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월요일

[번역] 신지의 신지에 의한 신지를 위한 보완 제08화

『동 58분 15초. 초호기의 AT 필드로 목표 갑 및 을의 구속에 성공』
밀어내기 놀이(역자 주―원문 おしくらまんじゅう)하는 모양처럼 밀치락달치락 합체하고 있는 사도의 모습이 비쳤다.
슬라이드가 바뀌었다.
다른 각도. 사도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초호기와 이호기의 모습. 후퇴하는 푸른 영호기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요새 사도전에서의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재 취역 보수가 늦지 않았던 것이다.
『오전 11시 03분. 영호기(改〔역자 주―푸른 도색이 된 영호기를 말함〕)・이호기에 의해 목표 AT 필드의 중화.
     …    영호기(改)에 의해 N2 폭뢰 투입, 점화.』
브리핑 룸은 지금 어둑어둑한 영사실이 되어 있다.
요새 사도의 잔해가 정리되지 않은 지금,
제3신동경시에서 요격하기는 어렵다.
『    …    구성 물질의 28%를 소각하는 데 성공.』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수많은 슬라이드. 분열 사도전의 과정이다.
요새 사도의 잔해가 정리되지 않은 지금, 제3신동경시에서 요격하기는 어렵다.
그것 때문에 이쪽에서 찾아 나가 요격하는 형태의 싸움을 한 것이지만,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덕분에 N2 폭뢰로 발을 묶는 무지막지한 전법을 쓸 수 있었다.
『동 05분. 초호기・이호기의 공격에 의해 패턴 청 소멸, 사도 섬멸을 확인.』
실내등이 켜졌다.
3명의 칠드런이 제각기 자리에 앉아 있다. 나 말고 어른은 휴가씨밖에 없다.
작전 그 자체는 성공했기 때문에 브리핑 참가자는 최소한.
원래라면 지금부터 논공행상을 시작해야 하겠지만, 파일럿이 아이들인 만큼 무신경하게 행동할 수는 없다.
「그러면 현 시점을 기해서 작전 행동을 종료. 해산.」
나가려고 하는 아스카에게 손짓.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그 의도를 눈치챈 것 같은 휴가씨가 신지와 아야나미를 급히 내몰고 있다.
무슨 말을 들을지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스카의 표정은 딱딱하다. 
앞의 의자를 돌려 자리를 권하고 나도 앉았다.
「잔소리 할 거면 안 들을 거야.」
아스카가 팔짱을 끼고 딴 데를 바라보았다.
「왜지?」
「들을 필요 없어. 나는 잘못한 거 없다고!」
아스카의 왼손 집게손가락이 초조하게 오른팔을 두드리고 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어째서 당당하질 못한 거야?」
「나는 당당하다니까.」
다리를 꼬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아스카.
「그럼 내 얼굴을 보고 얘기해.」
「미사토 얼굴은 볼 가치 없어.」
심한 말이다. 미사토씨 본인이 들었다간 열화같이 노할 게 틀림없다.
「자, 그대로 들어.」
「들을 필요 없다고 했잖아!」
왼손으로 쾅 하고 책상을 친다. 매섭게 쏘아보는 모습에 예전을 떠올리면서 조금… 괴롭다.
「겨우 이쪽을 향해 줬구나. 그렇지만….」
「뭐야!」
「그런 얼굴 하고 있으면, 모처럼 예쁜 얼굴이 망가져 버린다구?」
허를 찔린 모습의 아스카는, 뭔가 여러 가지로 갈등하더니, 한층 더 무섭게 눈초리를 올렸다.
「아부하면 생각대로 해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날 깔보지 말란 말이야!」
불평을 마구 쏟아 부으면서도 떠나지는 않는 것은, 아스카도 알고는 있기 때문이겠지.
단지 완벽함을 원하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너무 높은 이상이 강박관념이 되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다.
에바에 모든 것을 거는 외곬이 의심암귀를 낳고, 타인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아스카의 신상조서를 보고 알아낸 것은 부모에게 인정받았으면 하는 아이의 마음이었다.
부모의 눈에 들려고, 누구보다 앞서려고 하는 아이의 노력이었다.
부모가 돌아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목소리를 쥐어짜내고, 거기 목숨을 거는 아이의 모습.
아스카는 순수하다.
그래서 슬프다.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엄마는 이제 없으니까.
틀렸어. 강한 척 허세를 부리는 아스카가 아파서,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그렇지만, 도망치면 안 돼.
여기서 도망치면, 아무것도 안 돼.
입을 가린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건지, 아스카가 또 외면했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무엇이든 말해야 한다. 아스카에게 무슨 말이든 하지 않으면.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하지만, 건넬 말을 찾을 수 없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보일 리가 없다. 그런 껍데기뿐인 말이 아스카의 마음에 닿을 리가 없다.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아스카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독일에 있을 때 이미 어떻게든 되었을 텐데.
아니, 다르다. 지금 여기서 아스카에게 할 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독일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한 번의 실패를 두려워해 귀중한 기회를 마치 물감이 스며들듯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아스카를 구할 수 없다.        …그 사실에,
실패가 무서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비겁함에,
그런 것을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      …그 어리석음에,
도망치고 싶다. 지금 바로 도망치고 싶다.  …그 약함에,

