끼운 것은 호텔의 카드 키.

무심코 방아쇠를 당기게 될까봐 총구를 다른 데로 치웠다. 만약을 위해 첫 탄은 공포로 준비해 왔지만, 이 거리에서는 목제 탄두라도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놀리지 말란‥말이…야….」
부끄러움 때문에 물든 뺨을, 분노 때문이라고 우기기 위해, 큰 소리로 호통 친 말꼬리가 힘을 잃었다. 이제껏 카지씨가 그저 까불거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지한 눈빛. 무서울 정도다.
이렇게 똑바로 바라보았던 적은 없던 것 같다.
그 카드 키는 내게 있어서는 각오의 상징이었다.
내 각오를, 카지씨는 어떻게 받아들인 것일까.

총구를 향하고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것은 나를 믿어 준다는 걸까, 아니면 나에게라면 죽어도 괜찮다는 걸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카지씨가 눈가를 닦아 줬다. 집게손가락으로 위쪽으로 닦아내는 행동(역자 주―일본에서 이런 식으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은 주로 바람둥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음)이 어째서인지 조금도 마음에 거슬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내리고 있던 총구를, 팔꿈치를 굽혀 끌어당겼다. 결과를 얻을 때 까지는 연극의 막을 내릴 수 없다.
「잘 생각해 보니, 그 십자가를 움켜쥐는 버릇은 변하지 않았군….」
카지씨의 손은, 의외로 뜨거웠다. 시선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왼손을 감싸고 있는 것이 카지씨의 손이라면.
그대로 한 개씩 한 개씩 손가락을 풀고, 버팀목을 잃은 로사리오가 가슴팍으로, 툭.
마음속에 새겨 둬. 라며 카지씨가 한 걸음 물러섰다.

새기다니 뭘. 이라고 캐물으려는 기미를 눈치 챘는지, 다시 능글거리는 얼굴로 표정을 싹 바꾼다.
「게다가 카츠라기는 나한테 빚이 있을 텐데?」
파칭. 하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윙크.
정말 보기 좋게 따돌려져 버렸다. 이 분위기에서 화제를 되돌릴 기술도 신경도 나에게는 없다.

빚. …주변 지역에 심대한 피해를 끼쳤던 낙하 사도전. 그 뒤처리 얘기를 하는 것일 테다.
당연히 날아온 관계 각 성으로부터의 항의문과 피해 보고서. 주변 지자체에서의 청구서. 홍보부의 불평. 그것들을 정리할 아이디어를 주었던 바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마기에게 시켜라」에 불과한 그 제안은,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마기의 사용권한은 엄밀하게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사무작업 따위 우선순위 낮은 안건을 끼워 넣을 여유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지씨에게 받은 메모리 디바이스에는 감사부가 보유하고 있지만 쓰지 않고 있는 권한 범위의 일시 양도, 작전부장이 사무작업 같은 사소한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 사도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고찰 등이 정식 서류로 작성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그것을 승인하는 부사령관의 전자 사인까지 붙어 있었다.
부사령관 본인이 최종적 조정역으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을 약속하는 각서까지 첨부되어 있던 것까지 보고는 그 지나친 준비성에 현기증이 났을 정도였다.
더할 나위 없이 극진했다.
그때 얘기까지 꺼낸다면, 다른 수단은 취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채우고 총구를 치웠다.
「…일방적으로 빌려 준 거였지만, 뭐 괜찮아.
아스카…짱이 오후 간식 당번이니까, 최소한 한 주에 한 번은 사식 넣어 줄게. 그게 수행되고 있는 동안 집행유예.」
「알았어. 그렇게 형을 살지.」
이것은 의식이었다. 솔직하지 못한 어른이 본심을 숨기고 일을 진행시키기 위한.
「집행유예 중에 허락 없이 죽지 말아줘.」
「진지하게 들어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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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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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신지. 준비 됐어?』
제3신동경시 외곽. 정찰기가 보내온 영상 속에는 장방형의 구멍을 둘러싸듯 서 있는 3체의 거인의 모습이 있다. 저마다 준비하고 있는 것은 노즐이 부착된 호스.
『응, 괜찮아. 아스카.』
『…으응. 괜찮아요. 이호기 파일럿.』
『아니~야! 나 제대로 아스카라고 부르라고 했지, 레이.』
다른 둘의 목소리를 덮어버릴 듯한 아스카의 고성.
『…알았어요. …아스카.』
『그걸로 됐어.』
아스카는 어젯밤의 약속(역자 주―보간 #2 참조)을 벌써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즉단 실행의 아스카다.
목소리에 다소 수줍은 기색이 없지 않지만, 일단 한다면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것이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라는 존재였다.
『미사토. 이쪽은 언제라도 OK야.』
그리고, 그럴 때의 아스카는 정말 믿음직하다.
「좋아. 작전 개시 신호가 있으면 런처에서 미사일이 발사될 거야. 나머지 세세한 판단은 각자 너희들한테 맡길게.」
『알고 있어.』
『네.』
『…라져.』
역시 좋아하네. 무슨 소리야? …카츠라기 소령은 매복 작전을 좋아해. 라는 둥 잡담들은 무시다.
천정을 제거한 제07흡열조를 드레인(drain)해서 확보한 공간에 두껍게 경화 베이클라이트를 깔았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알았다는 듯 최상층의 흡열조 몇 개는 겉의 장갑판을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컴뱃 오픈. 어택 나우(combat open, attack now)!」
에바들이 멀리서 둘러싸고 지켜보는 가운데, 중앙에 설치된 발사장치가 마기가 유도하는 대공 미사일을 시가지 상공에 토해냈다.
제3신동경시 제로 에어리어 위를 유연하게 떠다니고 있는 지브라 패턴의 구체는 미사일이 접촉했다고 생각한 순간,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패턴 청. 제07흡열조 중앙부입니다.」
흡열조의 한복판에 직경 680 미터의 정원 모양의 어둠이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발사장치가 삼켜져 버렸다.
『『『 필드 전개! 』』』
세 명이 협력해서 친 AT 필드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를 뒤틀어, 검은 원을 모조리 덮음으로써 자신을 과시했다.
『게~헨(Gehen; 독일어의 go)!』
아스카의 신호와 함께 3기의 에바가 각기 들고 있던 호스에서 붉은 액체를 내뿜는다. 경화 베이클라이트다. 흠열조 내벽의 밸브에서도 베이클라이트가 분사되었다.

