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7일 화요일

[번역] 안노의 원탁 토론

웹을 돌아다니다가 안느님의 1996년 이너뷰를 발굴했습니다. 보시죠.
아래쪽에 원문이 있으니 오역 지적 환영합니다.


안노의 원탁 토론

이것은 미국에서 안노 히데아키를 가장 밀접하게 인터뷰한 내용이다 -- 사실 협의회에서 한 짤막한 "원탁 토론"에 더 가깝다. 정확히는 1996년 아니메 엑스포에서 있었던 토론이다. Q&A 형식보다는, 안노에게 던지는 여러 가지 주제와(패널들이 얘기한 것) 그에 대한 안노의 대답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재판하기가 어려웠지만, 어쨌든 한번 질러 보련다. (From Animerica vol.4, no.9) 허락 없이 재판했음.

최근('96년 당시)의 안노 히데아키.
(이 인터뷰 사진이 아님).

에반게리온 메카의 독특한 디자인에 대해…

안노: 일본에는 오니라고 하는 괴물이 있는데, 머리에는 뿔이 두 개 나 있다. 에바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거기에 기초하고 있다. 나는 그 괴물 로봇의 이미지 아래에 인간의 이미지를 깔고 싶었다. 사실 에바는 로봇이 아니라 거대한 인간이다. 그러니까 건담 같은 거하고는 다르다고.

《톱의 노려라》의 대체역사에서 러시아가 세계를 지배하는 건가?

안노: 《톱을 노려라》에서 2000년에 일본 제국과 미국이 박터지게 싸우게 되고 일본이 하와이를 점령하게 된다. 미안하지만 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톱을 노려라》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흑백으로 처리한 결정에 대해

안노: 색깔은 여분의 정보의 차원을 제공한다.  그 장면에 색깔이 쓰였다면, 우리가 블랙홀 폭탄을 묘사하는 데 방해만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런 기법은 우리 이전에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톱을 노려라》와 《에반게리온》의 배경이 왜 2015년인지?

안노: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쇼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2015년은 《철완 아톰》의 배경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미국 애니메이션은

안노: 텍스 에이버리, 톰과 제리를 좋아한다. 디즈니는 싫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애니메이션 제작자

안노: 우리 스태프 외에는 토미노 요시유키 선생님이 있다. 토미노 선생님의 《기동전사 건담》과 《전설거신 이데온》은 《우주전함 야마토》와 함께 내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다. 또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 밑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거신병 장면을 애니메이팅한 적이 있는데, 그분 역시 나의 멘토이다.

컴퓨터 게임에 대해

안노: 게임에는 아무 관심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사용할 만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는 관심이 있다.

에반게리온의 주인공에게 안노 자신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안노: 신지는 나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가 아니다. 의식적인 면이든, 무의식적인 면이든. 에반게리온 제작과정에서, 나는 내가 어떤 류의 인간인지 알아냈다. 나는 내가 바보 자식이라고 인정했다.

종교에 대해

안노: 나는 어떤 종교에도 속하지 않으며, 스스로 불가지론자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전통 종교에서는 신이 이 세상 만물에 있다는 범신론적 태도를 취하는데, 내 종교적 신념은 그것과 비슷하다.

나디아나 레이처럼 당신도 채식주의자인가?

안노: 나는 두부를 좋아하고 고기나 생선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냥 싫은 거지, 어떤 신념 때문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가?

안노: 애니메이션은 사람들이 그 애니를 보는 과정을 통해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니까 누가 내 주제를 혼동했거나, 전체적 메시지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이 연결이 완료되지 않았다, 그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 개인에게는 의미가 적었다는 얘기겠지.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말하는 바 사이로 들어가는 그 교감이 필요하다.

오시이 마모루의 《기동전사 패트레이버》와 《공각기동대》에 대한 생각

안노: 《공각기동대》는 아직 본 적 없다.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걸작이다. 특히 2편을 더 좋아한다.

에반게리온의 성공에 대한 생각

안노: 모든 상품은 경제적인 문제일 뿐이다. 에반게리온이 그렇게 히트한 건 이상한 현상이다.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정신병자들인데! / 이 부분에서 역자 표정 (-ㅁ-);;

다음에 진행할 프로젝트는?

안노: 또 TV 애니 하나 만들어야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가 어떨까 싶다.

《왕립우주군》에 대해

안노: 《왕립우주군》 감독 야마가 히로유키는 캐릭터를 만들 때 상당히 진지하게 임하고, 그래서 관객들과 타협할 줄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 작품은 야마가의 입장에서 보면 딱히 급진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속편 비슷한 게 기획되긴 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야마가는 《왕립우주군》을 ‘금세기 최후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미래에 대해 한말씀 부탁.