                     …타격을 받는다.
치받치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일어서서, 짐짓 천천히 출구를 향한다. 눈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잠깐만! 어딜 가는 거야!」
「어디라도 좋잖아,」
도망가는 이유. 도망가는 이유. 아스카에게서 도망치려는 이유.
「프로의식이 없는 사람한텐 무슨 말을 하던 쓸데없어. 붙들고 있어서 미안해.」
뛰쳐나간다. 어째서 이따위 말은 잘도 나오는 건지. 핑계 대는 데만 익숙해서…, 역시 나란…!
뒤쫓아 오는 발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오지 마. 오지 마. 따라오지 마, 아스카.
전력으로 뛰지 않으면 따돌릴 수 없다. 눈물을 닦지도 숨기지도 못하고 오로지 달린다.
지리를 모르는 아스카를 따돌리기 위해 몇 번이나 길을 꺾었다.
나에게 주어진 집무실에 뛰어들어, 후려갈기듯이 자물쇠를 걸었다.
문에 몸을 맡기듯이 맥없이 스르륵 쓰러지듯 앉았다.


나는 전혀 강해지지 못했다. 약한 예전 그대로다.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 모든 것을 마주보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세계를 멸망하게 만든 죄를, 조금이라도 갚는 것이라고.
상냥하지 않은 세계를, 조금이라도 상냥하게 하는 것이라고.
눈물이 흘러넘쳤다. 오열이 멈추지 않았다. 자괴가 멈추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초인종도 울린다. 성난 외침이 마구 퍼부어진다.
싫다. 싫다. 싫다.
약한 내 자신이 싫다. 상냥해지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다. 체념해 늘어져 있는 내 자신이 싫다. 도망치는 내 자신이 싫다.
역시 나는 안 돼.
약하기 때문에 안 된다. 상냥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 된다. 체념해 버렸기 때문에 안 된다. 도망쳐 버리기 때문에 안 된다.
죄를 갚을 수 없다. 구해줄 수 없다. 상냥해질 수도 없다.
도와줘요. 누구든지 좀 도와줘요. 누구든 나한테 손을 내밀어 줘요.
나 홀로는, 한 사람 만으로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아도 좋다. 단지 한 명. 이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미사토씨의 말만 있으면 된다. 미사토씨의 그 의지가 조금이라도 새어나와 준다면 좋다.
나는 미사토씨의 대역 같은 건 할 수 없다.
열심히 연기해 왔지만, 역시 내게는 무리다.

나는, 여기 있어도 좋은 걸까?