섬멸 방법을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던 이 사도를 봉인시키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것이 이 작전, 버드라임(birdlime; 새 잡는 끈끈이 덫)이었다.
흡열조가 절반 정도 사도 속으로 가라앉았을 즈음, 준비되어 있던 베이클라이트가 바닥났다. 완전히 경화할 때까지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

직경 680 미터, 두께 약 3 나노미터. 그 극단적으로 얇은 공간을, 안쪽을 향한 AT 필드로 유지하는 디랙의 바다(Dirac Sea; 음의 에너지 상태에 전자가 가득 찬 상태라고 하는데, 에바에서는 단순히 허수 공간, 이공간이라는 개념에 갖다 붙인 걸로 보입니다). 리츠코씨는 사도의 정체를 허수 공간으로 추측했다.
AT 필드로 유지하고 있다면, 그걸 중화해 버리면 섬멸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사도들이 필드를 중화한 것만으로 섬멸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방법은 아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전에 사도에게 삼켜졌을 때도 필드를 중화하려고 노력했었다. 필드를 중화하고 공격해서 섬멸한다면, 사도에 삼켜지지 않고 끝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머리를 싸매고 생각했다.
결국 쓸 만한 대책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고육지책으로 한 것이 이것이었다.


……
「베이클라이트, 완전 경화가 확인되었습니다.」
「필드를 해소해.」
『…카츠라기 소령!』
「패턴 청. 영호기 바로 밑에 있습니다!」
『레이!』『아야나미!』
전면 호리존트 스크린이 영호기를 비추었다. 검디검은 바닥없는 늪 속으로 벌써 넓적다리 근처까지 가라앉고 있다.
흡열조가 직육면체기 때문에, 그 주위에 에바 3기를 배치하면 1기가 튀어나오는 모양새가 된다. 아야나미가 통찰력이 좋다고 해서 거기에 배치한 내 실수다.
『…삼켜진 부위에 감각 상실. 이쪽의 행동에 비교적 높은 점성 저항을 볼 수 있지만 촉감으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신지군! AT 필드를 발판으로 해서 영호기를 구출. 던져도 상관 없어. 아스카…짱은 영호기를 받아내.」
『넷!』
흡열조 위를 초호기가 달리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발판을 스스로 만들어서.
영호기도 아무 저항도 않은 채 삼켜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검은 수면에 양 손이 닿아 있는 부분을 보면, AT 필드를 쳐서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을 것이다.
『미사토. 반대로 하는 게 좋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이호기는 영호기 쪽으로 바로 나아가지 않는다.
「받는 게 더 어려워. 그러니까 아스카한테 맡기는 거야.」
『알았어.』
초호기가 어둠 위를 질주한다. 어느새 영호기에 닿아 겨드랑 밑에 양 손을 넣고 당긴다.
『신지! 왼쪽으로.』
『알았어.』
『…좋지 않아.』
아야나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영호기를 심연에서 뽑아내 던진 초호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필드가.』
기다리고 있던 이호기가 무난히 영호기를 캐치.
『…카츠라기 소령. 사도가 필드를 중화하기 시작했어요.』
「뭐라고! 신지군, 중력 경감 AT 필드는?」
『하고 있어요! 하지만 반응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사토씨!』
초호기는 이미 허리 근처까지 삼켜져 버렸다.
「현재 영호기, 이호기의 필드는?」
「이호기는 건재. 영호기, 복원했습니다. 초호기 필드는 완전히 소실되고 있습니다.」
「신지군, 공중에 필드 전개. 잡을 수 있겠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곧바로 다시 떨어진다. 초호기는 그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안 되겠어요!』
만일 삼켜져도, 초호기라면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초호기를 포기. 플러그를 사출합니다. 아스카…짱!」
발령소 톱 다이아스에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딴 건 무시다.
『알았어. 지금 바로 가.』
「사도 위에 필드를 치면 안 돼!」
지름길로 가기 위해 뛰어오른 이호기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아스카도 앞서 있었던 위력 정찰 때 항공대가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공격자를 아래쪽부터 집어삼키는 사도의 모습을 보고, 그 다음에는 항공기로 공격을 시도했다. 공중에는 반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사라져서 미사일을 피한 사도는 둥근 그림자가 되어 그곳을 이탈하던 전투기들을 앞질렀다. 그 상공을 통과하려던 전투기가 벽에 부딪히듯이 박살이 나 버렸다.
이탈을 지원하기 위해 견제 사격을 한 VTOL기는 발밑에서 나타난 그림자를 피하려고 상승했다. 도망칠 장소를 찾기 위해 탄을 모두 쏟아 부었을 때는, 이미 주위에 AT 필드가 둘러쳐져 있었던 것이다. 연료 부적으로 추락하는 그 모습이, 새장 안에서 굶어 죽은 작은 새 같았다.
아마 자기 바로 위에 원통형의 AT 필드를 전개했기 때문일 것이다――