안노: 제작자들은 사고의 틀을 진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일본에서는 그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밝은 미래가 없어 보인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놈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게 된 거다. 하지만 애니를 보는 사람들 쪽에도 문제는 있다. 만드는 놈이나 보는 놈이나 하나같이 똑같은 것만 원하고 있다. 그놈들 모두 아무런 경각심도 없이 지난 10년동안 만들어진 것들과 비슷한 것만 만들고 있다. 더 심해진다면, 사람들을 바깥으로, 강제로라도 몰아내야만 한다.

소설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최근의 시도에 대해

안노: 요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걸 목표로 쓰여지는 소설이 많다. 그런 고로 그렇게 큰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은하영웅전설》은 애니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그런 류의 소설이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일본의 역사를 소재로 이용하는 추세에 대한 느낌은?

안노: 관심 없다. 소재를 찾아내려면 그럴 수도 있지.

취미나 흥미 사항들은?

안노: 내 취미는 스쿠버 다이빙이고, 과학 소설 뿐 아니라 여성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사내놈이기 때문에, 여자들의 감정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또 좀더 사실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소설들을 계속 보고 있다.

자기 돈을 모두 애니메이션 상품 구입에 투자한다고 자랑하는 미국 팬들에게 한 말씀.

안노: 뭐 그런 멍청이들이 다 있어? 공부나 해.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대학시절의 나를 만나도 공부 하라고 할거야.

여행가고 싶은 곳은 있는지?

안노: 우주를 보고 싶다. 그것도 외우주를. 죽기 전에 한번이고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다. 내가 어렸을 적에 난 내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외우주로 나가는 것이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안되네. 그래도 달쯤은 가 보고 싶고, 우주 왕복선도 타 보고 싶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안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서 내가 충고하는 것은 애니 외에도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바깥을 보아라.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기본적으로 자폐증세가 있다. 그놈들은 좀 바깥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금까지 이룬 것 들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우리가 바로 여기서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의 발언들:

가장 좋아하는 에반게리온 캐릭터는?

안노: 아스카를 좋아한다. 귀엽기 때문이다. ←여기가 중요

미국 사람들은 미사토를 좋아한다던데?

안노: 나도 놀랐다. 일본에서는 레이가 인기 최고거든. 일본 사람들은 미사토나 아스카처럼 드센 여자를 다루지 못해서인가 보다.

에반게리온 마지막 두 에피소드 때문에 많은 팬들이 화가 났는데?

안노: 난 잘못한 거 없다. 만약 그 에피소드들에 문제가 있다면, 다 니들 잘못이다. 딱하게도 말이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This is as close as Animerica has ever gotten to actually interviewing Hideaki Anno -- a rather brief "roundtable discussion" with him at a convention; specifically Anime Expo '96. Rather than a Q&A format, they posed a number of subjects and/or questions to him (which were apparently brought up by a panel), and then quoted his responses to them. This makes it rather difficult to reprint, but I'm going to try anyway. (From Animerica vol.4, no.9) Reprinted without permission.

Hideaki Anno at a recent event
(NOT the event quoted here).

On the unique appearance of the Evangelion Units...

ANNO: There is a monster in Japan called the oni, which has two horns sticking out of its head, and the overall image of the EVA is based on that. I wanted also to have an image that beneath the image of that robot monster is a human. It's not really a robot, but a giant human, so it's different from other robot mecha such as those in Gundam.

On Gunbuster's alternate future -- is it dominated by Russia?

ANNO: There's a Japanese Empire. In the year 2000, the U.S. and Japan had a war, and Japan occupied Hawaii. Sorry.

On the decision to have the final episode of Gunbuster in black-and-white...


ANNO: When you have color, you have an extra dimension of information. Color would have gotten in the way of the sense of scale we wanted to portray with the black hole bomb. Also -- no one had ever done it before.

On the date 2015 which figures in both Gunbuster and Evangelion...


ANNO: The date is from an old show I liked as a kid, and it was also the year in which Tetsuwan Atom took place.

On his favorite American animation...


ANNO: Tex Avery, Tom and Jerry. I don't like Disney.

On anime creators who inspired him...


ANNO: Outside of my staff, Mr. Yoshiyuki Tomino. Tomino's Mobile Suit Gundam and Space Runaway Ideon are my favorite anime besides Yamato. Hayao Miyazaki, with whom I worked on Nausicaa, animating the scene where the God-Soldier fires, was also a mentor to me.

On computer games...


ANNO: I myself have no interest in them; however, I am interested in computer graphics for animation.

On how the protagonist of Evangelion reflects Anno himself...


ANNO: Shinji does reflect my character, both in conscious and unconscious part. In the process of making Evangelion, I found out what kind of person I am. I acknowledged that I'm a fool.

On his religious beliefs...


ANNO: I don't belong to any kind of organized religion, so I guess I could be considered agnostic. Japanese spiritualism holds that there is kami (spirit) in everything, and that's closer to my own beliefs.