왼손이 아프다.
어느새 꽉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 안에는, 은색의 로사리오가 있을 것이다. 볼 필요도 없이.
그것은, 내가 짊어져야 했기에 미사토씨로부터 계승한 십자가.
그래….
그런 거야.
나 아닌 다른 누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한탄해 보았자,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다.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장소조차 없다.
내가 해야만 한다고 해도, 아무도 부탁한 적 없다.
싫으면 싫다고 포기해버릴 용기도 없다.

 …나는, 최악이다.
훌쩍였다. 눈물은 멈추었다. 매정하게도 슬픔조차 지속되지 않는다.
「우는 건, 반칙이야.」
「앗. 아, 아스카?」
정신이 들었을 때는 위를 보는 자세로 똑바로 누워 있었다. 분명히 잠갔던 문이 열려 있다.
내가 왜 아스카의 무릎베개를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넘어지는 순간 받아서 그대로 무릎을 빌려 준 건가.
「다 큰 어른이 어린애 앞에서 창피하게 울지 마. 꼴사납게.」
나는 도대체 얼마동안 아스카의 무릎베개를 하고 울고 있었던 걸까?
「제대로 숨어서 울고 있었는데 찾아낸 거….」
상반신을 일으켜 아스카를 향해 돌아섰다.
「네, 네. 잘못했어요. 억지로 열고 들어와서. 그래서 눈치도 못 채고 사람 무릎 위에서 그렇게 울고 있었어?」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면 되잖아! 왜 울면서 도망치는 거야. 남 보기 부끄럽게.」
「…말도 못하게 했으면서….」
왠지 손수건을 찾을 수가 없어서 재킷 소매로 쓱쓱 뺨을 닦았다. 메이크업이 뭉개졌겠지만, 이제 와서 신경 써 봤자 헛일이다.
「나는 듣지 않겠다고만 했지, 말을 못하게 만든 적은 없어.」
「궤변이야.」
「사실이야. 인정하시지.」
「아스카…짱이 난폭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말 듣고 참고 있을까봐?!」
아스카가 한쪽 무릎을 세웠다.
「사실이야. 인정해.」
나도 한쪽 무릎을 세웠다.
「자기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울보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아스카가 허리를 들었다.
「말해. 말해 보라니까. 어째서 내 명령을 무시하고 돌발행동을 한 거야.」
나도 허리를 들었다.
「에이스인 내가 앞에 나서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아스카가 일어섰다.
「비장의 카드가 떡하니 앞에 나가서는 어쩌겠다는 건데.」
나도 일어섰다.
「전력 순서대로 투입하는 건 넌센스야.」
확 몸을 일으키는 아스카.
「임무는 위력 정찰이라고 말했었잖아.」
나도 몸을 일으켰다.
「결전 병기한테 정찰 같은 건 시키는 게 아니란 말이야.」
이마를 서로 맞대고 억눌렀다.
「UN 해군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잖아.」
정면에서 시선이 서로 부딪혔다.
「위력 정찰을 해도, 기량이 우수한 내가 원톱으로 사도의 발을 묶는 게 최적이었어.」
「AT 필드에 뛰어난 신지군이 방어에는 적임이라고 판단했어.
 구신권은 왜 있는 거고, 항명권은 뭘 위한 건데?
 말해주면 좋았잖아. 의견이 있었으면 밝혔으면 됐잖아. 물어 줬어도 괜찮았잖아.
 어째서 갑자기 명령을 무시하고, 독단전행을 한 거야. 나란 건 아스카가 상담할 가치도 없는 사람인 거야.
 그게 분해서….」
다르다. 분함은 나에 대한 것이다. 기회는 있었는데, 아스카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해두지 못한 나에게의 분노였다.
안 된다. 흥분하면 또 눈물이.
「우는 건 반칙이야.」
아스카가 시선을 돌렸다.
「…그래, 내가 나빴어. 확실히 물어 봤어야 했는데.」
스…윽 하고 몸이 떨어졌다.
「태평양에서도 미사토는 내 생각을 물어봐 줬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어.」
「반성하고 있지?」
갈 곳 없는 오른손이 왼팔을 꼭 쥐고 있다.
「…하고 있어.」
「그래….」
한숨. 간신히 몸에서 힘이 빠졌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오늘은 더 이상 일할 기력 같은 건 남아있지 않다.
이럴 때 미사토씨라면 어떻게 할까.
휴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게으름 피우게 해 주자.
「그러면 오늘 하루, 나하고 데이트나 가자.」
「헤에?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이래서야 일할 기분을 다 망쳐 놓았잖아. 철저하게 사귀어 주는 걸로 책임져.」
아스카의 손을 억지로 끌어당겨 긴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한다.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란 말이야.」
말과는 반대로 저항은 없었다.