AT 필드가 있다는 것은, AT 필드를 중화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상태로 이호기가 AT 필드를 쳐서 사도 위를 건너려고 했다가는 초호기와 마찬가지로 삼켜져 버릴 것이다.
「신지군. 플러그를 사출할 거야. 충격에 대비하고. 고개 숙여.」
『네.』
위치 관계를 나타내는 조감도. 붉은 거인을 가리키는 빛나는 점이 원 둘레를 따라 달리고 있다.
「…레이짱, 사도의 필드 중화!」
『…라져.』
「싱크로 커트. 플러그 사출!」
중화 상황을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이쪽은 스태프들에게 지시.
「라져. 싱크로 커트. 플러그 사출했습니다.」
초호기에서 사출된 플러그는 300 미터 정도를 날아가서는 낙하산을 펼치기도 전에 이호기에 의해 회수되었다.
「신지군, 괜찮아?」
『네.』
「포획용 와이어 사출. 초호기를 얽어매서 꺼내.」
「무립니다. 시간이 모자랍니다.」
스크린에 클로즈업되는 검은 원. 초호기는 삼켜져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런 말은 해 보고 나서나 해!」
「네, 네!」
주위의 공격 빌딩에서 갈고리가 달린 와이어가 여럿 사출된다. 원래는 사도를 포획․구속하기 위한 장비이지만, 물건은 쓰기 나름이다. 마기의 계산에 의한 가스압과 장력으로 조작되는 와이어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그림자에 쇄도했다.
「와이어 말단 센서에 반응 없음.」
모니터에 뜨는 초호기 시점의 영상. 새하얀 화면에 주사선(走査線; 영상 송수신 때의 흑백 선)이 어지럽다. 곧바로 표시되는 【신호 없음】 인디케이터.
와이어의 모니터링도 모두 두절된 것 같다.
「패턴 청, 소실. 목표의 파장 패턴, 오렌지로 변화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는 지브라 패턴의 구체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떠 있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앵글로 사도를 클로즈업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모습에 어쩐지 숨이 막힌다.
무심코 목 주위를 느슨히 풀었다.
이전에 이놈 속에 삼켜질 때는, 올려다 본 하늘을 가득 채운 줄무늬에 압도당했었다. 짓누를 것 같은 존재감이 주던 절망감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스카…짱, 초호기의 케이블을 잡아당겨 봐.」
『알았어.』
이호기 시점의 영상을 보니, 엄빌리컬 케이블은 검은 원에 삼켜진 부분부터 싹둑 잘려 있었다.
와이어를 되감는 것도 시간 낭비일 뿐인가.
「아스카…짱, …레이짱, 후퇴해.」
「카츠라기 소령.」
톱 다이아스에서 목소리가 내려온다. 이카리 사령관. 아버지다.
「네.」
「어째서 초호기를 포기했나.」
「초호기의 능력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해, 파일럿의 생명을 우선했습니다.
초호기도 회수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해보았지만, 힘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 위압적인 붉은 선글라스 덕분에 아버지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의연히 대처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괴로워서 시선을 돌리자, 부들부들 떨리는 아버지의 주먹 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카츠라기 소령, 자네….」
아버지의 말을 거대한 파쇄음이 가려 버렸다.
『뭐가 시작된 거야?』
다시 되돌아보자 스크린 안에 그림자가 갈라져 버린 것이 보였다.
사도의 두께는 3 나노미터에 불과할 텐데, 땅이 갈라져 뒤집히듯 거대한 덩어리가 치솟고 있다.