On whether he is a vegetarian like Nadia and Rei ...


ANNO: I like tofu. I just don't want to eat meat or fish. It's not for religious reasons.

On expressing himself through animation...


ANNO: Animation makes sense to people in the process of their seeing it. So when people get confused by my themes, or cannot get the overall message, the connection is not really going through, because it didn't satisfy that person. So there would be less meaning for that individual. There has to be a relationship that comes into being between the person watching and what the character's saying in the animation itself.

On what he thought of Patlabor 2 and Ghost in the Shell...


ANNO: I haven't seen Ghost yet, but I think that Patlabor is really good. I liked the scenes better in the second film.

On Evangelion's success...


ANNO: As for all the merchandising, it's just a matter of economics. It's strange that Evangelion has been a hit. Everyone in it is sick!

On his next project...


ANNO: Another TV show, probably some kind of space adventure.

On The Wings of Honneamise...


ANNO: The director of Honneamise, Hiroyuki Yamaga, is pretty serious as a matter of character, certainly -- so he doesn't really think of compromising with the audiences. Therefore it wasn't a radical film from Yamaga's perspective. There's something like a sequel planned, but it's been stopped for now. Yamaga wants to make it 'the final anime of this century'. He wants to make it happen.

On the future of the anime industry...


ANNO: The creators have to change their frame of mind for the field to advance. And it doesn't look too hopeful in today's Japan. It's in a critical condition right now. I don't think there's any bright future. That's because the people who are producing it are not doing well. But there's also problems in the people who are watching it. The people who make it, and the people who want it, they're always wanting the same things. They've been making only similar things for the past ten years, with no sense of urgency. To get it going once more, you need to force people to go outside, to go out again.

On recent attempts to adapt anime from novels...


ANNO: There are many novels written today which are made with the intention that they will be animated -- so it's not that big a step. I think that Legend of the Galactic Heroes was well done, but then, it was that kind of a novel.

On his feelings about the current trend toward Japanese historical content in manga and anime...


ANNO: I have no interest in it; they are searching for a theme.

On his hobbies and interests...


ANNO: My hobby is scuba diving, and besides science fiction, I like to read romance novels written by women. Since I'm a male, I don't really know the emotions of women. And because I want to understand their feelings, and create more realistic female characters, this is something I have to pursue.

To an American fan who boasted of having spent all his schoolbook money on anime goods...


ANNO: You're a fool. Study harder. If I could go back in time and tell my college-age self something, I would tell him to study harder, too.

On where he would like to travel...


ANNO: I want to see the universe, outer space -- it's one of the places I want to go while I'm still living. When I was a child... I thought that it would be possible to go out into space when I grew up. And that's not possible now. But I'd like to go to the moon, or ride on the space shuttle.

On getting into the anime industry...


ANNO: If you want to get into anime, my best advice to you as a creator is to please have diverse interests in things besides animation. Look outward, first of all. Most anime makers are basically autistic. They have to try and reach out, and truly communicate with others. I would guess that the greatest thing anime has ever achieved is the fact that we're holding a dialogue right here and now.

ADDITIONAL CAPTIONS:

On his favorite Evangelion character...


ANNO: Asuka , because she's cute.

When told that the American audience favors Misato ...


ANNO: I'm surprised. In Japan, the overwhelming favorite is Rei . They can't handle strong women such as Misato and Asuka .

On Evangelion's last two episodes , which upset many fans...


ANNO: I have no problem with them. If there's a problem, it's all with you guys. Too bad.

댓글 3개:

  1. 잘 봤습니다. 역시 1996년 인터뷰라 그런지 상당히 까칠하네요. 요즘 다시 인터뷰를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특히 에반게리온 팬들을 병자로 몰아 붙이는 부분과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자폐로 당당히 규정짓는 부분이 재밌군요. 그리고 소설이 애니메이션화되는 과정은 20년여 전에도 비슷했나 보네요.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오늘날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번역이 아주 괜찮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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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까칠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그냥 일부러 저렇게 행동한다고 보여질 정도죠. 에바 제작 당시 안노의 정신상태를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오츠키 도시미치의 발언에서도 "12년 전의 에바에서는 안노 씨 본인의 정신의 문제가 있었다"고도 했구요. 그래서 다 뒈져 버렸다고(...)

    : 에반게리온 마지막 두 에피소드 때문에 많은 팬들이 화가 났는데?
    => 안노: 난 잘못한 거 없다. 만약 그 에피소드들에 문제가 있다면, 다 니들 잘못이다. 딱하게도 말이다.
    여기가 압권이죠.

    그보다 중요한 건 안노는 아스카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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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역 발견. It's strange that Evangelion has been a hit. Everyone in it is sick! 에서 Everyone in it 은 에바 팬들이 아니라 Everyone in 에바, 즉 에반게리온 등장 인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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