****


「아아, 이거 말이지? 세컨드 임팩트 때, 조금 그렇게 됐어.」
흐응. 하고 다른 데로 돌려지는 시선.
아스카가 조금 공간을 양보해 주고, 나도 더운 물에 들어갔다. 이런 일이 있으라고 그런 건지, 욕실은 넓다. 욕조도 어찌어찌 집어넣으면 한명 정도 어떻게 더 들어갈 수 있다.
「알고 있지? 나에 대한 것도…. 모두.(역자 주―원작 10화에서 아스카가 미사토에게 한 대사.)」
「신상 조서로 떠맡은 정보라면.」
상처에 손가락을 덧댔다.
「하지만, 서류에 씌어진 표면적인 일들로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잖아.」
반응을 살피는 시선. 입욕제로 물든 욕조, 망설이는 피부색.
아스카의 그 오른손을 잡아 가슴의 상처에 가만히 눌러 덮었다.
「아버지를 죽인 사도에게 복수하고 싶었어. 세컨드 임팩트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고 싶었어.」 
이건 거짓말. 「카츠라기 미사토」로서의 이유.
「난, 에바의 파일럿이 되고 싶었어.」
이건 정말. 오기나 호기심으로 적격성 검사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10년… 도 더 넘었구나. 사도를 물리칠 병기가 개발 중이라는 걸 들은 게.」
거짓말과 정말이 뒤섞여 있다. 개발 중인 것은 알고 있었다. 아니, 미사토씨의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고 리츠코씨의 말을 떠올려 생각해낸 말이다. 실제의 정보는 카츠라기 교수의 지인으로부터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그 파일럿이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쨌든 1등이 되고 싶었어.
 선발 기준이야 어찌되었든, 세계 제일이 된다면 선택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거짓말…, 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왠지 알고 있었다. 에바는 그런 대용품이 아니니까.
노력과 근성(역자 주―《톱을 노려라!》에 나온 대사. 노력과 근성으로 살아남아라!)만으로 어떻게든 된다. 그런 상냥한 세계가 아니다.
단지 한 가닥 희망과, 미사토씨의 위치를 손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가지로 노력했어. 되고 안 되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달렸고, 모두들 나를 뒤처지게 만드는 적으로만 보였지….」
아스카의 손가락이 상냥하게 상처를 어루만진다.
「…카지씨한테 들은 적 있어. 처음 만났을 땐 꼭 남자 같았다고.」
그것은 아직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로 어떻게 보일지 따위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제일이라도 에바의 파일럿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어.」
? 이상하게 여기는 기색.
「에바를 조종하려면 특수한 인자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해.」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정확히는 에바 안에 근친자가 들어 있는 것. 이라고 해야 할까.
반 친구들이 모두 파일럿 후보생인 것은 미사토씨에게서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임 후 곧바로 코드 707의 자료를 대충 훑어 봐 두었다.
신경 쓰이는 점은, 그 아이들 모두 어머니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부합하듯이 초호기 안으로 사라진 어머니, 이호기에 침식당한 아스카의 모친.
거기서부터 도출된 추론이었다.
물론, 그것을 지금 아스카에게 가르쳐줄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에바와 파일럿의 관계를 시사하려면 이걸로 충분할 것이다.
그 증거로, 상처에 손톱을 세우고 있다.
「그걸 위해서 노력해 왔는데, 모든 걸 버리고 그것만 위해서.」
가슴이 아프다. 몸도, 마음도.
「목표가 없어지자 자포자기했어. 아무 것도 할 일이 떠오르지 않아서 밥도 먹지 않고 일주일 동안이나 방에 처박혀 있었지.」
이것도 조금 다르다.
카지씨와 만나 싸워버리고 그 문제에 충격을 받아, 모든 것을 단념하고 자포자기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상처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자 놀란 아스카가 손을 끌어당겼다.
상관없는데. 태연하게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는 나의 벌이라면, 이 정도로는 모자라다.
「파일럿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서.」
아스카의 손이 다시 상처로 다가온다.
「그래서, 작전부장이?」
「으응.」
이건 바꿔치기다. 새삼스럽게 그 때가 되어 결심한 것이 아니다. 역시 「카츠라기 미사토」로서의 이유.
 