영상 기록 보관소에서 본 유빙이나, 스와호(諏訪湖; 나가노 현 스와 분지에 있는 호수)의 오미와타리(御神渡り; 호수의 얼음이 갈라져 솟아오르는 현상. 스와호에서 특히 잘 일어난다고 함)를 생각나게 하는 광경이다. 적나라한 붉은색과 독살스러운 검은색의 배합만 아니면, 장엄하다고도 할 수 있다.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모든 수치가 최고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브라 패턴을 잃고 새까맣게 변한 구체.
…저건 마치, 검은 태양. 아니, 열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검은 달이라고 해야 하나.
「설마 초호기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엔트리 플러그는 사출이 끝났어. 움직일 리가 없어!」
구체를 찢고 나타난 사람의 것과 같은 오른손. 특징적인 손가락 관절 보호대의 실루엣이 에바의 손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붉은 액체.
사도인데 왜 체액이 붉은 걸까. 그래서 패턴이 오렌지로 나타난 걸까(역자 주―제3사도 사키엘의 체액은 보라색이었음)?
억지로 비집어 열듯이 고깃덩어리를 찢어발기고, 붉게 물든 귀면(鬼面; 에바의 디자인은 오니에서 따왔다고 안노가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 올린 인터뷰 기사 참조)이 모습을 드러낸다.
악부 장갑을 잡아 찢고 포효한다.
『나, 이런 물건을 타고 있는 거야….』
결국 이겨내지 못한 구체가 튀기듯 터져 버렸다.
지면에 우뚝 솟은 초호기가 하늘을 향하여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사도 속에 홀로 삼켜진 바람에 당황해서 눈을 떠버린 걸까? 어머니는.
군데군데 장갑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아 파일럿이 없어서 사도에게 직접 침식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물건을, 도대체 무슨 물건을 카피한 거야, 우리.」
적당한 대답이 있다면, 나도 좀 물어보고 싶다.
피와 살덩어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초호기는 언제까지나 울부짖고 있었다.

계속 つづく

2006.09.25 PUBLISHED
.2006.10.20 REVISED
2012.04.29 TRANSLATED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拾弐話


역자의 말

19금 같은 건 없는거야! 없다고! 으하하하하하!
난 분명히 만우절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저자와 역자는 “이거 만우절에 맞춰서 올린 거임?” “ㅇㅇ 노린거임” 하면서 낄낄댔음)
이 시리즈의 수위는 15금, 아무리 높게 쳐도 17금 정도밖엔 안 돼요.
프롤로그에서 말했듯 ‘일단은 TS물’, TS물로서의 재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카지와 미사토(=신지)의 대화와 레리엘전 사이에 *** #2 ***는, 저 위치에 바로 다음에 올릴 보간 #2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 그것도 바로 이어서 올릴게요.

겐도가 엿먹으니까 참 기쁩니다. 破를 보고 나니까 더더욱. 겐도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

댓글 2개:

  1. 남자의 계단이건 여자의 계단이건 중요치 않았던 거임..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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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러나 저러나 결국은 낚시…
      정황상 본작에서 신지as미사토는 29세가 될 때까지 그… 그런 관계는 한번도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거의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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