사실은 상태를 보러 와 주었던 리츠코씨가 나를 오월병(역자 주―신학기나 새 직장에서 긴장감이 풀려 공부·일이 잘 되지 않는 것)이나 탈진 증후군(역자 주―Burnout. 작업환경에서의 장기 피로와 정열 상실) 정도로 오해하고 해 준 한 마디.
「네가 뭐 때문에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가는 여자다움을 다 버리게 돼. 여자인 것을 무시해도 능력은 늘지 않아」 라고….
미사토씨에게 미안했다. 미사토씨의 몸을 빼앗아 쓰고 있는 주제에, 그 몸에 신경 쓰지도 않고 소홀하게 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선 여자라는 것을 자각하려고 했다. 리츠코씨에게 배워 가면서 여자다움을 익혔다. 미사토씨 같은 멋진 여성이 되도록 노력했다.
언젠가, 이 몸을 돌려주어도 문제없도록. 이라는 생각도 함께.
그것은 신선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덕분에 나는 조금 구원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덕분일까 지금은 여자를 연기하는 것에 고통은 없다. 아직 몸도 마음도 모두 여성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알 수 있을 것 같아.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게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 모든 걸 건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그런 식으로 알고 있는 척 하지 마.」
피를 씻어 없애고, 다시 상처를 어루만진다. 상냥하게, 달래듯이.
「아스카…짱의 일을 다 이해하는 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그냥, 그런 경험을 했던 사람의 이야기로 들어 주면 기쁠 거야.」
아스카의 손을 잡는다.
「언제까지나 사도가 내습한다고 할 수는 없어.
 아스카…짱도, 언젠가 에바에서 내리게 될 때가 와.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을 때가 오는 거야.」
비어있는 손으로 아스카의 후두부를 안아 앞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나도 어딘가 부족하지만, 언제나 너를 보고 있어.
 그러니까 진지하게 생각해. 자기 장래라는 걸.」
맡겨져 오는 몸의 무게가 기분 좋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끌고 다녀 놓고 겨우 들려준 얘기가 그거야?」
양손으로 밀치듯이 몸을 떨어뜨린다.
「무도장에서 호되게 격투훈련.
 괴물같이 거대한 초콜릿 파르페.
 쇼핑.
 게임 센터.
 네일 아트.
 집에 질질 끌고 와서 맛있는 음식으로 고문.
 4명이서 파티 게임.
 욕실까지 따라와서는 실컷 사람 몸을 더듬고 말이야.
 얼굴이 익을 정도로 목욕통에 붙들어 놓고 들려준 얘기가, 그게 다야?」
손가락으로 꼽아가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어머? 오늘 밤에는 한 이불에서 잘 건데?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어.」
「…좀 봐줘.」
지친 듯한 쓴웃음이 근심 없는 웃음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웃는 모습, 본 적 없었다.


계속 つづく



원본 シンジのシンジによるシンジのための補完 第八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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